문소리 동영상은 빙산의 일각?

민교동 객원기자

입력 2014.02.26 09:31  수정 2014.03.04 10:05

SNS 뒤덮은 연예인 야한 동영상 봇물

'여배우의 베드신' 영상 그 실체 경악

여러 영화의 베드신이 교묘하게 편집돼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영화 '나탈리' 역시 문소리 동영상으로 둔갑해 불법유포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 영화 '나탈리' 스틸컷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다. 눈부신 정보통신 분야의 비약적 발전 때문인지, 워낙 남의 뒷말을 좋아하는 민족성 때문인지 여하튼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정보 공화국이다.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먼저 알고 있는 것이 엄청난 힘이 돼 버린 세상, 이를 전파하는 것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욕구가 넘쳐나는 곳이 바로 지금의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이런 성향은 휴대가 간편하지만 엄청난 정보 교류가 가능한 스마트폰이 활성화된 뒤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SNS를 통한 정보 교류가 엄청나게 이뤄지고 있는데 아쉽게도 이런 정보의 대부분은 연예계 관련 사안이다.

각종 연예계 루머가 엄청난 고급 정보인양 돌아다니고 있는 데다 최근 들어서는 동영상 파일들도 링크 형태로 유통되고 있다. 이미 ‘찌라시’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연예계 루머가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부분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돼 있는 상황에서 이번엔 동영상이 터졌다. 바로 ‘문소리 이성재 동영상’ 파문이다.

최근 SNS를 통해 5분 분량의 동영상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제목은 대략 ‘문소리 이성재 동영상’인데 문제의 동영상 파일은 다음과 같은 글과 함께 확산됐다. ‘배우 문소리 이성재-금방 삭제될 것 같으니 빨리 보세요. 조만간 개봉된다 하지만 심의과정에서 삭제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 글에 따르면 문소리와 이성재가 최근 영화를 촬영했으며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파격적인 베드신이 가미된 영화로 보이는 데 누군가 엑기스에 해당되는 베드신 파일을 유출한 것이다. 심의과정에서 삭제될 수도 있는 장면임을 감안하면 영화 제작사이세 불법 유출된 파일로 보인다.

필자 역시 얼마 전 SNS를 통해 문제의 동영상을 전달받았다. 그렇지만 문소리와 이성재가 함께 출연한 영화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 물론 두 배우가 같은 작품에 출연할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으며 지금 이들이 출연하는 영화가 제작 준비 중일 수는 있다. 또 두 배우 모두 노출을 회피하지 않는 연기파 배우들인 만큼 파격적인 베드신이 있는 영화에서 호흡을 맞출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다.

그렇지만 최소한 개봉이 임박한 영화 가운데에는 이들이 함께 출연한 영화가 없고, 이들이 함께 촬영했거나 촬영 중인 영화도 없다. 게다가 개봉을 앞두고 심의를 준비 중인 영화의 베드신이 사전에 유출되는 사고도 상상하기 어렵다. 그만큼 베드신 등 노출이 가미된 촬영 분량에 대해서는 영화사들이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영상을 보자 의문은 금세 풀렸다. 문제의 동영상은 2010년 10월에 개봉한 영화 '나탈리'였기 때문이다. 분명 남자 배우는 이성재가 맞다. 그렇지만 여배우는 문소리가 아닌 김기연이다. 아무래도 누군가 해당 베드신에서 김기연의 모습이 문소리와 닮아 보인다는 점에 착안해 이 같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연출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문소리 측은 이에 대한 경찰 수사를 의뢰해 놓은 상태다.

이와 같은 상황은 이번 경우가 처음은 아니다. 여러 영화의 베드신이 교묘하게 편집돼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필자는 아는 후배 기자에게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당시 극장에 개봉 중이던 영화의 노출 수위를 묻는 질문이었다. 이미 기자시사회를 통해 그 영화를 관람한 필자는 “15세 관람가 영화에서 무슨 노출 수위를 찾냐? 전혀 그런(야한) 장면이 없는 영화”라고 설명해준 뒤 그 이유를 물었다.

