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없는 중국, 당간부 2세들의 천국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장 (kipeceo@gmail.com)

입력 2012.12.29 10: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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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의 중국 톺아보기>중국 공산당 일당 독재의 어두운 전망

'중국의 당과 국가' 니시무라 시게오·고쿠분 료세이 저/이용빈 역/한울아카데미 간(2012).
우리는 중국의 정치체계의 속성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유사 이래 애증이 교차해 온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인 중국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듯하면서도, 실상 중국의 본질에 대해선 정확하게 모르고 있는 듯싶다. 중국 공산당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담론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국 현대사와 정치체계에 대한 연구 성과가 풍성한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 학계의 연구 상황과 성과물은 초라하기 그지없는 수준이다.

'중국의 당과 국가'(니시무라 시게오·고쿠분 료세이 지음, 이용빈 옮김, 한울아카데미(2012).
는 일본의 중국정치 연구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석학 고쿠분 료세이 교수와 중국 근현대정치사의 전문가인 니시무라 시게오 교수가 협력하여 저술한 중국정치 연구의 역저이다. 이 책은 현재의 중화인민공화국을 평면적으로 관찰하지 않고, 청조(淸朝), 중화민국의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국가 형성 과정을 맥락적으로 추적함으로써 중국 정치체제 속의 역사적 경향성을 추출하여 중국 정치의 특장을 명확히 짚어준다.

이들은 현대 중국 공산당의 정치체제의 정치적 정통성의 뿌리가 어디에서 발원하고, 어떤 방식으로 이어져 왔는지 역사적 고찰을 통해 그 내막과 어두운 그림자까지 규명해 준다. 따라서 이야기 전개 자체가 중국 현대사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이다. 편년체적 서술로 연대기적 사건들의 전개과정을 통시적으로 기술하면서, 때론 역사적 사건들이 어떤 전기와 영향을 만들어내는지 기년체적 서술을 병용하고 있다.

현대 중국은 공산당이 절대적으로 영도하는 일당독재체제이다. 저자는 이런 중국의 정치체계를 ‘당-국가(party-state) 체제(黨國體制)’로 부른다. 이는 사회주의 이념의 공산당이 국가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갖고 당과 국가가 유착된 이중적 지도체계이다. 저자는 이 같은 체제가 공산당이 국가와 국민 전체를 대표한다는 일종의 신화에 기반을 둔 ‘대행주의적’ 이데올로기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보편적 가치를 멀리하면서 ‘중국적 특수성’을 강조하는 근거가 된다.

‘당-국가 체제’의 연원은 청말 입헌·헌정 운동의 역사, 쑨원(孫文)의 삼민주의를 기반으로 하여 입헌공화제가 주창되었던 정치적 자장의 변질과 연관이 있다. 사실 중국에도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근대 국가를 형성할 소중한 기회가 다가온 적이 있었다. 바로 아편전쟁(1840~1842)으로부터 시작된 중국 근대화 시기이다. 신정(神政)과 헌정(憲政)이 혼재하던 청말 왕조는 쑨원이 주도한 신해혁명(1911)에 의해 붕괴하고, 최초의 입헌공화제 국가인 중화민국이 탄생한다.

헌법 시행 전에 예비된 ‘중화민국 임시 약법’은 ‘주권 재민’, ‘의회제와 책임내각제’, ‘사법 독립’, 등의 입헌공화제의 정치체제를 설계하여 아시아 최초의 ‘주권 재민’의 헌법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근대 입헌주의의 기본적 규범을 실천해 낼 자유롭고 경쟁적인 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표에 의해 구성되는 국회와 ‘정당정치체’를 만들어 내지 못해 민주공화국의 창출에 실패하고 만다. 이는 군사력을 갖춘 위안스카이가 대총통의 권한을 독단적으로 행사하여 ‘홍헌(洪憲) 황제’가 되고자 한 야욕 때문이었다.

