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E 링에 레스너 문워크 뜬다면?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입력 2012.02.18 09:23  수정

선수들 투혼에도 인기는 추락

쇼 엔터테인먼트 본질 회복해야

WWE가 최근 UFC 등 종합격투기에 팬들의 관심을 빼앗기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프로레슬링 WWE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무엇보다 ‘실전종합격투기’ UFC의 폭풍적인 성장세에 밀린 측면이 가장 큰 인기하락 요인이다. 그러나 스타 부재와 식상한 스토리 라인, 진화 없는 경기 방식 등 그동안 현실에 안주한 주최 측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수십 년째 계속돼 온 ‘사다리매치’는 역대 프로레슬러들만 달랐을 뿐, 전개방식이 엇비슷했다. 사다리에 올라가서 피아노 줄에 걸린 챔피언벨트를 쟁취하는 선수가 승자지만, 이 과정서 벌어지는 우발적인 상황은 사실상 99% 같았다.

사다리 꼭대기에 다다른 레슬러에게 드롭킥을 먹인다거나, 아예 사다리를 밀어 함께 넘어뜨리는 식이다. 또는 같이 사다리로 올라가 펀치세례를 주고받다가 동시에 추락하기도 한다.

철장매치도 마찬가지다. 철장 밖으로 먼저 탈출하는 자가 승자지만, 철장을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레슬러 간 밀고 당기기는 재방송의 연속이다. 프로레슬링 세계에 처음 입문한 신참 팬들이야 아슬아슬한 묘미에 탄성을 내지르겠지만, 수십 년간 지켜 본 골수팬들은 식상함을 넘어 졸음이 올 지경이다.

더 큰 문제는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만큼이나 선수들도 한층 위험수위 높은 기술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겉으론 화려해 보이지만, 이들은 경기 직후 진통제를 과다 복용할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레슬러들의 수명도 단축되고 있다. 미스터 퍼펙트, 릭 루드, 로드 워리어 호크(리젼오브둠 멤버), 오웬 하트, 빅보스맨, 에디 게레로, 크리스 벤와, 우마가 등등은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사인도 약물과다, 실족사, 자살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은 사망하기 직전까지 참을 수 없는 근육통이 엄습해 침대 위에서 수없이 뒤척여야 했다. 때문에 일반 진통제 수준이 아닌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를 찾게 되고, 이는 오남용으로 이어져 심각한 호흡곤란, 근육마비 등 부작용을 초래하고 말았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지나치게 과격한 장면 연출에 집착할 게 아니라 기발하고 참신한 경기 방식 도입 등을 통해 다각도로 WWE 부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역대 프로레슬러나 스포츠스타 등 유명인사와 육식동물의 ‘코스튬(costume) 플레이 도입’은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특수 분장 기술을 총동원해 미스터 퍼펙트, 빅보스맨, 오웬하트, 에디 게레로가 다시 링 위에 설 수 있다면, 올드 팬들은 감격의 눈물을, 새로운 팬들을 신선함을 느낄 것이다.

타이슨이나 알리, 포먼 분장을 하고 나온 프로레슬러가 경기에서 해당 복서 스타일을 정확히 흉내 내며 싸우는 장면도 전 세계 복싱 팬들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다. 마이클 잭슨이 환생해 사각 링 위에서 덩치 큰 빅쇼와 브록 레스너에게 ‘문워크’를 전수하는 이벤트, 퀸이 트레이드마크인 왕관과 붐마이크 스탠드로 존시나의 등을 내리치는 장면 등은 상상만으로도 흥분된다.

이미 비슷한 성공전례가 있다. 전설적인 팝스타 엘비스 프레슬리 외형을 표절(?)한 지난 80년대 추억의 프로레슬러 홍키통키맨이 대표적인 예다.

지금이 홍키통키맨 시절과 다른 점은 분장기술이 더 정교해졌다는 점이다. 이를 프로레슬링에 접목시킨다면 WWE는 실전종합격투기 UFC에 추월당한 인기와 명성을 충분히 되찾아 올 수 있지 않을까. WWE의 장점인 '스포츠 쇼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