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MC 몰락 속 김성주 부활하나

민교동 객원기자

입력 2014.01.28 09:33  수정 2014.02.14 10:41

부진, 도박 등 MC들 부재 속 두각

스포츠캐스터의 꿈 이루며 맹활약

김성주는 '아빠 어디가'와 '슈퍼스타K' 등 예능에서 주로 활동하며 다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 MBC 아빠 어디가

2013년 예능계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MC들의 연이은 몰락’이었다. 유재석과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던 국민 MC 강호동이 기대와 달리 2013년 한 해 동안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으며 탁재훈 이수근 토니안 등 검증된 MC들이 불법 스포츠 토토 도박 사건으로 연이어 예능계를 떠났다.

그러는 사이 신동엽이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며 활동 영역을 넓혔으며 배우나 가수 출신 비예능인들이 하나 둘 예능계로 입성해 스타덤에 올랐다.

특히 2013년이 인생역전의 기회가 된 이는 바로 전현무다. KBS 아나운서 출신인 전현무는 2012년 8월 프리 선언을 했다. 당장 몇 년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였다. 바로 MBC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김성주가 그랬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전현무는 2013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며 확실하게 프리랜서로 예능인의 세계에 안착했다.

이번 설 연휴 기간 동안 가장 바쁜 MC 가운데 한명인 전현무는 김성주와 함께 2014년 가장 각광받은 MC가 될 전망이다. 쓸 만한 MC가 부족한 상황에서 아나운서의 바른 이미지와 예능인으로서의 끼를 두루 갖춘 이들만큼 좋은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김성주는 프리 선언 이후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2007년 3월 프리 선언을 한 뒤 방송 출연의 기회가 크게 줄어들었다. 당연히 친정 MBC 출연은 어려워지는 것을 예상했겠지만 KBS와 SBS에서도 별다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방송이 크게 줄어들면서 프리랜서 선언이 최악의 선택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 내몰렸다.

1년 1개월여 만인 2008년 5월 ‘무릎팍도사’를 통해 MBC에 출연할 기회를 잡지만 이날 방송 내용 때문에 김성주는 더 큰 논란에 휘말리고 만다. 바로 거짓말 논란이다.

김성주가 프리랜서를 선언할 당시 기자회견에서 밝힌 프리 선언 까닭은 전문 스포츠캐스터가 되기 위해서였다. 전현무의 경우 예능 프로그램에서 MC 등으로 활동하는 것을 목표로 프리 선언을 감행한 데 반해 김성주는 스포츠캐스터가 목표였다. 당시 그는 “내 목표는 전문 스포츠캐스터로 스포츠 중계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프리 선언을 하고 전속 계약을 맺은 연예기획사가 스포츠 중계를 전폭 지원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사실 스포츠캐스터가 목표라면 프리 선언보다는 방송국 잔류가 정답니다. 대부분의 방송국이 자사 소속 아나운서를 스포츠캐스터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해설자의 경우 방송국을 옮겨가며 스포츠 경기 해설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캐스터는 대부분 자사 소속 아나운서들이다.

김성주 역시 당시 MBC를 대표하는 스포츠캐스터였다. 프리 선언 얼마 전인 2006년에도 차범근 해설위원과 함께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중계하며 맹활약을 보인 바 있다. 이후 차범근 해설위원은 SBS로 옮겨 배성재 SBS 아나운서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김성주가 MBC를 그만둘 당시 방송가는 SBS가 월드컵 중계권을 단독 확보하면서 뒷말이 무성했다. 2010 남아공월드컵을 SBS가 독점 중계한다는 소문이 나돌았으며 실제로 2010 남아공월드컵은 SBS가 독점 중계했다. 결국 2007년 상황에서 김성주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중계하려면 MBC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을 수도 있다.

실제로 당시 김성주의 프리 선언은 차범근과 함께 SBS로 자리를 옮겨 2010년에도 월드컵 중계에 나서려는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SBS엔 배성재를 비롯한 자사 아나운서들이 버티고 있는 만큼 김성주가 차범근과 짝을 이뤄 월드컵을 중계하는 것은 무산됐다.

