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장관·언론인 등 무차별 감청 의혹
도청 기록 삭제 정황…前경찰청장 등 3명 구금
前대통령 측근 연루에 권력 갈등설 확산
인도네시아 군 예비전력 부대원들이 5일(현지시간) 수도 자카르타의 주요 업무지구에서 순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인도네시아에서 현직 대통령을 불법 도청한 혐의로 전직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가 줄줄이 체포되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수도 자카르타에 군 병력 2만명 이상이 소집되고 주요 도심에 무장 병력이 배치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경찰은 5일(현지시간)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불법 감청한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4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리스티요 시깃 프라보워 전 경찰청장과 아흐리 손타 나수티온 경찰 법무국장, 에코 하디 산토소 경찰 교육훈련기관 고위 간부 등 3명은 구금됐다.
경찰은 이들이 2025년부터 올해까지 대통령뿐 아니라 정부 고위 관계자와 정치인, 언론인, 시민단체 활동가, 기업인 등의 통화를 정당한 수사 절차 없이 감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전화번호는 적법성 검증 없이 경찰 감청 시스템에 등록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피의자들이 지난달 감청 기록을 삭제해 증거를 인멸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은 자료 삭제를 승인한 혐의를 받는 슬라멧 울리안디 경찰 고위 간부를 추가 입건했지만 뇌졸중 후유증으로 치료 중인 점을 고려해 구금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군은 수도 자카르타에 2만명 이상의 병력을 소집했다. 군 병력이 주요 업무지구를 순찰하는 등 수도 경계가 강화되면서 대규모 병력 이동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군 당국은 이번 병력 소집이 통상적인 국가안보 유지와 군사훈련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소집된 병력 대부분은 군 시설에서 대기하고 있으며 실제 시내 순찰에 투입된 인원은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병력 동원과 대통령 불법 도청 사건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한편 이날 조코 위도도 전 대통령이 대학 졸업장 위조 의혹과 관련한 명예훼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자카르타 동부지방법원 주변에도 군인과 경찰 6770명이 배치됐다. 경찰은 지지자들의 집결에 따른 충돌 가능성에 대비한 경비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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