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원 장악 민주당, 내년 1월 소환장·청문회 추진
트럼프 일가 가상화폐 수익 23억弗…이해충돌 의혹
장남 투자기업에 32억弗 정부계약…러시아자금 조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 백악관 연회장 신축 공사장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일가와 측근들의 부패 의혹에 대한 전방위 조사에 나선다. 내년 1월 새 의회 출범과 함께 소환장 발부와 청문회 개최 등을 통해 트럼프 일가의 수조원대 사업 수익과 정부 정책 사이의 이해충돌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는 방침이다.
미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연방 하원의장이 유력한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부패에는 대가가 따른다. 사실을 추적하고 법을 적용해 헌법에 따라 행동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이해 충돌 의혹 등에 대한 총공세를 예고했다.
차기 하원 감독위원장으로 유력한 로버트 가르시아 민주당 하원의원은 중간선거가 치러진 3일 밤(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변호사를 선임하라”(Lawyer up)고 경고했다. 그는 4일 인터뷰에서도 이 경고가 주로 백악관에서 “부패 행위를 저지르고” 사익을 챙긴 이들을 겨냥한 것이라며 “트럼프 범죄 일가가 우리 조사의 최우선 대상”이라고 밝혔다.
차기 하원 법사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제이미 래스킨 의원도 돈을 내면 특혜를 받는 이른바 ‘페이 투 플레이’(Pay to play) 형태의 구조적 부패를 집중 조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원 국토안보·정부업무위원장을 맡을 매기 해슨 상원의원도 별도로 조사를 추진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일가와 측근들의 비위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의회의 소환장 발부와 청문회 개최 등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의회 상원·하원에서는 통상 각 원 산하 위원회의 위원장직을 다수당이 독식해 운영을 주도한다. 하원에서는 감독위원회와 법사위원회가 조사를 주도할 예정이다.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한 하킴 제프리스 미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핵심 조사 대상은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가상화폐 사업이다. 로이터는 트럼프 일가가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I)과 트럼프 밈코인 등 가상화폐 사업에서 2025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재취임 이후 최소 23억 달러(약 3조 1000억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가상화폐 규제를 완화하는 동안 일가가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의혹이 제기된다.
외국 자본과의 거래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아랍에미리트(UAE) 왕실 인사가 관여한 투자업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2025년 1월 취임 직전 월드리버티파이낸셜 지분 49%를 약 5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후 미국이 UAE에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을 허용하면서 정부 정책과 일가의 사업상 이익이 연계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투자사업도 조사 대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의 두 아들이 투자한 방산·첨단기술 업체 15곳이 투자 이후 최소 32억 달러 규모의 연방정부 계약 등 직접적인 사업 실적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트럼프 주니어가 파트너로 참여한 벤처캐피털 1789캐피털의 투자기업 벌컨엘리먼츠는 국방부로부터 6억 2000만 달러의 대출을 승인받았다. 다만 해당 기업들은 특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 사업가의 결혼식 비용 지원 의혹도 수사망에 오를 전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우마르 크렘레프 국제복싱협회(IBA) 회장이 지난 5월 바하마에서 열린 트럼프 주니어의 결혼식 뒤풀이 비용 수십만 달러를 부담한 사실이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들이 해당 비용을 돌려주겠다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해외 투자, 대통령 사면을 둘러싼 금품 거래 의혹, 백악관 연회장 건설 기부 기업에 대한 특혜, 제프리 엡스틴 사건 처리 경위 등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전쟁과 강경 이민정책 등 행정부의 주요 정책도 검증할 계획이다. 따라서 백악관 고위 참모 스티븐 밀러,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정책 총괄 책임자 톰 호먼, 마크웨인 멀린 국토안보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등이 의회에 소환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장남 트럼프 주니어(왼쪽)와 차남 에릭 트럼프. ⓒ 로이터/연합뉴스
민주당은 당장 탄핵을 추진하기보다 의회 조사를 통해 의혹을 규명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중대한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세 번째 탄핵소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며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한다면 민주당을 파멸시킬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다만 조사 대상에 오른 의혹들이 곧바로 불법행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백악관은 민주당의 조사 계획을 정치적 공세라고 반박했다. 소환장에 대한 법적 다툼이 장기화할 수 있는 데다 민주당이 민생 문제보다 정치보복에 매달린다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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