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의 탄식’ 아직도 맺힌 병살…대체 왜

이일동 객원기자

입력 2011.10.17 09:10  수정

롯데, 9말 1사만루 찬스 병살로 무산

지나친 공격성..상대 흔드는 경험 부족

결정적인 끝내기 찬스에서 대타 손용석, 손아섭(사진) 모두 초구를 손댔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명승부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펼쳐졌다.

SK는 16일 부산 사직구장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연장 10회초 정상호가 롯데의 여섯 번째 투수 부첵을 통타, 왼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7-6 재역전승 했다.

이로써 SK는 5전 3선승제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잡는데 성공, 1승 이상만 거둬도 성공인 원정 2연전에서 심리적 우위에 설 수 있게 됐다.

반면 롯데는 6-6 동점이던 9회말 무사 2루에 이은 1사 만루의 기회를 손아섭 병살타로 날려버린 뒤, 연장 10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정상호에게 결승 솔로홈런을 얻어맞으며 1차전 승리를 날려버렸다.

초반 기선을 잡은 팀은 롯데였다.

롯데는 1회말 1번타자 김주찬이 SK 선발 김광현의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로 쾌조의 가을 잔치를 시작했다. 2회말에도 김주찬과 손아섭의 연속안타로 추가 2득점, 기선제압에 완벽히 성공했다.

하지만 4회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SK 박정권이 호투하던 롯데 선발 장원준으로부터 우중월 솔로포로 추격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페이스가 흔들린 장원준을 집중 공략한 SK는 연속안타로 추가 2득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 6회 박진만의 1타점과 7회 안치용의 투런포로 역전에 성공한 SK의 막판 굳히기가 시도되자 롯데의 재반격이 시작됐다. 8회말 2사 후 이대호의 극적인 동점 적시타로 6-6 무승부를 만들면서 승부는 미궁으로 다시 빠져들었다.


9회 1사 만루, ´아쉬운´ 손아섭 병살타

무승부의 여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곧바로 9회말 롯데가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 9회말 롯데 선두타자 황재균은 SK 마무리 엄정욱으로부터 우중간을 꿰뚫는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그 다음 타자 조성환 타석에서 보내기 번트를 예상했지만 양승호 롯데 감독은 허를 찔렀다.

보내기 번트 모션으로 SK 내야수의 전진수비를 유도한 뒤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를 시도한 것. 이게 적중했다. 잡아당긴 조성환의 타구는 3유간을 꿰뚫는 좌전안타. 무사 1,3루의 끝내기 기회가 찾아왔다.

9번 양종민 타석에서 양승호 감독은 손용석을 대타로 내세웠다.

손용석은 엄정욱의 초구를 공략했다. 평범한 투수 앞 땅볼. 이 순간 엄정욱은 3루 주자를 묶은 뒤 1-6-3 병살을 시도하기 위해 2루를 봤지만 베이스커버가 늦은 상황. 결국 1루로 던져 타자만 잡는 결과가 나왔다. 롯데는 물론 병살 기회를 날려버린 SK 양 팀 모두에게 여운이 남는 플레이였다.

다음 타자는 절정의 타격감을 선보인 김주찬. 당연히 SK 벤치는 고의사구를 지시했다. 1사 만루. 다음 타자는 역시 쾌조의 타격을 보인 좌타자 손아섭. 역시 SK는 엄정욱을 내리고 좌완 정우람으로 맞불을 놓았다. 정우람의 초구는 바깥쪽 높은 직구. 손아섭은 그 공을 잡아당겼다. 잘 맞았지만 2루수 정근우 정면으로 간 땅볼 타구는 4-6-3 병살타로 이어졌다. 부산 사직구장은 순간 충격에 빠졌다. 벤치와 스탠드 모두 탄식이 흘러나왔다.


서두른 타자들, 원인은 ´경험 부족´

당시 흔들리는 팀은 SK 마운드였지 롯데 타선이 아니었다.

흔들리던 SK 불펜진을 보다 침착하게 공략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장면. 바깥쪽 공을 결대로 밀어치지 않고 잡아당긴 코스 공략 실패의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그 직전까지 최고의 타격감을 보인 손아섭이기에 초구 공략의 아쉬움은 더욱 강할 수밖에 없다.

결정적인 끝내기 찬스에서 대타 손용석, 손아섭 모두 초구를 손댔다. 경기를 내가 끝내겠다는 승부욕이 앞선 결과다. 경험 부족과 과욕이라는 두 가지 악재가 뒤엉켜 롯데의 발목을 잡았다.

9회 무사 1,3루 끝내기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병살로 무산시킨 롯데는 연장 10회초 SK 선두타자 정상호로부터 좌월 솔로포 한 방을 맞고 무너졌다. 1차전 롯데의 패인은 정상호에게 허용한 부첵의 투구도 아니다. 큰 경기 경험부족과 결정적 찬스시 타석에서의 지나친 적극성이 원인이다.

상대 마운드가 흔들릴 땐 기다리는 것 또한 최선의 공략법이 될 수 있다. 그것도 만원 관중의 절대적 응원을 받는 홈구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고기는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속담처럼 다 잡은 경기를 잡지 못한 가을잔치 경험 부족이라는 롯데의 치명적 아킬레스건과 산전수전 다 겪은 ´가을잔치 명가´ SK의 극명한 대비가 드러난 9회말 상황이었다.

´위기 뒤 찬스´ 그 진부함이 몸에 베인 SK는 9회말 고비를 넘자마자 카운트 어택을 바로 날리는, 그야말로 가을야구의 능력자다운 진수를 바로 선보였다. 그 차이가 드라마 보다 더 드라마틱한 1차전의 명암을 갈랐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일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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