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현·강은식 공백 치명타..높이가 약점?
하승진 과부하 우려..전태풍·신명호 선전 기대
´공격 전태풍 수비 신명호, KCC 운명 달렸다.´
프로농구 디펜딩 챔피언 전주 KCC는 전형적인 ´높이의 팀´이다. 국내 최장신 하승진(26·221cm)에 외국인 센터까지 투입해 ´트윈타워´를 구축한 KCC 저력은 막강했고, 최근 3시즌 가운데 무려 2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원동력이었다.
비록 포워드 라인이 부실한 게 흠이지만, 하승진이 어지간한 용병과 맞먹는 위력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가드진과 골밑의 위력만으로도 상대팀을 초토화시킬 수 있었다. 실제로 KCC는 하승진이 정상적으로 경기에 임한다는 전제 아래 포스트 싸움에서 밀려본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번 시즌 KCC의 최대 약점은 ´높이´가 될 전망이다. 주전 슈팅가드 강병현(26·193㎝)은 물론 백업 센터 하재필(25·200cm)까지 상무에 입대했기 때문. 식스맨 강은식(29·199cm)이 부상으로 복귀시기가 불투명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높이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흔들리는 높이, 믿는 구석은 대장?
지난 시즌에도 KCC는 높이가 풍부한 팀은 아니었다. 하승진이 버티고 있는 센터 포지션을 제외하면 거의 전 포지션에서 높이에 열세를 보였다. 특히 노장 추승균(37·190cm) 외에 뛰어난 선수가 없는 포워드진의 열세는 시즌 내내 KCC를 힘들게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장신 가드 강병현의 군 입대는 소속팀에 치명타다. 강병현은 공격에서는 다소 기복이 있지만 좋은 신체조건과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수비에서 위력을 발휘해왔다. 자신의 포지션인 2번은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3-4번까지 소화했을 정도.
허재 감독이 플레이오프에서 3가드 시스템을 즐겨 사용할 수 있었던 것도 강병현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슈팅가드면서 어지간한 포워드 못지않은 임무수행 능력을 보여준 것.
그러나 이제 강병현은 없다. 기존의 유병재와 예비역 이중원은 주전으로 쓰기에는 2%부족하며 정민수-김태홍 ´루키듀오´는 검증되지 않은 신인일 뿐이다. 포워드진의 양은 늘어났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
복귀 시기가 불투명한 강은식의 공백도 치명타다. 하승진은 거구의 특성상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다닐 수밖에 없는 데다,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안배가 필요하다.
이에 허재 감독은 그동안 발 빠른 강은식을 최대한 활용해 하승진의 출장시간을 조절해줬다. 그런데 강은식이 제대로 가동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선 하승진의 백업요원이 마땅치 않다.
하재필의 군입대와 최성근의 갑작스런 은퇴가 아쉬운 이유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 선수마저 2인 보유-1인출전이 아닌 1인 보유-1인 출전으로 바뀌면서 용병을 활용해 출장시간을 안배하기도 어렵게 됐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KCC의 가드진이 막강하다는 점. 강병현이 빠진 게 아쉽지만 전태풍(31·178cm)-신명호(28·183cm)-임재현(34·182㎝)이 버티는 라인업은 질과 양 모두 리그 최고 수준이다. 플레이 스타일도 각각 달라 전술적 활용도 또한 다양해진다.
특히 전태풍과 신명호가 풀 컨디션으로 뛸 수 있다는 점은 KCC가 가장 믿는 구석이다. 전태풍은 지난 시즌 고질적인 부상에 시달리며 부진을 거듭했다. 신명호 또한 군 전역 후 시즌 막판 합류하면서 팀플레이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부상까지 겹쳐 진가를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둘 모두 부상 후유증을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적어도 지난 시즌보다는 모든 면에서 나아졌다. 초반부터 두 선수가 호흡을 맞추고 뛸 수 있다는 자체가 KCC로서는 든든하기만 하다.
전태풍은 전형적인 ´공격대장´ 스타일이다. 미국 농구 명문 조지아공대 주전 포인트가드 출신답게 환상적인 드리블 솜씨를 자랑하는데 빠른 스피드와 낮은 자세, 그리고 다양한 테크닉이 녹아든 그의 드리블은 2~3명 사이를 뚫고 다닐 정도로 위력적이다.
상대팀의 전면 압박수비를 유유히 유린하는 것은 물론 이러한 드리블을 바탕으로 쉼 없이 돌파를 성공시키며 팀 동료들의 활동 폭까지 넓혀준다. 순간 스피드와 슈팅력이 워낙 좋아 잠시 한눈을 팔면 번개 같은 돌파와 속공 3점슛을 성공시킨다.
한국형 농구에서 중요시하는 리딩 능력에서는 아쉬움이 남지만 공격력이 워낙 강력해 정상 컨디션의 전태풍은 나머지 단점을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특히 그에게 상대 수비의 온 신경이 집중되다보면 다른 선수들까지 덩달아 살아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전태풍이 공격대장이라면 신명호는 ´수비대장´이다. 허재 감독의 ´황태자´로도 불리는 신명호는 전형적인 수비형 가드로 개인 성적은 그다지 부각되지 않지만 팀 승리에 공헌도가 매우 높은 알짜배기다. 테크닉-파워-스피드의 3박자에 근성과 센스까지 갖추고 있어 그의 표적이 된 선수들은 상대를 막론하고 ´투명인간´으로 전락하기 일쑤다.
국내 동 포지션 선수 중 신명호가 일대 일로 감당하지 못하는 선수는 없다. 굶주린 들개가 먹잇감을 쫓듯 잠시도 쉬지 않고 앞을 가로막는가하면 조금의 틈만 보이면 번개같이 손을 뻗어 공을 빼앗아버린다.
예측 수비와 ´디나이 디펜스(Deny Defense)´에도 일가견이 있어 가드는 물론 자신보다 훨씬 큰 정상급 스윙맨 수비까지 문제없다. 지난 ´2011 한일 프로농구 챔피언십´에서는 190대 후반의 신장을 자랑하는 외국인 선수까지 제압하며 지켜보던 팬들을 경악케 했다. 적어도 수비하나만큼은 ´역대 최고´라는 말이 과언이 아님을 입증해낸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신명호는 자신의 마크맨을 완전하게 지워버리는 것을 비롯해 동료들이 맡고 있는 선수들까지 일정 부분 책임질 수 있다. 끊임없이 코트를 주시하며 동료가 상대 선수를 놓쳤다싶은 순간에는 벼락같이 달려들어 도움수비를 들어간다.
허재 감독의 현역 시절과 마찬가지로 반칙성 플레이가 아닌 비교적 깨끗한 기술로 상대를 압도하는 디펜스를 보여준다는 점도 신명호의 장점이다.
과연 전태풍과 신명호는 높이에 비상이 걸린 소속팀의 새로운 ´필승옵션´이 될 수 있을지, 터보엔진을 가속시킨 ´공격대장´과 ´수비대장´ 행보가 기대를 모은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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