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또 세계신…유럽 ´열광´-일본 ´극찬자제´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입력 2009.10.18 11:46  수정

거푸 세계신 수립, 전 세계 언론 찬사 쏟아져

일본, 김연아 기량 인정하면서도 극찬은 피해

'피겨퀸' 김연아(19·고려대)가 다시 한 번 세계피겨 역사를 새로 썼다.

김연아는 18일 오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팔레 빙상장서 열린 '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1차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33.95점을 받아 총점 210.03점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했다.

올 초 세계선수권에서 자신이 세운 종전기록 207.71점을 가볍게 경신한 대기록이다. 또 김연아는 여자 싱글 사상 공인 메이저대회에서 두 번 연속 200점대를 돌파한 최초의 주인공이 됐다.

2위는 173.99점을 받은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차지했다. 그러나 1위와의 점수 차는 36.04점에 달해 사실상 김연아의 적수는 없다는 게 세계 피겨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유럽과 북미 피겨 관계자들은 김연아의 계속되는 진화에 진심어린 찬사를 보내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 언론과 네티즌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이탈리아-러시아-북미언론 '감탄 또 감탄!'

일본 언론은 김연아의 압도적인 우승 순간을 부러운 시선으로 지켜봤고, 일본 네티즌들은 망연자실했다.

반면 유럽과 북미 피겨 관계자들은 김연아의 계속되는 진화에 고무돼 진심어린 찬사를 보내고 있다. 세계 피겨 전문가들은 김연아야말로 미셸 콴 이후 침체된 세계 여자 피겨를 되살릴 ‘진정한 피겨여왕’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이번 그랑프리 시리즈를 중계한 이탈리아 중계방송 진행자들은 김연아 연기에 연신 탄성을 내지르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이탈리아 피겨 해설자는 "본드걸 김연아는 환상적이고 매혹적"이라면서 "파리를 찾은 관객 모두가 그녀의 연기에 빠져 미치도록 열광하고 있다. 역시 세계챔피언답다"며 매료됐다.

김연아 실력에 대해서는 "신 체점재 이후 올바른 길을 걷고 있으며, 어려운 스킬들도 손쉽게 해내고 있다. 믿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자국선수이자 유럽선수권 1인자 카롤리나 코스트너(22)에 대해서는 "김연아와 같은 레벨이라고 볼 수는 없다. 카롤리나는 우선 자신의 기술과 안무를 잘 소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냉정하게 평했다.

러시아 피겨중계 해설자도 김연아의 그랑프리 활약상을 "김연아가 모든 경쟁자들을 한 바구니에 쳐 넣어 아예 날려버렸다"는 말 한 마디로 정리했다.

러시아 피겨중계 해설자는 국내 피겨 팬들 사이에서 시원하고 솔직한 입담으로 유명하다. 이번 그랑프리 1차에서도 김연아의 동작 순간순간마다 내지르는 관중들 비명(?)에 대해 "저럴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다"면서 김연아의 연기는 심장을 두드리는 감성이 있음을 강조했다.

김연아의 본드걸 연기에 대해서도 "매우 현대적이고 세련됐다"면서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연기, 수준 높은 점프기술들, 이제 어떤 피겨선수도 김연아를 위협하지 못한다. 김연아는 피겨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다"고 평했다.

북미 피겨전문사이트 <아이스네트워크>도 김연아의 계속되는 진화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아이스네트워크>는 쇼트프로그램 본드 걸에서 대해 "김연아가 음악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 사람을 홀리는 매혹적인 안무가 돋보인다. 스텝은 더 빠르고 확실해졌다. 아름답고 섹시한 본드걸 탄생"이라고 전했다.

<아이스네트워크>는 프리스케이팅에 대해서는 "시작부터 환상적인 트리플러츠-트리플토 콤비네이션으로 12점을 획득했다. 이어진 플립 점프를 생략하는 실수를 범했지만, 이후 연기에서 실수를 완벽히 메웠다”고 평했다.

한편,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김연아에 대해 싸늘한 시선과 냉랭한 기운이 감돈다.

아사다 마오 팬 카페 회원을 비롯한 일부 일본네티즌들은 김연아의 그랑프리 1차 대회 성적표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일본 네티즌들은 김연아의 기량을 '살짝' 인정하면서도 "이번 쇼트, 프리 종목 모두 점수가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한 네티즌은 김연아의 다채로운 표정연기를 거론하면서 "연기 시작, 연기 중, 연기 끝에서 카메라에 확대해 잡히는 김연아의 표정이 은근히 신경 쓰인다.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그랑프리 1차대회가 하루 늦게 녹화 중계되는 바람에 뒤늦게 방송을 접한 일부 일본 네티즌들은 한 박자 늦게 김연아의 실력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한 일본네티즌은 "중계를 직접 보지 못한 일본네티즌들이 김연아의 놀라운 점수를 믿기 어려워했을 것"이라면서 "중계를 직접 보니 김연아의 쇼트, 프리, 합계 점수모두 납득이 간다. 김연아는 계속 발전하고 있으며 그 끝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고 부러워했다.

한편으로 "아사다 마오도 실수를 줄이고 표현력을 늘려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의 좋은 경쟁자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데일리안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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