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04.05.27 13:10 수정 2004.06.01 09:16
많은 한국인들은 한국인을 뜻하는 러시아어가 ‘카레이스키’(Корейский)인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러시아어로 한국인은 ‘카레예츠’(Кореец)다.
´카레이스키´는 ´한국인´이란 의미를 지닌 명사가 아니라, ´한국의´ 혹은 ´한국인의´라는 뜻의 형용사이다. 그런데도 일반인은 물론 한국 주요언론에서 조차 “카레이스의 한(恨)” 운운하며, 한국인 혹은 고려인을 ‘카레이스키’라고 표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엉터리 ‘한국식 러시아어’ 혹은 ‘러시아식 한국어’ 표현이 계속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카레이스키’가 한국인을 뜻하는 말로 잘못 알려진 이유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실 때문인 것으로 추론된다.
첫째, 소련 개방 초기 러시아어를 모르는 한국인들이 러시아인에게 “코리언(Korean)이 러시아어로 뭐냐”고 물었더니, 러시아인들이 ‘카레이스키’라고 대답해 줬던 것이다. ‘코리언’이란 영어 단어는 잘 아는 바와 같이, ‘한국인’이란 뜻의 명사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혹은 ‘한국인의’라는 형용사로도 사용된다.
즉 한국인이 명사로서의 ‘코리언’의 뜻을 물었는데, 러시아인이 이 말을 형용사로 이해하고 대답해 줬던 것이다. 그리고 한국 사람은 ‘카레이스키’를 명사로 오인한 것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러시아어로 러시아인을 뜻하는 ‘루스키’(Русский)란 단어 때문이다. 이 ´루스키´란 단어는 ´코리언´처럼 명사이자 형용사이다. 러시아인이 ´루스키´이니까, 한국인은 ´카레이스키´일 것이라고 쉽게 유추해 버린 것이다.
특히 많은 한국사람들은 러시아 사람들 하면, ´무슨 무슨 스키´인 알고 있는데(사실 이것도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보통 ´스키´가 붙는 성은 러시아성(姓)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성(姓)이거나 유대인성(姓)인 경우가 많다!), 이 사실도 한국인을 러시아어로 ´카레이스키´라고 착각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물론 언어는 역사성과 사회성을 지닌 존재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특정 단어를 특정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하면, 그 의미로 굳어지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많은 한국사람들이 ´카레이스키´를 한국인이란 뜻으로 사용한다면, 머나먼 훗날 러시아인들도 그런 뜻으로 사용할지도 모르겠다.(실제로 한국인과 접촉이 많은 일부 러시아인들은 한국사람이 ´카레이스키´라고 말할 때, 그 뜻이 ´한국인´이란 명사로 사용됐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최소한 지금까지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은 한국인을 ´카레예츠´로 알고 있고, 러시아어 사전에도 그렇게 적혀 있다.
한국식 엉터리 영어인 ´콩글리시´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제 엉터리 러시아가 한국 언론에 의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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