2008년 5월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김성주는 “톱 MC들과 동등한 조건과 환경 속에서 예능 MC에 도전하고 싶어 프리를 선언했다. 예능 MC의 꿈을 실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발언으로 인해 김성주는 거짓말 논란에 휘말렸다. 스포츠 캐스터의 꿈을 이루기 위해 프리 선언을 했다던 이가 예능 MC의 꿈을 위해 프리 선언을 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선 처음부터 예능 MC를 위해 프리 선언을 하고선 이미지를 위해 스포츠캐스터 얘길 했던 것이라는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이런 발언들은 거짓말이 아닌 상황 변화에 따라 꿈이 달라진 것으로 보는 게 더 적당해 보인다. 스포츠캐스터의 길이 요원해진 상황에서 예능 MC라는 새로운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면 그는 방송 활동을 접고 다른 직업을 찾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김성주는 ‘슈퍼스타K' 등 CJ E&M 계열 케이블 TV에서 주로 활동하며 다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그의 새로운 목표인 예능 MC의 꿈을 이뤄낸 셈이다. 그렇게 이제는 예능인 내지는 방송인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힌 김성주는 비록 단체 수상이지만 2013년 MBC 연예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하시도 했다.

김성주는 '아빠 어디가'와 '슈퍼스타K' 등 예능과 스포츠캐스터로서의 맹활약 하며 다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 김성주 트위터

예능 MC의 꿈을 이뤄내자 스포츠캐스터의 길도 하나 둘 열리기 시작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MBC는 파업 중이었던 터라 정상적인 올림픽 중계를 위해서는 인력이 부족했다. 이 상황에서 김성주가 MBC의 런던 올림픽 중계에 힘을 보태며 화려하게 스포츠 캐스터로 복귀한 것.

이런 흐름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파업이 모두 끝났지만 김성주는 이제 프리랜서 스포츠 캐스터로 MBC에서 계속 일을 한다. 지난 26일 한국과 코스타리카의 평가전은 ‘지아 아빠’ 송종국이 해설을 맡고 ‘민국이 아빠’ 김성주가 캐스터로 호흡을 맞췄다. 이날 경기는 전지훈련 중인 국내파 위주의 국가대표팀의 평가전이기도 했지만 지난 해 MBC 연예대상 수상자들이 해설과 캐스터를 맡은 경기라는 점에서도 남다른 의미를 가졌다.

또한 김성주는 소치 동계올림픽에도 참가한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성주는 “올림픽 중계는 개인적으로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MBC에서 두 번 연속 불러줘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성주는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 선수 등이 출전하는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 중계를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오는 6월에 열리는 브라질 월드컵에도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송종국과 함께 중계한 한국과 코스타리카의 평가전이 브라질로 가는 본격적인 첫 걸음으로 보인다.

김성주의 행보를 놓고 보면 거짓말 논란은 깨끗하게 해소됐다. 그는 실제로 예능 MC와 스포츠캐스터라는 두 가지 길에서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능 MC로 성공한 만큼 굳이 스포츠 캐스터를 병행할 이유가 없음에도 그가 런던올림픽에 이어 다시 소치 동계올림픽에 가는 까닭은 그의 말처럼 그의 목표는 전문 스포츠캐스터이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김성주가 스포츠 캐스터로 나서는 것은 바로 자신의 꿈을 위한 아름다운 행보일 것이다.

이런 까닭에 필자는 한국과 코스타리카의 평가전을 보며 캐스터 김성주의 목소리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그가 소치에 이어 브라질에서도 맹활약을 펼쳐주길 기원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은 어느 상황에선 연예인이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더 크게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분명 2007년 3월 프리 선언 당시와 2008년 ‘무릎팍도사’ 출연 당시의 발언만 놓고 보면 김성주는 거짓말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2014년 1월에 그를 보면, 그는 거짓말이 아난 자신의 꿈만 보고 쉬지 않고 달려왔음을 비로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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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교동 기자 (minkyodo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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