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매출 상위 1000대 기업 중 제조업 307곳 조사
추진 기업 56.8% “부담 크다”…초기 투자비가 최대 걸림돌
66.1% “전력조달비용 낮출 인센티브 필요”
지역별 산업용 전기요금제에 91.8% 긍정 평가
ⓒ대한상공회의소
화석연료를 쓰는 설비와 공정을 전기 기반으로 전환하는 ‘전기화’를 추진 중인 기업이 10곳 중 3곳에 그쳤다. 높은 초기 투자비와 운영비가 걸림돌로 꼽히면서 전력조달비용을 낮추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 중 제조업체 307곳을 대상으로 ‘기업의 전기화 현황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전기화를 추진 중이라는 응답이 31.9%로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추진 예정인 기업은 5.2%, 추진 계획이 없는 기업은 62.9%였다.
전기화는 가스보일러를 전기 히트펌프로 바꾸거나 제철소 고로를 전기로로 대체하는 등 화석연료 기반 설비·공정을 전기로 전환하는 것을 뜻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K-GX(녹색전환)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이미 전기화에 나선 기업도 비용 부담을 호소했다. 추진 기업의 56.8%가 부담이 ‘다소 크다’거나 ‘매우 크다’고 답했다. 부담 요인으로는 높은 초기 투자비가 84.0%로 가장 많았고, 높은 운영비 56.2%, 정책 불확실성 18.5%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정책은 ‘전력조달비용 부담을 줄이는 인센티브’로, 응답률이 66.1%에 달했다. 요금·시장 제도 개선은 61.9%, 에너지정책의 예측 가능성 제고는 45.0%, 기술 개발 및 인력 양성은 23.1%로 집계됐다. 해당 항목은 복수 응답으로 조사됐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화석연료를 전기로 대체하는 전기화를 가속화하려면 기업의 전력조달비용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이 높으면 설비 전환 이후에도 운영비가 늘어 기업의 투자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정 교수는 “주요국과 같이 정부기금을 활용해 기업의 전력조달비용 부담을 낮추고 전기화를 돕는 지원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국은 녹색투자와 에너지효율 개선을 전제로 기업의 전력비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독일은 녹색투자 기업에 전기요금 차액을 보조하고, 일본은 에너지효율 요건을 충족한 기업에 재생에너지 부과금을 감면한다. 미국 일부 주와 전력회사도 요금 인센티브를 운영하고 있다.
내년 시행 예정인 산업용 지역별 전기요금제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응답 기업의 91.8%는 해당 제도가 비용 부담을 줄이고 전기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비수도권 신·증설 투자 가능성에 대해서는 49.8%가 ‘검토할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답했다. 투자가 ‘다소 증가’하거나 ‘매우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은 각각 11.4%, 3.3%였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기업지원이 구체화되고 현장에서 가동되려면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유인제도가 잘 설계돼야 한다”며 “전력시장 요금제가 변화되고 있는 시기인 만큼 정책 간 연계를 통해 전기화, 녹색투자의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기업의 전기화는 아직 초기 단계로, 지원체계를 어떻게 갖추느냐에 따라 확산 속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기업이 비용 부담 때문에 전기화를 망설이지 않도록 전력조달비용을 낮추는 인센티브와 예측 가능한 요금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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