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리메이크 부정 시선 딛고 유종의 미
공감+힐링 드라마 등극
막장도 없었다. 사실 그 흔한 '진한 멜로'도 없었다.
우리네 이야기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현실과 특히 '직딩'들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직장 속 이야기를 담았다.
김혜수의 브라운관 복귀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KBS2 월화 드라마 '직장의 신'이 마무리까지 호평일색이었다. 결말 역시 열린 해피엔딩으로 묘한 여운을 남겼다. 더불어 힘든 직장에서도 버티는 자, 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현실 입각' 메시지도 전달했다.
◆ 원작 뛰어넘는 '한국판' 공감대 형성…'웃픈' 드라마 등극!
'직장의 신'은 일본 드라마 '파견의 품격'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미스김은 만능사원 오오마에의 한국판이다.
일본 드라마의 리메이크라는 부정적 시선도 있었지만 '직장의 신'은 한국의 정서에 맞게 각색돼 첫방송부터 'IMF 시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이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 취업준비생과 계약직의 애환을 그려내며 '직딩' 드라마로 자리를 잡았다.
그렇다고 진정 직장인들의 공감대만 얻었던 것은 아니다. 정규직-비정규직이라는 설정 안에 펼쳐지는 갑과 을의 관계, 사람들간의 우정, 그리고 그 안에서의 다양한 캐릭터들, 그들의 삶의 애환 등은 다양한 시청자층의 지지를 얻었다.
특히 슈퍼갑 계약직 '미스김'(김혜수)은 비현실적 캐릭터라는 일각의 시선도 있었지만 현실 속 실제 직장인들의 고충을 보기좋게 비틀며 대리만족을 선사했다. 또한 신들린 탬버린 댄스나 빨간 내복 투혼, 굴삭기와 버스 운전, 조산사 자격증까지 혀를 내두를 만한 그의 자격증은 또 다른 재미코드로 활약했다.
그 안에서 또 다른 계약직 '정주리'(정유미)는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로, 또 다른 공감대를 얻으며 '신 웃픈녀'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미스김이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면 정주리는 분명 가슴 한 켠을 뭉클케 하는 씁쓸한 현실을 받아들이게 했다.
때문에 더욱 '직장의 신'의 마니아층은 열광했다. 한국적 현실을 반영한 것도 그렇지만 '장규직(오지호)의 캐릭터가 우리 회사에도 있다', '정주리가 내 얘기' 등 그 안에 캐릭터들은 분명 지금의 현실에 존재하는 '그들' 이었고, '우리' 였으며, '나' 였다.
◆김혜수가 주연? 모두가 '주연'이었다
조연은 없었다. 직장인의 자화상을 그려낸 배우들. 그들은 모두 주인공이었다.
미스김과 장규직 뿐 아니라 정주리, 무정한(이희준), 금빛나(전혜빈), 계경우(조권), 고정도(김기천), 황갑득(김응수), 박봉희(이미도), 구영식(이지훈), 오지랑(송지인), 연다라(이소윤), 신민구(나승호) 등 모두가 ‘직장의 신’의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마치 직장인들이 매일 출근 도장을 찍듯 촬영장에 나갔다. 역할의 비중과 관계없이 사무실에 존재하는 인물들이기 때문. 주연급 배우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미스김도 때론 업무 중인 모습으로만 카메라에 잡혔다. 조권과 김기천은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도 출근중”, “지금은 퇴근중”이라고 쓰며, ‘직신 출퇴근’을 알리기도 했다.
때문에 팀워크가 남달랐고, 연기 호흡이 최고일 수밖에 없었다는 게 배우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주연 배우를 중심으로만 돌아가는 기존 드라마와 달리 ‘직장의 신’에선 만년과장 고정도 과장에게도 임산부 5년차 계약직 사원에게도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이미도를 비롯한 송지인, 이소윤 이른바 계약직 트리오도 화제가 됐다. 스스로를 비정규직 배우라 일컫는 이들, ‘직장의 신’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부각되기 힘들었을 이들이 여러 매체로부터 주목을 받으며 배우로서 일보 전진해나가고 있다. 첫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모두 등장했지만 대사 한 줄 없는 배우도 있었다. 박진욱, 강장덕. 우리 삶에도 그런 이들이 꼭 존재하듯이. 하지만 그들 또한 주인공이었다.
너무도 리얼해 어디에선가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살아있는’ 캐릭터들. 드라마 속 이야기가 현실의 삶과 접점을 찾기까지 리얼 캐릭터와 그들의 살아있는 연기가 시너지를 발휘했다.
21일 '직장의 신'은 최종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와이장의 계약이 끝나고 스페인에 돌아갔다가 1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은 미스김이 장규직이 근무 중인 와이장 원주 공장에 계약직으로 면접을 보는 열린 마무리로 종영됐다.
미스김의 모습에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최종회 부제처럼 '돌아와요 미스김'에 맞게 또 다시 한국 땅을 밟은 것인지 아니면 장규직의 상상인지 다양한 의견이 전해지고 있다. 이는 열린 결말 때문. 특히 미스김과 장규직의 러브라인을 아쉬워 했던 일부 팬들은 "시즌2 가나" 라며 영화에서 처럼 이들의 러브라인 그 뒷이야기를 기대하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그 아쉬움을 뒤로한 채 시청률 역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16회는 14.2%를 기록, 동시간대 시청률 2위로 막을 내렸다.
'직장의 신' 후속으로는 '상어'가 오는 27일부터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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