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나이 먹는 것, 여자로서는 실 여배우에겐 득" [인터뷰①]

손연지 기자 (syj0125@dailian.co.kr)

입력 2010.08.04 11:02  수정
MBC <로드넘버원>에 출연 중인 배우 김하늘.

MBC <로드넘버원>을 통해 여배우로서 또 한 계단을 기꺼이 올라선 김하늘. 사전 제작돼 이미 모든 촬영을 다 끝낸 터라 여느 때와 다르게 한창 드라마가 방영중인 이때 본방 사수를 즐기며 모처럼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그녀다.

하지만 24시간을 자유롭게 만끽하고 있는 처지는 아니다. 이번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마다 "최선을 다해 고생했다"는 말을 빼놓지 않은 김하늘은 그래도 남자 배우들에 비하면 적은 고생을 한 것이 그저 미안한 듯, 영화 홍보 때보다 더 많은 인터뷰를 나홀로 소화하며 드라마에 마지막 힘을 보태고 있었다.

130억의 제작비에 소지섭, 윤계상, 손창민, 최민수 등 최고의 캐스팅 조합이 더해져 제작 단계부터 큰 기대를 모아온 <로드넘버원>은 예상과 다르게 한자리수 시청률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

이처럼 시청률 면에서 좀처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작품 속 배우들을 만날 때면 좀처럼 낙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경우가 꽤 있지만, 김하늘은 시청자들의 쏟아지는 호평 덕인지 예상보다 더 밝고 쾌활했다.

´소박한´ 경쟁작 <제빵왕 김탁구>에도 완전히 밀렸다. 시청률에 아무리 개의치 않는다 해도 마음 편할 리 없을 법 한데...

낮은 시청률에 속 안 쓰린 배우가 어디 있겠나. 솔직히 아쉽고 속상한 건 사실이다. 그저 괜찮다고 말해 온 의미는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다. 연기자로서 뿌듯한 느낌이랄까. 시청자 입장이 되서 열심히 보는 중인데, 스스로는 굉장히 몰입이 잘 되고, 모든 출연배우들의 열연이 느껴져 가슴 벅차기도 하다. 볼 때마다 최선을 다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변함없이 들더라.

경쟁작을 한 번도 안 봤다는데, 일부러?

작정하고 안 보는 건 아니다. 제 작품 본방 사수하느라 못 보는 탓이 제일 크지만 이상하게 경쟁작에는 호기심이 들지 않는다. 재방송 하는 걸 보게 되도 이상하게 채널을 돌리게 되더라. 인터넷으로 다운 받아보는 건 아예 할 줄도 모르고…

MBC <로드넘버원>에 출연 중인 배우 김하늘.

김하늘에게 흥행운보다 더 큰 행운은 아마도 연예인으로 또 배우로 별다른 굴곡이 없다는 점 아닐까.

실제 지독한 슬럼프에 시달리거나 뜻하지 않은 공백기를 보내야하는 순간은 정말 운 좋게도 없었다. 그런데 사실 자랑할 전성기도 없지 않은가. 아마도 오히려 확 뜨는 운이 없었던 덕 같다. 정말 아주 천천히 꾸준하게 작품을 해오면서 한 계단씩 느리지만 편하게 왔다. 연예인으로서 좀 힘든 마음이 들 때는 언제나 든든한 주위가 있어서 견디기 어렵지 않았다. 가족과 친구들이 늘 나를 굳건히 지켜주고 있다.

어느덧 14년차 배우인데 연예계 맘 터놓는 친구들이 좀 있나.

단 한명도 없다. 작품을 통해 친해진 배우도 촬영이 다 끝나면 자연스레 개인적으로 연락하진 않게 되더라. 지금 만나는 친구들은 전부 학창시절 만난 오랜 절친들이다. 가장 친한 친구는 두 명인데 둘 다 아기 엄마가 됐다. 시간이 날 때면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아이들과 놀거나 가끔씩은 삼겹살에 소주를 즐기는데 서로가 다른 삶을 부러워하고 대리만족을 하기도 한다.

김하늘도 어느덧 30대를 넘어섰다. 또래 친구들과 전혀 다른 삶 속에서 나이가 점점 들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

가끔 친구들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한데, 친구들은 날 또 부러워하니까 더 고민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나도 분명 결혼을 할 것이고 그저 좀 늦어지는 것뿐이니까.

