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맥투자증권은 지난 12일 오전 코스피200지수옵션에서 43종목, 3만6000건 거래에 대해 시장가보다 훨씬 낮거나 높은 가격에 매물을 쏟아내는 주문실수를 일으켰다.ⓒ 연합뉴스
대규모 주문실수로 파산위기에 처한 한맥투자증권이 600억원 규모의 파생상품결제대금을 지불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13일 지수옵션 거래사고로 결제불이행 위험에 노출된 한맥투자증권에 대해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코넥스시장 및 파생상품시장업무규정에 의거, 매매거래정지 및 채무인수중단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거래소에 따르면 한맥투자증권은 납입해야하는 금액 중에 증권시장결제대금 63억원은 이날 오전중에 결제완료했지만 584억원 규모의 파생상품결제대금은 미납한 상태다.
이날 오후 4시까지 거래소에 납입하지 못할 경우 한맥투자증권에 구상권이 청구된다. 구상권이 청구되면 한맥투자증권은 돈을 갚기 위해 자기자본 청산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자기자본으로도 청산이 안될 경우에는 폐업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거래소 관계자는 "증권결제대금 63억원은 이날 오전중에 결제가 완료됐지만 결제해야할 파생상품대금이 584억원에 이른다"며 "반대매매를 통해 결제대금 규모를 줄여나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체 금액을 4시까지 지불할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한맥투자증권이 예정된 시간안에 전체 대금을 결제하지 못할 경우 사실상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다 거래소와 금융당국의 강도높은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체 폐업은 물론 금융당국에서 영업허가를 취소하고 거래소도 회원 제명이라는 강도높은 제재조치가 가해질 수 있다"며 "전체 손실금에 대해 거래소와 다른 증권사들이 분담하는 구조로 가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맥투자증권은 지난해 자산총계는 1405억원, 부채총계는 1202억원이다. 납입자본금은 268억원, 자본총계는 203억원으로 자본총계가 납입자본금보다 적은 일부자본잠식 상태에서 현실적으로 손실액을 감당하는 것이 힘든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한맥투자증권의 주문사고가 자칫 증권가 전체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주문실수를 최소화하려면 증권사 자체적으로 내부 통제 장치를 잘 갖춰야 하는데 자본이 작은 소형사들이 특히 이부분에서 취약하다"며 "이번 사고로 가뜩이나 수익성도 안좋고 이미지가 추락한 금융업의 신뢰도 하락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아울러 이번 주문사고와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한맥투자증권이 대규모 손실을 입은데 반해 거래 상대방인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우 최대 수혜를 입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맥투자증권의 경우 주로 외국인 위탁거래 비중이 높아 이런 추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거래소 파생상품시장부 관계자는 "한맥투자증권 자체가 거래 상대방이 외국인 비중이 높은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번 주문사고 수혜자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고 확대 해석한 면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맥투자증권은 지난 12일 오전 9시 2분께 코스피200지수옵션에서 43종목, 3만6000건 거래에 대해 시장가보다 훨씬 낮거나 높은 가격에 매물을 쏟아내는 주문실수를 일으켰다.
이에 따라 한맥투자증권은 곧바로 한국거래소에 지수옵션 거래 실수에 따른 착오거래 구제 신청을 했지만 요건 미달과 코드 입력 오류 발생 등의 이유로 거절당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