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왜 이러나?" 재계, 또 발끈

이광표 기자 (pyo@ebn.co.kr)

입력 2012.07.31 19:02  수정

대주주의 '가공의결권 제한' 추진에 "도대체 뭘 말하려는 건가" 성토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모임 소속인 이혜훈 최고위원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대주주의 '가공의결권 제한' 등 지배구조를 대수술하는 내용의 '경제민주화 3탄'을 내달 초 발의하겠다는 것과 관련, 재계가 강력반발하고 나섰다.

재계는 가공의결권이 제한될 경우 국내 주요 그룹들의 계열사 간 의결권 행사가 더욱 엄격하게 제한되면서, 총수의 지배력은 한층 약화되고, 결과적으로 투자위축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면 순환출자구조로 이뤄진 삼성, 현대차 등 국내 그룹들의 계열자 지배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31일 재벌의 순환출자 구조와 관련해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가공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경제민주화 3호 법안을 마련해 8월 초 발의하기로 했다.

배임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에게 집행유예를 금지하는 '경제민주화 1호 법안'과 재벌 일감몰아주기를 금지하는 '2호 법안'에 이어 세 번째로 재벌기업과 총수를 정조준한 정책이다.

우선 새누리당은 이번 법안에 대해 순환출자를 강제 해소하거나 매각을 명령하는 것이 아닌 가공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이는 야당이 주장하는 순환출자 전면 금지와는 다른 기업 현실을 좀 더 이해한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가공의결권 행사금지'를 두고 재벌의 계열사 순환출자 과정에서 실제 재벌 총수나 일가의 소유지분보다 더 많게 부풀려진 의결권을 금지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른바 '총수 일가의 경영권 유지수단'이라는 주장이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지분을 늘리지 말라는 게 아니라 지분도 없으면서 남의 지분으로 권리행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대기업을 겨냥한 가공의결권 제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재계는 새누리당의 정책을 두고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표시하고 결국 지배구조를 과도하게 간섭하고자 하는 것은 야당이나 여당이나 다를게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새누리당이 말하는 '가공 의결권'이라는 것 자체에 의문을 표시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가공 의결권을 금지해 순환출자를 막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가공 의결권이라는 게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지분구조를 가지고 의결권을 제한하겠다는 것 같은데 지분 구조 만으로 지배구조의 건전성을 따지는 것은 기업의 경영 현실을 모르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당장 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면 순환출자구조로 이뤄진 삼성, 현대차 등 국내 그룹들의 계열자 지배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추진 중인 법안은 작은 보유 지분으로 자금을 동원해 경영하는 주식회사의 기본 취지를 부정하는 법안들"이라면서 "가공의결권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순환출자 고리를 풀려다보면 지배구조 개선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하면서 기업들의 투자활동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가족지배기업이 한국적인 현상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이는 선진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지배구조인 만큼 경영성과를 기준으로 지배구조를 평가해야 한다"면서 "가족 소유의 지배구조나 경영권 승계를 대기업이 채택한다는 것만으로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또 다른 편견일 뿐이며 가족지배구조는 중견·중소기업에서 더 많이 선택하는 지배구조"라고 지적했다 경제민주화 3호 법안 추진에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고 있다.

한편 새누리당은 재벌개혁을 핵심으로 한 경제민주화의 일부 정책이 최근 당내에서도 반발 기류에 부딪히며 당내 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재계는 물론 정치권 내에서도 정당성 여부를 두고 당분간 논란이 될 전망이다.[데일리안=이광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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