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 없는’ 김연아…목표가 생겼다?!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입력 2009.11.16 12:11  수정

긴장된 표정 역력, 체력저하로 인한 컨디션 저하

국민적 압박에 대한 부담감 떨쳐내는 계기로

그랑프리 7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김연아(19·고려대)도 결국은 인간이었다.

김연아는 16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레이크 플래시드의 허브 브룩스 아레나에서 열린 ‘2009-10 ISU 시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한차례 넘어지는 실수를 범하며 1점의 감점이 발생, 아쉽게 111.70점(기술점수 51.18+프로그램 구성점수 61.52)에 그쳤지만 전날 쇼트 세계신기록(76.28)에 힘입어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클린연기를 펼친 미국의 레이첼 플랫(174.91점)이 차지했다. “김연아가 우상”이라는 레이첼 플랫은 김연아 앞에서 환상적인 연기를 펼치면서 여자 피겨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김연아가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첫 선을 보인 쇼트007안무, 프리 거쉰 안무는 너무나 완벽했기에 5차 대회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지난 1차 대회와 다른 경직된 움직임, 스케이팅 속도 저하가 두드러졌다. 특히, 체력적인 문제는 전날 쇼트 막바지 스핀 동작에서도 노출된 바 있다. 일자스핀에 앞선 T자 자세 스핀에서 속도가 저하됐다는 게 피겨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결국 김연아는 체력을 요하는 4분 10초 프리연기에서 세 번의 결정적인 실수를 범했다. 성공률 100%를 자랑했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에서 착지가 흔들렸고, 트리플 플립에서는 넘어지고 말았다. 이어 후반부 트리플 러츠에서는 회전수를 채우지 못했다.

연기가 끝난 후 김연아는 “지난 1차 대회 때 성적이 너무 좋아 이번 대회는 부담감이 컸고, 계속 긴장하고 있었다. 체력적인 문제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로 그럴 것이, 김연아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피겨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외신들도 경쟁적으로 김연아에게 찬사를 보내고 있다.

러시아 언론은 김연아를 향해 “조물주가 창조한 위대한 피조물”이라는 표현을 했고 AP통신, 로이터 등 세계 여러 외신들도 김연아를 ‘피겨여제’ ‘피겨의 지배자’ 등의 표현으로 극찬하고 있다.

김연아는 전 세계 팬들의 애정과 함께 다소 과도한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팬들은 매 대회 우승이 당연시됐고 얼마나 완벽한 연기로 세계기록을 또 경신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5차 대회 부진은 당연했다.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첫 선을 보인 쇼트007안무, 프리 거쉰 안무가 완벽했기에 5차 대회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김연아에게도 한 번쯤은 쉬어갈 시간이 필요하다. 올림픽을 앞두고 국민적인 관심에 대한 압박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 또 체력저하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집중력과 함께 실수에 연연하지 않는 평정심 등도 요구된다.

김연아에게 이제 또 다른 목표가 생긴 셈이다. 이번 대회에서의 실수는 분명 보약이 될 것이다. 풀어야 할 내일의 과제가 있기에 김연아는 다시 빙판 위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기 때문이다. [데일리안 = 이충민 객원기자]


[스케이트 아메리카 프리 스케이팅]

① 레이첼 플랫(미국) 60.35 + 55.76 = 116.11
② 김연아(한국) 51.18 + 61.52 - 1.00 = 111.70
③ 율리아 세베스트옌(헝가리) 47.13 + 53.36 = 100.49
④ 엘레나 글레보바(에스토니아) 48.51 + 47.92 = 96.43
⑤ 수구리 후미에(일본) 40.95 + 52.00 = 92.95
⑥ 엘레네 게데바니쉬빌리(그루지아) 42.09 + 49.92 = 92.01
⑦ 에밀리 휴즈(미국) 43.35 + 46.64 = 89.99
⑧ 사라 헤켄(독일) 46.36 + 40.88 = 87.24
⑨ 알렉스 질스(미국) 40.33 + 43.12 - 1.00 = 82.45
⑩ 요시 헬게손(스웨덴) 38.83 + 41.76 - 2.00= 78.59
⑪ 수잔나 포이키오(핀란드) 32.02 + 46.48 - 1.00 = 77.50
⑫ 투그바 카라데미르(터키) 32.82 + 42.16 - 2.00 = 72.98
※ 기술점수 + 프로그램 구성점수 = 감점 = 프리 스케이팅 점수

[스케이트 아메리카 최종]

① 김연아(한국) 76.28 + 111.70 = 187.98
② 레이첼 플랫(미국) 58.80 + 116.11 = 174.91
③ 율리아 세베스트옌(헝가리) 58.54 + 100.49 = 159.03
④ 수구리 후미에(일본) 56.04 + 92.95 = 148.99
⑤ 엘레나 글레보바(에스토니아) 52.28 + 96.43 = 148.71
⑥ 엘레네 게데바니쉬빌리(그루지아) 52.18 + 92.01 = 144.19
⑦ 에밀리 휴즈(미국) 45.32 + 89.99 = 135.31
⑧ 사라 헤켄(독일) 43.86 + 87.24 = 131.10
⑨ 요시 헬게손(스웨덴) 51.32 + 78.59 = 129.91
⑩ 알렉스 질스(미국) 46.56 + 82.45 = 129.01
⑪ 수잔나 포이키오(핀란드) 46.72 + 77.50 = 124.22
⑫ 투그바 카라데미르(터키) 49.42 + 72.98 = 122.40
※ 쇼트 프로그램 + 프리 스케이팅 = 최종 합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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