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깬 시즌 판도…원인은 '세대교체'

데일리안 스포츠 = 박상현 객원기자

입력 2012.12.20 08:17  수정

동부, 김주성·이승준 삐걱-짠물농구 실종 '9위'

SK, 김선형·최부경에 중견 조화..예상 밖 '선두'

SK가 예상을 깨고 선두로 치고 올라간 가운데, 강팀 동부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농구 전문가들의 예상이 완전히 깨졌다.

예상이야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것이지만 이번 시즌처럼 농구 전문가들의 시즌 판도 예상이 거꾸로 뒤집힌 적은 흔치 않다. 현장에서 만나본 몇몇 전문가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한다.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 전문가들을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도록 만든 팀은 바로 원주 동부다. 전주 KCC야 전태풍이 대구 오리온스로 이적하고 하승진이 군에 입대해 차, 포, 마, 상이 모두 빠져 일찌감치 하위권으로 분류됐다고 하더라도 동부가 9위까지 추락해 6강 진입이 힘겨워진 것은 너무나 의외다.

시즌 개막 직전만 하더라도 동부의 강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됐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안양 KGC의 '젊은 피'에 밀려 역대 정규리그 최다승을 거두고도 챔피언에 오르는데 실패했지만 전력은 더 올라갔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이런 평가는 지난 시즌까지 서울 삼성에서 뛰었던 이승준을 영입했기 때문이었다.

이승준의 영입에 대해 실(失)보다는 득(得)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이승준의 수비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긴 했지만 김주성과 이승준이 용병과 함께 강력한 트리플 타워를 형성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영 딴판이었다. 동부의 트레이드마크인 '짠물 농구'는 완전히 실종됐다. 동부의 올시즌 평균 실점은 78.4점. 지난 시즌 평균 67.9실점으로 최소실점을 기록했던 동부의 모습은 사라졌다. 불과 한 시즌만에 최소실점 팀이 최다실점 팀이 됐다.

그렇다고 공격력이 나아진 것도 아니다. 지난 시즌 평균 75.2득점을 기록했던 동부는 올 시즌 74.8득점으로 오히려 조금 줄었다. 득점력은 나아진 것이 없는데 수비력만 크게 약해졌으니 성적 추락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이를 두고 이승준의 영입이 실패라는 뒤늦은 결과를 내놓고 있긴 하지만 동부의 문제는 오랜 기간 내재됐던 불안요소가 터진 것에 불과하다. 김주성이라는 자원이 동부를 강호로 군림시켰지만 노쇠화로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김주성에 모든 전력이 집중된 구조다보니 김주성이 부진하면 동부는 자연스럽게 추락할 수밖에 없다. 김주성에 전력의 대부분을 쏟는 바람에 세대교체의 기회를 잃어버렸다. 젊은 선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리틀 김주성' 윤호영은 상무에 입대했다.

세대교체에 실패한 팀이 동부라면 이와 반대되는 곳은 바로 서울 SK다. 만년 하위 팀에 불과했던 SK는 올 시즌에도 잘해야 중위권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가 무색하게 SK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

SK는 올 시즌 세대교체가 잘된 팀으로 꼽힌다. 오세근(안양 KGC)만 아니었다면 신인왕은 당연했을 김선형은 이제 SK는 물론이고 한국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특급 가드로 성장했다. 포인트가드로 완전히 탈바꿈한 김선형의 활약으로 SK는 공격이 술술 풀린다. 주희정과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장신 포워드인 신인 최부경도 SK에 큰 힘이다. 경기 평균 30분 이상을 뛰면서 9.3득점과 6.5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여기에 부산 KT에서 이적한 박상오까지 가세, 김민수에게 과중한 부하가 걸려 높이 싸움에서 열세를 면치 못했던 모습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애런 헤인즈라는 기량이 입증된 용병의 영향도 있지만 젊은 선수들의 활약은 SK가 더 이상 만년 하위 팀이 아님을 보여준다.

지난 시즌 KGC는 박찬희와 이정현, 양희종, 김태술에 오세근까지 20대 선수에 중견급 선수의 뒷받침으로 정규리그 2위에 이어 처음으로 챔피언 자리에 올라 '세대교체의 모범 사례'로 기록됐다. 세대교체가 팀을 계속 튼튼하게 만들고 전력을 안정화시키는 절대 요소라면 올 시즌 동부의 추락과 SK의 고공행진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지금까지만 본다면 시즌이 끝난 뒤 동부의 추락은 '세대교체 실패의 반면교사', SK의 선전은 또 다른 모범 사례가 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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