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태클’ 이청용 나를 넘어야 선다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11.08.17 09:41  수정

치명적 부상으로 고통의 나날

자신과의 힘겨운 사투 극복해야

이청용이 싸워야할 진정한 적은 부상이나 외부의 시선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 그리고 시간과의 싸움이다.

‘블루 드래곤’ 이청용(23·볼턴)에게 지금은 축구인생을 시작한 이래 가장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청용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웨일스 뉴포트 스타디움서 열린 뉴포트카운티 AFC(5부리그)와의 프리시즌 연습경기에서 상대 미드필더 톰 밀러의 ‘살인적 태클’에 정강이가 골절됐다. 수술과 재활을 거쳐 빨라도 9개월 이후에나 그라운드에 설 수 있는 충격적인 상황에 놓였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볼턴 일정은 물론 대표팀의 2014 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도 나설 수 없게 됐다. 2010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일약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한 이청용은 한국의 ‘포스트 박지성’ 시대를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은 터라 아쉬움은 실로 크다. 누구도 이청용 본인보다 더 안타까울 수는 없다.

축구인생을 시작한 이래 이토록 큰 부상은 처음이었다. 프로 데뷔 이후 오직 앞만 보고 화려한 성공의 길을 걸어온 선수에게, 잠깐의 슬럼프도 아니고 길고긴 재활의 고통과 싸워야하는 이 순간은 참으로 괴로운 시간이다.

하지만 이청용보다 앞서 세계무대를 빛냈던 위대한 선배들도 누구나 크고 작은 시련을 겪으면서 축구선수로서 더욱 단단해졌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갈색폭격기´ 차범근은 지난 1980-81시즌 레버쿠젠전에서 유르겐 겔스도프에게 고의적인 반칙을 당해 척추 뼈가 금이 갈 정도의 큰 부상을 입었다. 유럽무대는 고사하고 선수생명이 끊어질 수도 있는 큰 위기였지만, 차범근은 포기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나 성공신화를 완성했다.

뿐만 아니라 위해를 가한 겔스도프를 ‘쿨하게’ 용서하는 대인배의 면모까지 보이며 독일축구계로부터 존경을 받기도 했다.

이청용에겐 남아있는 축구인생이 지금까지 걸어온 시간보다 더 많다.

박지성도 2007년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선수인생의 위기를 겪은 바 있다.

수술을 받고 애초 1년 이상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9개월 만에 조기 복귀했다. 그리고 세계최고의 팀 맨유에서 아시아 선수로서 숱한 이정표를 세우며 한국축구의 위상을 드높였다. 많은 사람들은 단지 그라운드에서 눈에 보이는 활약만을 기억하지만, 길고 어려운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것이 오늘날의 박지성을 만들어낸 것이다.

큰 부상은 치료와 재활 과정도 힘겹지만, 회복 이후에도 선수에게 트라우마를 남기게 된다. 상대의 태클이나 부상을 의식해서 과감한 플레이를 못하게 되고, 운동능력이나 경기감각도 전성기 수준을 회복하는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청용에겐 남아있는 축구인생이 지금까지 걸어온 시간보다 더 많다.

부상은 고통스럽지만 축구인생에서 극히 일부분이다. 이청용이 싸워야할 진정한 적은 부상이나 외부의 시선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 그리고 시간과의 싸움이다.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의 이청용이 이번 시련을 통해 더욱 단단한 선수로 돌아올 것을 팬들은 믿고 있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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