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서의 화려한 경력과 달리 대표팀에선 고개를 떨궈야 했던 이동국이 최강희 감독의 신뢰 속에 다시금 부활의 기회를 잡았다.
‘라이언킹’이 다시 돌아왔다.
이동국(33·전북)은 10일 발표된 우즈베키스탄, 쿠웨이트전의 국가대표팀 소집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동국의 대표팀 복귀는 지난해 10월 폴란드-UAE와 연습경기 이후 4개월만이다.
하지만 이 시기는 이동국에게 아픈 기억만 남았다. 조광래호에서 부활을 노리며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상처만 남긴 채 다시 하차해야 했다. 더구나 폴란드전은 교체 선수 숫자 초과로 A매치로 인정조차 받지 못했다. 조광래호는 이동국과 궁합이 맞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대표팀 발탁은 상황이 다르다. 전북에서 이동국의 부활을 함께했던 최강희 감독이 새로운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되며 가장 먼저 이동국의 이름을 찾았다. 자신의 축구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지도자가 최강희 감독이다.
대표팀 선수구성이 큰 폭으로 바뀐 것은 물론이고 전술의 무게중심도 달라질 전망이다. 이번 대표팀에서는 이동국을 비롯해 전북 소속 선수들만 무려 5명이나 합류했다.
쿠웨이트전은 사실상 단판승부다. 최강희 감독은 경기의 중요성을 감안해 쿠웨이트전의 선발 기준으로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과, 꾸준한 경기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파의 중용을 시사했다. 지난해 K리그 최고의 선수였던 이동국의 대표팀 재발탁은 이러한 변화의 상징과도 같다.
최강희는 이동국을 살릴 수 있을까
이동국에게 국가대표팀은 짧은 영광과 긴 시련을 동시에 선사했다. 1998 프랑스월드컵 본선에서 당시 최연소 국가대표로 참가했던 이동국은 태극마크 경력으로는 현재 대표팀 내 선수들 중 최고참이다.
이동국은 약관의 나이에 99년 세계청소년선수권 대회,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0 아시안컵 등 각급 대표팀에서 승승장구하며 한국축구의 차세대 공격수로 성장했다.
하지만 어린 나이 때부터 각급 대표팀을 넘나들어야했던 과도한 혹사와 부상은 이동국의 축구인생을 가로막았다.
2002 한일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하며 꼬이기 시작한 이동국의 월드컵 행보는 2006 독일월드컵에서도 부상으로 본선개막을 코앞에 두고 분루를 삼켜야 했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는 무려 12년 만에 본선무대에 복귀했지만 또다시 대회직전 당한 부상으로 교체멤버로만 40분 남짓을 뛰는데 그쳤다.
우리 나이로 올해 34세인 이동국에게 2014년 브라질월드컵 출전은 생애 마지막 월드컵 도전이다. 브라질월드컵 본선이 되는 해에 이동국은 무려 36세가 된다. 어지간한 선수면 현역생활의 정점을 넘어 슬슬 은퇴를 생각해야할 시기다. 이동국이 그때까지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지금의 이동국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단 두 가지다. 공정한 기회와 감독의 믿음이다. 나이나 과거 경력에 대한 편견 없이 오직 현재의 실력만을 가지고 선수를 판단할 수 있는 눈과 선수의 장점에 맞춰서 플레이를 살려줄 수 있는 지도자의 전술이다.
전임 허정무 감독이나 조광래 감독은 이동국을 발탁하긴 했어도 크게 중용하지는 않았다. 대표팀의 넘버원 킬러는 박주영이었다. 이동국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은 옷에 스스로를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냉정한 평가뿐이었다.
허정무 감독과 조광래 감독은 박주영이 A대표팀에서 오랜 시간 골 침묵에 시달리거나 소속팀에서 출전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그를 중용했다.
선수 입장에서 자신을 믿어주는 지도자와 함께 한다는 것은 엄청난 효과를 불러온다. 이동국에게는 최강희 감독이 바로 그런 존재다. 전북에서도 그렇듯이 대표팀에서도 두 사람은 운명공동체가 됐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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