여자로선 정말 세월을 어떻게든 붙잡고 싶을 만큼 나이 먹는 게 싫긴 한데, 여배우로선 오히려 행복하다. 20대에 만날 수 있는 작품과 30대에 만날 수 있는 작품은 정말 다르다. 더 깊고 풍부한 감정 연기가 요구되는 캐릭터들이 더 나를 많이 찾아오고 있다. 갈수록 도전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오히려 30대의 지금이 훨씬 행복하단 생각을 자주 한다.


MBC <로드넘버원>에 출연 중인 배우 김하늘.

청순함의 대명사, 멜로퀸 등의 수식어도 좋지만 이젠 좀 더 친근한 느낌을 보여줘도 좋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가족극 속 김하늘이라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그러고 보니 요즘 가족극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주말극 류의 캐스팅은 한 번도 섭외가 온 적 없다. 계기 자체가 아직 없는지라 못하고 있을 뿐이다. 예능프로그램이라면 정말 나 역시도 매우 즐겨보는 마니아이긴 한데, 출연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소이 말하는 예능감이 내겐 제로다. 내가 예능프로그램을 나가는 것이야말로 민폐 아닐까.

연기자로 데뷔전 의류브랜드 스톰 모델로 꽤 유명세가 있었다. 김하늘과 더불어 송승헌, 소지섭 등 나란히 유명스타가 됐다. 당시 동기들 중에는 만나는 사람이 있나.

(그러고 보니 전부 잘 됐네) 정말 신기하다. 그런데 아쉽게도 연락을 주고받는 이는 아무도 없다. 소지섭씨도 같은 스톰 모델 출신이지만 연기자로 활동하면서 만난 게 이번 작품을 통해서가 처음이다.

난 정말 사람들과 접촉이 없는 편이다. 일할 때를 제외한 시간들은 내 가족,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전부다. 음주가무에 관심이 워낙 없어서 술집이나 노래방 등을 찾는 일이 거의 없다. 연예인으로서 별 탈 없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그런 내 성향 덕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름 모델 출신 연기자답게 이제는 ´완판녀´ 수식어도 따른다. 패션에 꽤나 신경을 좀 쓰는 편인가.

사실 연기 외에 특별히 관심 있는게 없다. 트렌디한 것과도 거리가 멀고 알려고 굳이 노력도 안하는 편이다. 패션은 스타일리스트 분께 모두 맡기는 편인데, <온에어> 때부터 줄곧 함께 한 스타일리스트(언니)가 나조차도 모르는 내 장점들을 찾아내 정말 예쁘게 만들어주고 있다.

MBC <로드넘버원>에 출연 중인 배우 김하늘.

예전 인터뷰 때를 떠올려보니 ´운동 싫어해서 차라리 굶는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여전히 몸매 유지를 위해 잘 굶는 편인가.

20대 때와는 다르다. 이제는 30대 여배우로 여자의 매력을 충분히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몸매 관리를 위해 운동을 꽤 열심히 하고 있다. 먹는 걸 워낙 좋아해서 마음껏 먹고 그만큼 운동하니 오히려 훨씬 좋은 것 같다. 정말 운동만큼 좋은 게 없더라.

이젠 후배들이 제법 많아졌다. 김하늘은 어떤 선배?

어린 신인 입장에서 (나 역시도 그랬고) 무서운 선배님들을 만나면 실상 많이 힘들더라. 이미지상 나를 좀 무서워하는 것 같긴 한데, 최대한 편하게 지내려 하는 편이다.

김하늘에게도 언젠가는 몸빼 바지를 입고 망가진 연기도 서슴지 않은 아줌마 역이 주어질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런 미래가 상상이 되는가.

언젠가 들어오는 역할들이 확 바뀌면 조금 기분이 이상할 것 같긴 한데, 그 정도 마음의 준비는 이미 돼 있다. 20대 초반에 ´내가 30대가 되면 어떻게 될까´란 고민을 실제 해보기도 했는데 어느새 달라지는 상황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더라. 그냥 꾸준히 밉지 않은 연기를 해나갈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자로서 미래까지 덧붙이자면, 아내로 엄마로 평온한 가정을 만들어가는 삶(?). 저와 많이 다르지 않은 비슷한 사람을 만나서 살고 싶다. 학창시절 친구들만 거의 만나기 때문에 연예계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을 남편으로 만나도 전혀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저만 사랑해주고 저처럼 조금은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과 만나 전혀 화려하지 않아도 아기자기하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데일리안 연예 = 손연지 기자] syj0125@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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