다행히 위안스카이 사망이후 쑨원이 1919년 5.4운동을 통해 입헌공화제의 법통 복원을 추동하고, ‘공화를 공고히 하고 삼민주의를 실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중국국민당을 조직함으로써 새로운 정치적 정통성을 구축하게 된다. 1925년 쑨원이 사망한 후 장제스(蔣介石)의 국민정부는 각 지역의 군벌의 정치 기반을 무너뜨린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혁명의 영향으로 사회 저변에 팽배해진 계급혁명의 관념을 뒷받침하기 위해 ‘삼민주의를 본체로 삼고, 러시아의 공산당체제를 도구로 활용하는’ 정치체제를 만들게 된다. 이는 1920년대 초반까지 존재했던 입헌공화제에 기반을 둔 ‘대총통’과 ‘국회’제도에 대한 정통성의 관념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 된다. 바로 비극적인 ‘당-국가 체제’ 탄생의 씨앗이 된다. 이는 당시 정치체계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준 것으로 공화주의자들의 가슴을 치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쑨원이 사망하기 1년 전에 출간한 '삼민주의·민주주의'에서 대의(代議) 정치체제는 중국에 도입할 수 없다고 보고, 러시아 혁명으로 나타난 ‘인민독재’의 정치체제가 대의 정치체제보다 개선된 것으로 평가한 점도 당시 정치지도자들이 민주적 공화정치체계에 대한 이해와 통찰이 부족했던 시대적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에 의한 국가 수립’을 거쳐 ‘당에 의한 국가통치’로 나아가고, ‘당을 국가의 위에 두어야 하는 것’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쑨원의 인식은, 군정(軍政), 훈정(訓政), 헌정(憲政)의 3단계 정당론으로 귀결된다. 현재의 중국 공산당의 ‘당-국가 체제’의 뿌리가 쑨원과 장세스의 국민당에 닿아있음을 볼 수 있다. 중국 정치체제의 ‘잘못 꿰어진 첫 단추’가 아쉽기만 하다.

저자들은 장제스의 국민당과 마오쩌둥의 공산당의 쟁투과정과 정치체제의 변동과정을 상세히 기술한다. 특히 장제스의 중화민국의 정치체제가 훈정에서 헌정으로 이행하지 못하고 좌절한 상태에서 중국 공산당에 쫒겨 대만으로 밀려감으로써 공화적 정치 변동의 동력이 소멸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나마 근대 민주주의와 친화성을 가졌던 국민당의 패배는 중국 정치체제의 발전 경로에 뼈아픈 손실이었다.

물론 국민당과 공산당의 쟁투과정에서 몇 번의 역사적 전기를 만들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1947년 1월 1일 공포된 중화민국헌법에 명시한 정치제도의 기반은 획기적 정치사상을 담고 있었다.

제1조에 “중화민국은 삼민주의에 기초하며, 민유(民有), 민치(民治), 민형(民亨), 즉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천명한 입법주의 헌정체제는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것이었다.

특히 민선 대의제인 ‘삼원제 국회’가 탄생하고, 행정원, 입법원, 감찰원을 두어 견제와 균형을 도모한 국가체계도 세계 조류에 순응한 권력체계였다. 중국 민주주의의 초보적인 기초가 만들어 진 셈이었다.

하지만 정치체계의 재편성이 국민당 내부의 권력 투쟁과 예산 편성 및 자원의 재분배 과정에서 정치적 갈등과 모순을 증대시켜 정치적 정통성이 와해되기 시작하고, 군사력에서 공산당에 패퇴하여 공화정의 꿈은 좌절된다.

저자는 국민당의 실패요인으로, ‘내전’을 주도하여 평화를 소망한 민중의 민심을 잡지 못했고, 헌법 제정 과정에서 민주동맹 등 중도적 정당과 정파를 배제함으로써 정통성을 확립하지 못했으며, 농민들에게 토지를 주는 개혁적 토지정책을 실시하지 못했던 점을 꼽는다.

반면 공산당의 성공요인을 저자가 명시적으로 적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국공 협상과정에서 여러 계급들을 연합시킨 통일전선 정치제도로서의 ‘연합정부’를 표방하여, 여러 당파들을 공산당에 협력토록 유인했던 점이 주효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시기의 불안정한 취약점을 일시적으로 보완하고자 한 책략이었을 뿐, 공산당 일당 독재와 ‘당-국가 체제’가 확립됨에 따라 민주적 조류는 일거에 사라진다. 농지개혁으로 토지를 농민에게 분배했던 공산당 혁명정부는 건국에 성공하자 모든 토지와 생산수단을 당과 국가에 귀속시킨다.

결국 제 정파에 대한 협력의 손길도 농민에 대한 토지분배의 유혹도 모두 위장 전술이었던 셈이다. 저자가 중국 공산당이 ‘당-국가 체제’를 설계하고 확립시켜 나가는 역사적 경로를 세밀하게 추적하고 있지만, 왜 이런 기이한 지배체계가 형성되었는지 그 배경과 요인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않는 점은 아쉽다.

