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을 KIA에 내준 SK는 내리 세 경기를 따내며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롯데와 겨루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최근 리버스 스윕(Reverse Sweep)이라는 단어가 SK의 가을 추억을 되살리는 용어로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단어는 크리켓 공격 방법을 의미하는 용어일 뿐 전적을 뒤집는 상황을 설명할 때 사용되지 않는다. 올바른 단어는 ´뒤집기´다. 가장 한국적인 말인 동시에 정확한 표현이다.
가을 잔치에서 SK는 뒤집기의 달인임을 증명했다.´야신´ 김성근이 아닌 ´헐크´ 이만수의 SK도 뒤집기 DNA는 살아 있었다. 김성근의 스몰볼을 가장 잘 물려받았다는 수제자 ´조갈량´ 조범현 KIA 감독을 상대로도 이만수의 빅볼 실험은 통했다. 이만수 감독 대행은 시리즈 내내 뚝심의 용병술을 선보였다. 그 뚝심은 선수에 대한 믿음인 동시에 빅볼에 대한 소신으로 나타났다.
시리즈 흐름 바꾼 ´대타 성공´
한국의 베이브 루스로 메이저리그에 소개될 정도로 타격 3관왕 출신인 이만수 감독 대행답게 분수령에서 활용한 대타 기용이 시리즈의 큰 흐름을 두 번 바꿔 놓았다. 특히, 좌타자 임훈 타석에서의 두 번 우타 기용은 대성공이었다. 윤석민이 호투하던 1차전, 9회말 이만수 감독 대행은 임훈을 빼고 최동수를 대타로 기용했다. 직전 차일목의 만루홈런으로 KIA가 시리즈 기선을 완벽하게 제압한 상황.
선발 윤석민의 완봉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에서 대타 최동수는 솔로포로 KIA의 페이스를 흔들었다. 이 홈런 한 방은 2차전 역전승의 기폭제인 동시에 시리즈 뒤집기의 교두보 홈런이었다. 투구수 100개 이내에서 경기를 끝낼 수 있던 윤석민은 이후 위기를 자초, 투구 갯수가 109개까지 늘어났다. 비록 이 홈런 한 방으로 승부를 뒤집지 못했지만 4차전 윤석민의 조기 강판을 재촉했다.
1-2로 끌려가던 7회 안치용의 동점 솔로포도 역시 대타 홈런이다. 이 역시 임훈 타석이었다. 호투하던 KIA 선발 로페즈로부터 뽑아낸 이 홈런 한 방으로 KIA로 기울던 전세를 뒤집었다.
SK의 준플레이오프는 아기자기한 스몰볼에 의한 승부가 아니라 이만수 특유의 호쾌한 한 방, 즉 빅볼에 의해 결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활로 화답한 보험´ 박정권과 최정
준플레이오프 시작 전 SK 타선의 가장 큰 고민은 ´주포´ 최정과 박정권의 심각한 타격 슬럼프였다. ´가을 사나이´ 박정권은 시즌 타율 0.252는 최근 4년 간 최저 타율이었다. 최정 역시 10월 월간 타율이 1할도 안 되는 0.036. 지독한 타격 슬럼프에 빠졌다.
하지만 최정을 3번에, 박정권을 클린업에 고정시켰다. 기예(技藝)에 능한 김성근 감독 시절이라면 어림없는 라인업이다.
페넌트레이스 한 경기도 아니고 한 해 농사가 결정되는 가을 잔치에서 무명의 투수를 선발로 내세운다는 건 상당한 모험이다. 윤희상은 예상을 뒤집고 6.2이닝을 던졌다, 그것도 무실점으로.
이것보다 더 주목할 부분은 윤희상의 등판이 사전 포석 차원이라는 점. 윤희상의 선발 등판은 롯데와의 플레이오프까지 염두에 둔 마운드 운용이라는 점에 더욱 의미가 심장하다.
플레이오프 상대인 롯데는 좌타보단 우타 중심의 라인업이다. 윤희상의 이닝 이팅으로 이영욱이라는 사이드암 비밀병기를 격납고에 남겨뒀다는 점은 또 다른 소득이다. 준플레이오프 승리에 급급한 마운드 운용이 아니라 플레이오프까지 내다보는 포석은 대행 꼬리표를 단 채로 구사하기 힘든 뚝심 용병술의 결정체다.
헐크의 빅볼 뚝심과 어우러진 ´모험과 보험´
3차전 2회 초 박정권과 안치용의 연속안타로 만든 무사 1,2루 선취득점 찬스에서 이만수는 가로 지르지 않고 멀리 돌아갔다. 박진만 타석에서 희생번트 보단 강공을 선택하는 등, 이만수 감독 대행이 보여준 빅볼에 대한 소신은 굳건했다.
야신의 스몰볼이 아닌 헐크식 빅볼로 SK는 2009년 가을의 아픔을 보상받았다. 이번 시리즈에서 SK가 거둔 최대 소득이다. 게다가 경기 매너 면에서도 벤치 클리어링은 사라지고 페어플레이가 이어졌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성공한 SK의 빅볼 실험은 ´보험과 모험´, 그리고 헐크의 뚝심이 어우러진 황금비율의 깔끔한 승리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일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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