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는 몸값 외에도 가급적이면 우승할 가능성이 높은 팀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 ⓒ 연합뉴스
'빅보이' 이대호(31)와 오릭스의 결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시 FA 자격을 얻는 이대호는 현 소속팀 오릭스와 재계약을 우선순위로 놓고 협상해왔지만 계약조건에 대한 이해 차이가 너무 커 조율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대호는 2010시즌을 마치고 FA로 오릭스와 계약 기간 2년에 계약금 2억 엔, 연봉 2억5000만 엔, 연간 인센티브 등 포함 약 7억6000만 엔에 계약했다.
오릭스에서 활약한 2시즌동안 총 285경기에 출전한 이대호는 타율 0.294 48홈런 182타점을 기록하며 부동의 4번타자로 활약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 중인 어떤 외국인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정상급 성적이다. 타율은 지난해(0.286)보다 0.017를 끌어올리며 3할(0.303)에 도달했다. 몸값 인상요인은 충분하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오릭스는 이대호를 잡기 위하여 계약기간 2년에 연봉 3억5000만 엔씩 총 7억엔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대호는 연봉 4억 엔씩 총 8억 엔을 원하고 있다는 보도다.
현재 환율로 계산할 때 한화로 약 44억 원이고 이는 한국프로야구의 웬만한 1군 선수단 연봉과 맞먹는다. 일본에서도 4억 엔 이상의 고액연봉을 받는 선수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초특급 대우이기도 하다.
당초 이대호를 잡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오릭스 구단도 이 정도의 인상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기량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팀 성적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이대호의 연봉만 과도하게 올려주는 것도 어렵다는 반응이다. 구단 고위층에서도 예산 외 자금투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대호 입장에서는 크게 손해 볼 것이 없다. 이미 일본무대에서 기량을 검증받고 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할 이대호를 원하는 팀은 오릭스 외에도 많다. 이대호는 몸값 외에도 가급적이면 우승할 가능성이 높은 팀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 이대호는 롯데 자이언츠에서 활약하던 국내 시절부터 우승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오릭스보다 자금력이 풍부하고 전력이 안정적인 한신과 요미우리는 이대호가 FA 시장에 나올 경우, 적극적인 러브콜을 예상하는 구단들이다. 내년 시즌을 대비한 대대적인 전력보강을 선언한 소프트뱅크 호크스 역시 이대호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도 아직은 남아있다.
올 시즌 류현진, 추신수 등 코리안리거들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에서도 한국인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
류현진이 투수로서는 한국프로야구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첫 사례로 남았지만, 타자의 경우는 아직 메이저리그를 노크한 사례가 없다. 최희섭이나 추신수는 모두 유망주 시절부터 미국에 진출해 마이너리그를 거쳐 자리 잡은 사례다.
일본프로야구는 메이저리그의 새로운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다수 일본프로 출신들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인 바 있다. 이대호는 일본에서도 정교한 선구안을 바탕으로 수준급 중장거리형 타자로 인정받았다. 당장 메이저리그에 진출해도 충분히 1루수 포지션에서 거포들과 경쟁을 펼칠수 있으리라는 전망도 현지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다.
몸값 면에서는 다소 희생을 감수해야할지 모르지만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대호의 성향과 사실상 메이저리그의 문을 노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도 이대호의 마음을 움직일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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