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 통 큰 기부' 박찬호 노블리스 오블리제

이일동 객원기자

입력 2011.12.25 13:55  수정

입단 특별절차 밟으며 연봉 전액기부

무명과 이질감 좁혀, 한국의 클레멘테

지난해 10월 2일은 박찬호(38·한화)는 물론 아시아 야구사에 한 획을 그은 날이다.

플로리다 말린스전에서 거둔 값진 구원승으로 '토네이도' 노모 히데오의 123승을 넘어선 그날은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생활 17년의 굴곡진 야구인생의 대미를 장식한 날이다.

이 승리를 마지막으로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생활을 청산, 일본야구 오릭스로 진출한 바 있다. 물론 오릭스 역시 종착역이 아니라 스쳐가는 경유지였을 뿐, 고향으로 돌아오기 위한 일련의 과정 중 하나였다.

박찬호는 1년의 짧은 일본 생활을 끝내고 고향팀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다. 허나 국내복귀 과정도 기나긴 여정만큼이나 순탄치 않았다.

한국에 돌아온 박찬호는 현재의 자신을 있게 한 야구계로의 환원을 통해 클레멘테를 닮아가고 있다.

'특별한' 박찬호의 특별한 복귀

사실 박찬호는 내년에 한국야구에서 뛸 수 있는 자격이 없었다.

박찬호의 LA 다저스 진출 당시 지명을 받지 않고 바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최초의 케이스다. 기존 복귀 규정 대신 신인드래프트를 거쳐 2013시즌에 국내야구로 복귀해야 했다.

하지만 한화 구단과 KBO의 긍정적 스탠스, 그리고 나머지 8개 구단의 양해, 팬들의 지지가 한 데 어우러져 '박찬호 특별법'으로 구체화될 수 있었다. 피츠버그를 떠난 지 불과 1년 만에 일본과 한국야구를 모두 가질 수 있는 박찬호의 복귀 과정은 특별함 그 자체였다.

그 특별함은 박찬호만 누린 게 아니다. 한국프로야구 전체가 함께 누렸다. 연봉 6억의 통 큰 기부가 선행됐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시즌 공백 없이 야구를 하고 또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됐고, 야구계 역시 유소년야구 발전과 흥행이라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게 됐다. 국민 투수에 대한 배려에 통 큰 기부가 어우러진 결정이었다.

박찬호는 내년 신인의 연봉 2400만원으로 자신의 긴 야구인생의 대미를 고국에서 장식할 수 있게 됐다.


박찬호와 로베르토 클레멘테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마지막 팀이 피츠버그가 된 것은 행운이다. 피츠버그는 로베르토 클레멘테가 생전에 몸담았던 팀이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홈구장 PNC파크 뒤 앨러게니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이름도 6번가 다리에서 로베르토 클레멘테 다리로 바꿨을 정도로 피츠버그의 클레멘테 사랑은 특별하다. 클레멘테는 1972년 니콰라과 지진 당시 구호물품을 싣고 아름다운 비행에 나섰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당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였던 보위 쿤은 로베르토 클레멘테상을 제정, 매년 사회에 봉사한 선수에게 상을 주고 있다. 올해 수상자는 데이빗 오티스.

클레멘테와 박찬호의 공통점은 LA 다저스에서 시작해서 피츠버그에서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무리했다는 점이다. 클레멘테는 LA 다저스에서 야구생활을 시작했지만 룰5드래프트를 통해 피츠버그로 이적한 바 있다.

지금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매년 클레멘테를 기리기 위해 사회봉사를 하고 박찬호 역시 피츠버그 시절 참여한 바 있다. 박찬호는 피츠버그에서 통산 124승의 영광을 얻고 클레멘테를 통해 봉사와 나눔의 정신을 배웠다.

한국에 돌아온 박찬호는 현재의 자신을 있게 한 야구계로의 환원을 통해 클레멘테를 닮아가고 있다.


타인능해 나눔 미덕..야구계에도

박찬호는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팬들과의 교감을 통해 '생각하는' 야구인의 모습을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보여준 바 있다. 이제는 야구장 펜스 너머까지 포용하는 한국야구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양적 팽창과 더불어 정신적 성숙을 함께 이뤄가고 있는 한국야구다.

전남 구례에 가면 운조루에 직사각형의 구멍이 난 뒤주가 있다. 그 뒤주를 미닫는 마개엔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누구나 퍼갈 수 있게 한 주인 유이주의 나눔 철학이 담겨 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이번 스토브리그는 특급 선수의 진출과 복귀로 몸값이 폭등했다. 특급 스타와 무명 선수의 이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박찬호의 기부는 그래서 더 값지다. 이제 야구계에서도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는 일어나고, 또 '한국의 클레멘테'가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을 박찬호의 기부를 통해 품게 됐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일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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