당시 후배 기자는 택시를 타고 귀가 중이었는데 택시 기사가 여배우 A가 나오는 영화 얘길 하더란다. 유부녀가 너무 야한 영화에 출연했다고 얘기하는 데 후배 기자 역시 최근 개봉한 A의 출연 영화는 결코 야한 영화가 아니라고 알고 있었기에 필자에게 전화를 했던 것이다.

더 자세한 사연을 물어 보니 그 택시기사가 최근 지인에게 SNS를 통해 동영상 파일을 하나 받았는데 그것이 바로 A의 파격적인 베드신이었다고 한다. 또한 문제의 베드신이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에 나오는 장면이라는 설명 글과 함께 동영상 파일이 첨부됐다고 한다. 그렇지만 해당 동영상을 확인해보니 A가 신인 시절 출연한 영화의 베드신이었다고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문소리 이성재 동영상’처럼 누군가 기존 영화의 베드신 장면을 교묘히 편집해 악용한 셈이다.

개봉을 앞둔, 내지는 개봉 중인 영화라고 소개하는 것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아예 영화 속 베드신을 편집해서 ‘여배우 아무개의 섹스 비디오’라는 식으로 SNS에 유통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이 정도는 해당 영화를 본 사람들이 있는 만큼 하나의 해프닝으로 넘길 수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일본이나 홍콩 에로비디오나 포르노를 한국 여배우의 섹스 비디오로 포장하는 사례들이다. 한국 여자 연예인과 닮은 일본이나 홍콩 에로배우의 과감한 베드신을 교묘하게 편집해 해당 여배우의 섹스 비디오인양 유통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몇 달 전 필자는 지인이 SNS로 받았다는 유명 여자 연예인의 섹스비디오를 본 경험이 있다. 스마트폰은 화면이 컴퓨터 모니터에 비해 작은 터라 처음엔 진짜인가 속았을 만큼 어느 정도 닮긴 했다. 그렇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 닮았을 뿐 문제의 여자 연예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컴퓨터로 다운받아서 큰 화면으로 보니 더욱 명백히 한국 여자 연예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아니 닮아 보이지도 않았을 정도다.

그럼에도 이런 동영상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까닭은 별다른 검증 없이 믿어 버리는 대중 심리 때문이다. 해당 여자 연예인의 섹스 비디오는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조금 닮은 여자 에로배우가 나오는 포르노임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대중은 이런 골치 아픈 검증을 직접 하기보다는 그냥 사실이라 믿고 즐기는 데 만족하려는 경향이 짙다.

연예부 기자인 필자가 구체적인 이유까지 설명하며 해당 여자 연예인의 섹스 비디오가 아니라고 설명을 해도 오히려 그 동영상을 보여준 지인은 “이것도 잘 모르면서 연예부 기자냐?”고 필자를 타박할 뿐이다. 수많은 연예계 루머가 한국 사회에서 기생하는 방식 역시 이와 유사하다. 말도 안 되는 내용일 지라도 대중들은 그냥 그런 연예계 루머를 사실로 믿고 즐기고 싶어한다.

이런 까닭에 추후 매스컴을 통해 해당 루머는 사실이 아니었다는 내용의 확인 보도에는 관심을 갖기 않는다. 오히려 ‘누가 막아줬겠지?’ ‘이거 쓴 기자가 돈 먹었나 보네’ 등의 억지로 끝까지 루머를 신봉하려 한다. 누가 그랬던가, 사람은 믿고 싶어하는 것만 믿는다고.

아직까지 누가 왜 이런 동영상을 만들어서 SNS에 유통시키는 것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누군가가 장난삼아 이런 일을 벌인 게 너무 급속도로 퍼져 나간 게 아닌가 싶다. 다만 유통 과정에서의 쓰임새는 분명하다. 누군가에게 받은 동영상을 자신의 지인들에게 전파하며 자신의 정보력을 과시하고 크게 선심이라도 쓴 것처럼 기분을 내려 하는 것이다. 문소리 측에서 수사를 의뢰한 만큼 경찰이 이런 부분에 대한 궁금증을 말끔히 해소해 주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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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교동 기자 (minkyodo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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