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준중형차 제원 및 가격 비교(각 차종 4도어 세단 1.6~1.8ℓ 가솔린 모델 기준)
지난 17일 기아차의 포르테 후속 신차 K3가 출시되면서 그동안 아반떼가 주도하고 크루즈와 SM3가 근근이 명맥을 이어오던 준중형차 경쟁 구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기아차는 이날 미디어발표회에서 이례적으로 형제차인 아반떼를 경쟁상대로 지목할 만큼 강한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시장 주도를 위해 사실상 '팀킬'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게다가 올 들어 최악의 실적을 보이고 있는 르노삼성 역시 이달 초 출시한 페이스리프트 모델 뉴 SM3를 ‘부진탈출’의 선봉으로 앞세우고 있는 만큼 준중형 시장의 업계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아반떼와 플랫폼 공유하는 K3, 연비 높여 차별화
기아차는 K3의 판매목표를 월 5000대로 잡고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월평균 판매대수가 아반떼 8869대, 크루즈 1683대, SM3 1459대였으니, 구형인 포르테(1805대)의 고객층을 100% 흡수한다고 해도 3000대 이상은 다른 데서 끌어와야 한다.
특히, 그 중 2000여대는 ‘준중형차의 지존’이자 ‘형제차’인 아반떼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고 전리품으로 챙겨야 한다.
기본적으로 K3가 갖춘 최대의 무기는 풀체인지에다 이름까지 바뀐 완전한 신차라는 상징성이다. 2~4년씩 같은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는 경쟁 모델들보다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SM3의 경우 헤드램프와 그릴, 앞범퍼에 조금 손질을 가한 것을 제외하고는 신차의 이미지를 어필할 만한 획기적인 디자인적 변화가 없다는 게 핸디캡이다.
하지만, K3가 신차 효과가 희석된 3~4개월 뒤에도 국내 준중형차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구모델인 포르테 및 형제차인 아반떼와의 차별성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플랫폼이 구모델인 포르테의 것 그대로일 뿐 아니라, 형제차인 아반떼와도 동일하기 때문이다.
일단, K3는 포르테와의 차별성은 확실히 하겠다는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
이형근 기아자동차 부회장은 17일 K3 보도발표회에서 “K3는 이전 포르테와는 차원이 다르게 만들어졌다”며 “개발 과정에서 전체적인 서브펜션 튜닝을 기아차의 스포티한 면을 강조하면서도 실용성, 승차감을 많이 요구했다”고 말했다.
윤선호 기아차 디자인센터장(부사장)은 “젊은 고객들을 유입하기 위해 스포티함을 가미하려고 노력했다. 포르테에 비해 실내공간을 넓히면서도 차체 높이를 낮추는 등 전체적인 프로파일을 세련되게 구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외형만 보더라도 K3와 포르테의 차별성은 명확하다. 전장은 30㎜, 전폭은 5㎜ 늘어난 반면, 전고는 25㎜ 낮아졌다.
특히, 실내공간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축거(휠베이스)는 포르테보다 50㎜ 늘어난 2700㎜로, 경쟁 차종에 비해 레그룸이 좁았던 포르테의 핸디캡을 만회했다.
아반떼와 비교하면 전장과 전폭은 다소 크지만 전고와 축거는 동일해 실내 거주성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파워트레인의 경우 신차인 K3나 구형인 포르테, 형제차인 아반떼 모두 동일한 1591cc급 1.6 GDI 엔진을 장착했다. 엔진이 동일한 만큼 최고출력(140마력)과 최대토크(17.0kg·m)도 세 모델 모두 같다.
다만, K3는 연비 측면에서는 차별성을 기했다. 구연비 기준으로 일반 모델은 16.7km/ℓ, 공회전방지시스템인 ISG(Idle Stop & Go) 장착 모델의 경우 17.7km/ℓ로, 아반떼나 포르테보다 각각 0.2km/ℓ 높다.
같은 엔진을 장착하고도 연비를 개선할 수 있었던 것은 공력성능을 개선한 덕이다. K3에는 공기흐름을 제어하는 리어 및 센터 언더커버와 휠 디플렉터 등이 적용됐다.
신연비 기준은 뉴 SM3가 준중형 최고
사실, K3의 이같은 요소들은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타 경쟁 차종에 비해 월등히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사이즈와 실내공간의 경우 그동안 준중형차로서는 압도적인 큰 덩치를 자랑했던 르노삼성 SM3와의 격차를 다소 줄인 수준이다. 여전히 크기 면에서는 SM3가 우위다.