필자는 크게 대내적 요인과 대외적 요인 두 가지가 작용했다고 판단한다. 첫째, 중국의 유구한 왕조국가의 지배체제에서 자유와 민주의 싹을 키우지 못해 새롭게 유입된 서양의 공화주의의 정치체제를 이해할만한 정치적 토양과 역량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둘째, 여러 정치체계에 대해 탐색이 이루어지는 와중에,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정권을 장악한 당 조직이 국가의 제도와 조직을 장악한 ‘당-국가 체제’의 소련 모델을 쉽게 수용하고 말았다. 사회주의 혁명의 열풍을 수렴해 나가지 않을 수 없었던 시대적 급박함이 정치체계의 면밀한 검토 없이 채택하게 한 압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는 건국 이후 50년대 초에 중국 공산당이 당의 지도력 강화를 위해 소련을 사회주의 건설의 선구자로 삼아 모든 국가운영 방식을 적극적으로 학습하여 이식하려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이 확립한 ‘당-국가 체제’는 중국 현대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중국에는 사법권의 독립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삼권분립도 존재하지 않는다. 공산당의 영도가 절대적 원칙이며, 입법, 행정, 사법의 모든 국가 운영 체계는 공산당의 핵심 영도아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인류가 수세기 동안 피와 땀으로 진보시켜온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가 작동하는 보통국가와는 거리가 멀다. 이런 ‘당- 국가 체계’는 문화대혁명같은 마오쩌둥의 개인적 카리스마를 활용한 동원형 정책을 밀어붙이거나, 공산당 내 반우파 투쟁을 원천 봉쇄하고, 티베트 등 소수민족을 억압하는 데 유효하게 작동되었다.

물론 당과 국가 및 정부의 직위와 직무를 분업시키기 위한 시도가 간헐적으로 있었고, 1989년 텐안문 민주화 운동이 ‘당-국가 체계’를 이완시키는 듯 했지만,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시대를 거치며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도 ‘당-국가 체계’는 더욱 공고해졌고,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자본가와 엘리트를 포섭하여 체제를 강화한 ‘국가조합주의’는 더욱 튼튼해졌다. 중국이 가야 할 민주화의 길은 앞으로도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자도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할 만큼 공고한 ‘당-국가 체제’가 어떻게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전환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떠나질 않는다. 중국의 ‘당-국가 체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운영되는 한국, 일본, 미국 등 주변 이해국과 친화성이 멀고, 일당 독재의 완벽한 전체주의 체제로 유지되는 북한에겐 늘 부정적 영감을 준다.

경제 대국으로 올라서는 중국과 한국이 보다 자유롭고 긴밀한 교류와 협력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선 우리와 친화성을 갖는 동일한 정치체제가 절실히 요구된다. 즉 중국의 정치체제가 바뀌어야만 한다. 물론 중국은 우리의 소망과 달리, 우선 당장 양극화 해소가 정치개혁보다 더 시급한 당면과제로 인식할 수 있다.

계급 해방, 평등한 세상을 내걸며 등장한 중국 사회주의 정권이 사회주의 시장경제 도입으로 국부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켰지만, 국민 개개인의 삶은 양극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1년 기준 지니계수가 0.61로 청말 ‘태평천국의 난’ 당시 수준과 비슷한 위험 수준에 도달, 세계 최악의 소득불평등 국가가 된 점이 이를 웅변한다.

중국에는 상속세가 없다. 부의 대물림에 어떤 장애도 없다. 국영기업이나 알짜배기 중추 산업의 민간기업을 장악한 태자당이 권력과 부를 축적한 특권계급을 형성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정치적, 경제적 권력을 장악한 공산당 기득권층의 부의 효율적인 재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가 붕괴의 심각한 위기마저 도래할 수 있기 때문에 시진핑 시대는 분배가 최우선 과제가 되고, 정치개혁은 또 뒷전으로 밀릴 것 같다.

하지만 현재의 전체주의적 정치체제에 다스려지는 혼합 시장경제(mixed market economy)의 수단은 일시적으로 양극화를 완화할 정책을 펴 나갈 수는 있겠지만, 궁극적인 소득불평등 해소의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듯싶다.

중국의 쑤사오즈(蘇紹智)가 말한 대로, 정치발전의 3단계인 민주화(democratization)로 대전환이 이루어지면서 일당 독재가 포기되고 복수정당제의 경합적 정치체계로 이행되고, 경제 발전의 3단계인 자유시장화(free marketization)에 의해 경제의 자유화가 추진되고 국가는 시장의 조절에만 관여하는 단계로 진화되어 나가는 일은 요원할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중국의 ‘당-국가 체제’가 경제성장에 따라 다원화되고 분화하는 사회의 현실과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새로운 정치체제에 대한 열망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공산당이 초월적 위치에서 국가의 모든 것을 장악하는 체제는 점점 그 정통성과 실효성을 상실해 갈 것임에 틀림없다. 중국 사회에 싹트고 있는, 자유와 민주를 갈망하는 내부 동력과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는 국제정치·경제시스템과의 교류에 의한 훈풍은 중국의 정치체제 개혁의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중국이 세계 일류국가로 발전하기 위해 새로운 혁명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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