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사건 떠오른´ 이정수vs오노 신경전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입력 2010.02.14 18:57  수정

쇼트트랙 준결승부터 시작된 오노의 반칙성 플레이

보다 못해 인터뷰 통해 공개 비난

‘2010 밴쿠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에서 한국의 첫 번째 금맥이 터졌다.

주인공은 쇼트트랙 남자대표팀 막내 이정수(22·단국대)다. 4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세움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이정수는 2분17초611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메달이 기대됐던 이호석과 성시백은 마지막 코너에서 뒤엉켜 넘어지는 바람에 각각 안톤 오노(2분17초976)와 셀스키(2분18초053/이상 미국)에게 은메달과 동메달을 넘겨줬다.

이정수와 오노의 신경전은 준결승전부터 시작됐다.

이정수의 레이스는 한마디로 거칠 것이 없었다. 처음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어린 나이답지 않은 노련미와 뒷심을 뽐내며 최상의 컨디션을 뽐냈다. 특히, 안톤 오노와의 두 번의 신경전 속에 거둔 완승은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이정수와 오노의 신경전은 준결승전부터 시작됐다. 오노는 준결승전에서 이정수에 이어 2위로 들어왔다. 그러나 레이스 작전은 여전히 지저분했다. 특유의 무리한 안쪽 코너 진입으로 바깥쪽 코너를 타던 선두 이정수를 살짝 몸으로 밀쳐냈던 것.

그러나 이정수는 밀리지 않았다. 강한 원심력이 작용하는 코너에서 오노의 몸 부딪침 공격에도 넘어지지 않은 것은 물론 올림픽 신기록까지 세우며 1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결승에서도 이정수의 상승세는 계속됐다. 중반부터 질주하기 시작한 오노의 영리한 레이스로 작전 구상에 어려움을 겪던 한국대표팀은 결국 이정수를 택했다. 이정수가 선두의 오노와 경쟁하도록 신호를 준 것.

이정수는 4바퀴를 남겨 놓고 오노를 따돌리면서 사실상 독주체제로 접어들었다. 이정수의 스퍼트에 이호석과 성시백도 뒤따라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후 순식간에 한국 선수 3명이 미국의 안톤 오노와 셀스키를 제치고 메달권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러나 레이스 막판 골인 지점을 불과 몇 미터 앞에 두고 이호석과 성시백이 뒤엉켜 넘어지고 말았다. 이호석이 속력을 내면서 안쪽 코너로 진입하는 순간, 동일 선상에서 아웃 코너를 타던 성시백과 충돌하는 사고로 이어졌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이정수는 2위권과 격차를 벌려 놓으면서 여유 있게 1위로 들어올 수 있었다는 점이다. 오노는 이정수의 순간 스퍼트에 밀려 ´어부지리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도 분을 억누르지 못한 이정수는 인터뷰에서 "오노의 몸싸움이 심했다. 불쾌해서 꽃다발 세리머니를 할 때도 표정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었다"며 "시상대에 올라와서는 안 될 선수다. 팔을 너무 심하게 썼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한편,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도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여자500m 예선에서는 이은별과 박승희, 조해리가 조 1위로 준준결승에 진출했다. 이어 벌어진 3,000m 계주 준결승에서도 대표팀 맏언니 김민정의 활약으로 조 1위로 결선에 진출, 올림픽 5연패 위업 전망을 밝게 했다.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는 이승훈이 이날 남자부 5,000m에 출전해 네덜란드의 스벤 크라머(6분14초60)에 2.25초 뒤진 6분16초95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 종목 장거리에서 따낸 은메달은 아시아 최초라 가치가 더욱 크다. [데일리안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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