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과징금? 천문학적 숫자로 기업 존폐 좌우

목용재 기자

입력 2014.01.21 12:21  수정 2014.01.21 17:42

미국 금융회사 JP모건은 '불완전판매' 과징금으로 상반기 순익 육박 금액 물어내

신제윤 금융위원장(오른쪽 세번째)이 20일 오후 국회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실에서 열린 ‘신용카드사 개인정보유출 사고 대책 당정협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억 건이 넘는 고객정보가 유출되는 사상초유의 사태에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징벌적 과징금'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자 금융권에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징벌적 과징금이란 가해자가 입증된 손해보다 훨씬 많은 과징금을 물리는 것이다. 향후 동일한 형태의 사태가 반복되거나 또 다시 일어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형벌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까지 불법행위나 비리 등을 일으킨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는 기관경고·주의·영업정지나 책임자에 대한 감봉·면직 등의 수준으로 이뤄진다. 징벌적 과징금은 이 정도 수준의 금융사 제재에 천문학적인 금액까지 부과해 제재 효과를 높이려는 의도다.

미국의 경우, 최대 금융회사인 JP모건이 지난해 10월 말 미국 법무부가 130억 달러(14조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수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JP모건의 경우 2008년 세계금융위기 직전 부실한 주택담보부증권을 우량상품으로 속여 파는 불완전판매 행위로 부당이익을 챙긴 케이스다.

JP모건은 단일 건으로는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물어냈다. 특히 과징금으로 부과된 130억 달러는 JP모건의 상반기 순이익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유럽연합의 금융당국도 리보·엔리보·유리보 등 금리를 조작함 혐의로 도이체방크, 소시에테제네랄(SG),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 10개 대형 은행들에 막대한 규모의 벌금을 부과했다.

도이체방크엔 7억2500만 유로(1조460억 원),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엔 3억9100만 유로(5600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적발된 은행들에 부과된 금액은 총 17억 유로(2조45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해외에선 내부자 거래·주가조작 등 증권거래와 관련된 불법행위에 대해 징벌적 과징금 적용되는 사례가 많다. 가격조작을 통해 부당이익을 취한 가해자의 행위로 인해 발생한 피해자들의 액수에 징벌적 의미의 과징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식이다.

금융당국이 '징벌적 과징금' 부과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지만 일각에선 이번 정보유출 사태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액 추산이 어려워 징벌적 과징금은 선언적 수사에 그칠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정보 유출이 자산의 유출이나 금전적 피해 등과 직접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금융당국에서 부과해야 할 과징금을 산정할 기준이 명백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대선주자들도 징벌적 과징금 부과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지만 이는 불공정거래 등에 많이 적용되는 것"이라면서 "이번 정보유출 건은 피해액을 추산할 기준이 명백하지 않을 뿐더러 향후 지속적인 추가 피해가 양산될 수 있기 때문에 징벌적 과징금 부과는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정보 유출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다양한 피해사례로 확산되기 때문에 피해액을 산정할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면서 "더욱이 징벌적 과징금이란 가해자가 고의적·악의적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에 정보유출 사례에 적용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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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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