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레임은 자세를 낮추고 테이크다운을 경계했고, 이에 레스너는 변변한 태클 시도조차 제대로 못했다.
'데몰리션맨' 알리스타 오브레임(32·네덜란드) 상승세가 무섭다.
오브레임은 UFC 데뷔 무대로 관심을 모았던 UFC 141 'LESNAR vs. OVEREEM' 헤비급 매치에서 전 챔피언 출신의 강자 '고릴라' 브록 레스너(34·미국)를 상대로 압승했다. 오브레임의 근소한 우세를 예상하긴 했지만, 1라운드 2분 26초 만에 나온 TKO승은 충격적 결과다.
레스너가 지난해 케인 벨라스케즈에 챔피언 벨트를 내준 뒤 게실염 수술 등으로 하향세에 있긴 했지만, 분명 헤비급 최정상급 강자다. 이른바 '화물차 태클'로 불리는 형언할 수 없는 위력의 테이크다운은 알고도 막기 어렵고, 일단 상위 포지션을 점하면 탄탄한 레슬링 기량을 바탕으로 상대를 압살한다.
헤비급 최고의 서브미션을 자랑하는 프랭크 미어는 레스너와의 2차전 당시 힘에서 밀려 상위 포지션을 빼앗기고 처참하게 무너졌다. 해머펀치 소유자 쉐인 카윈 또한 레스너를 때리다 지쳐 '암 트라이앵글 초크'로 역전패했다. 섬세한 그래플러는 아니지만 워낙 파워가 세 유리한 포지션을 내주면, 레스의 화력을 당해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런 면에서 오브레임과 레스너의 대결은 누가 자신에게 유리한 영역에서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느냐에 따라 갈릴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전체적인 공격 옵션이나 노련미에서 오브레임이 우위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낮고 빠른 자세로 벼락같이 들어가는 레스너 태클에 걸린다면 알 수 없는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모든 것들은 기우에 불과했다. 헤비급 전향 이후 정상급 레슬러와의 대전 경험이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목됐던 오브레임은 너무나도 쉽게 레스너를 박살냈다.
초반 오브레임은 자세를 낮추고 테이크다운을 경계했고, 이에 레스너는 변변한 태클 시도조차 제대로 못했다. 오브레임에게서 빈틈을 찾기 어려웠던 것은 물론 근접했을 때 묵직한 펀치를 휘두르는 바람에 예의 저돌적인 돌진도 볼 수 없었다. 오브레임의 거리 유지 능력은 대단했다. 금방이라도 강력한 타격을 낼 듯 레스너를 압박하다가도 상대의 움직임이 바뀌려는 듯한 기색이 보이며 슬그머니 물러서거나 옆으로 돌아 타이밍을 빼앗았다.
어설프게 달려들었다가는 카운터 허용하기 십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던 레스너로서는 무리수를 던지기도 어려웠다. 마음 먹고 다리를 낚아채 테이크다운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오브레임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뿌리치며 빠져나갔다. 그 과정에서 버팅(butting)으로 오브레임 눈 주변에서 출혈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오브레임은 프라이드 시절의 근성 없던 그가 아니었다. 강자와의 대결 도중 출혈이 발생하면 당황할 법도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레스너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오히려 높여갔다.
강력한 기량의 오브레임 앞에서는 로저스나 레스너나 다를 바 없었다.
레스너의 태클에 대한 두려움을 떨친 오브레임의 기세는 무서웠다. 단순히 거리를 두고 타격을 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특기중 하나인 클린치 이후의 니킥 공격을 구사했다. 레스너 태클에 여러 별칭이 붙는 것처럼 오브레임 니킥 또한 팬들 사이에서 ‘교통사고 니킥’으로 통할 만큼, 가공할 위력을 자랑하는 기술이었다.
오브레임 니킥이 레스너 복부에 제대로 꽂히기 시작하자 추는 완전히 기울어버렸다. 오브레임은 마치 먹잇감을 놓고 사냥하는 맹수처럼 공격 일변도로 나섰고 레스너는 최대 무기인 태클을 시도도 하지 못하고 뒷걸음질 치며 도망가기 바빴다. 결국, 오브레임의 묵직한 미들킥이 정확하게 레스너의 몸통에 적중했다. 레스너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졌고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승리를 예감한 오브레임은 잔뜩 웅크린 레스너에게 파운딩을 날리며 심판의 스톱신호를 받아냈다.
오브레임은 그동안 팬들 사이에서 "제대로 된 강자와의 대결이 없었다“는 검증론에 시달렸다. 하지만 UFC 데뷔전에서 레스너라는 괴물을 맞이해 브렛 로저스-토드 듀피전과 다를 바 없는 낙승을 따냈다. 강력한 기량의 오브레임 앞에서는 로저스나 레스너나 다를 바 없었다.
첫 경기를 완벽한 승리로 장식한 오브레임은 현 챔피언인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27·브라질)에 도전할 자격을 얻었다. 과연 오브레임이 단 2전 만에 UFC 헤비급을 접수할 수 있을까. 레스너전을 통해 오브레임 위력을 제대로 확인한 UFC 관계자들이 그 가능성을 이전 보다 높게 보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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