연비는 우월을 가리기가 다소 애매하다. 르노삼성이 엔진 교체와 신개념 무단변속기 X-CVT 적용을 통해 뉴 SM3의 연비를 대폭 개선하면서 만만치 않은 상대가 됐기 때문이다.
구연비 기준으로는 ISG를 적용한 K3(17.7km/ℓ)가 뉴 SM3(17.5km/ℓ)보다 다소 높지만, 신연비 기준으로는 SM3(15.0km/ℓ)가 K3(14.5km/ℓ)를 압도한다.
신연비 규정 적용 이전에 출시된 아반떼, 크루즈와 비교하느라 구연비를 함께 언급했지만, 현재의 연비 규정으로 보면 준중형 최고 연비는 SM3라고 할 수 있다.
K3의 동력 성능은 쉐보레 크루즈에 밀린다. 물론 1.8ℓ급과 1.6ℓ급 엔진의 차이는 있지만, 준중형급에서는 최고출력 142마력과 최대토크 17.8kg·m을 내는 크루즈가 최고다.
편의사양 면에서는 K3가 내세울 게 많다. 구형인 포르테보다 150만원 이상 오른 가격에 대한 해명도 바로 편의사양이다.
하지만, SM3와 아반떼, 크루즈도 각각 페이스리프트와 연식변경모델이 나온 만큼 차별성이 아주 크지는 않다. 연식변경모델의 경우 바꿀 수 있는 게 편의사양 추가 밖에 없는지라 다들 그 부분에 공을 많이 들인 탓이다.
K3에 적용되는 사양 중 ‘동급 최초’라는 수식어가 들어간 것은 ‘프로젝션 헤드램프’와 2가지 시트 위치 설정이 가능한 ‘메모리 시스템’ 정도다. 이들 외에 최초가 아닌 고급 사양들도 다수 적용됐지만, 대부분 돈을 추가로 들여야 장착 가능하다.
첨단 텔레매틱스 서비스라는 ‘UVO(유보)’ 역시 그다지 신선한 아이템은 아니다. 이미 K9, 뉴 쏘렌토R 등 다른 차급을 통해 소개된 데다, 현대차 아반떼에 적용된 블루링크와 이름만 다를 뿐 동일한 서비스다. 또, 크루즈에 적용된 마이링크와 뉴 SM3에 적용된 스마트 커넥트도 각기 텔레매틱스 서비스라는 타이틀을 내세우고 있다.
아반떼보다 비싼 K3, "주력 트림은 가격차 최소화"
가격 측면에서는 K3가 아반떼에 비해서는 다소 비싸지만 크루즈와 뉴 SM3보다는 여전히 저렴한 수준이다.
K3 기본형은 아반떼보다 152만원 비싸고, 최상위트림끼리 비교하면 29만원 차이가 난다. 기본형의 가격차는 큰 편이지만, 가장 많이 팔리는 중상위 트림은 13만원 차이에 불과해 가격에 대한 거부감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알맹이'가 같은데다, 준중형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아반떼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격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서춘관 기아자동차 국내 마케팅실장(상무)은 “소비자들의 선호 사양을 파악하고 기존 옵션 중 불필요한 것들을 일부 삭제하는 대신 새로 업그레이드된 주요 사양들을 탑재, 소비자들에게 쉽게 와 닿을 수 있는 가격으로 책정했다”고 말했다.
일단 시장 분위기는 신차 물량을 충분히 소화해줄 만큼 대기수요가 많이 쌓인 상황이다. K3와 SM3의 출시를 앞두고 기존 준중형차들의 판매가 일제히 감소한 것.
아반떼의 경우 8월 판매대수가 5629대로 1~8월 평균(8869대) 대비 3200여대 줄었고, 크루즈(1427대)와 SM3(1388대)도 100~200대씩 줄었다. 단종을 앞두고 10% 할인이라는 적극적인 프로모션에 나선 포르테(1875대)만 소폭 늘었을 뿐이다.
물론, 경기 침체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풀체인지모델인 K3와 페이스리프트모델 뉴 SM3에 대한 대기수요도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일단 K3의 경우 신차효과를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는 분위기다. 지난달 27일부터 시작한 사전계약이 불과 20일 만에 9000대를 기록했다.
개별소비세 인하와 잇단 신모델 출시라는 호재가 겹친 9월 준중형차 시장에서 신모델들이 어떤 성적을 거둘 것인지, 또 기존 모델들은 어느 정도 시장을 방어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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