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간선거] 수천억 쏟아부었는데…공화당 패배에 실리콘밸리 거물들 '쓴맛'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11.05 19:31  수정 2026.11.05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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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9일 미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테크 리더 오찬을 마친 뒤 함께 서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이 이번 미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들에게 6억 달러(약 8000억원)이상을 후원금으로 쏟아부었지만, 공화당이 참패하면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선거에 혼자서 총 4억7000만 달러(약 6300억원) 넘는 돈을 후원금으로 썼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금액은 텍사스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켄 팩스턴 후보를 지원하는 데 쓰였다.


텍사스는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본사 소재지이자, 1988년 이후 민주당 상원의원이 당선된 적이 없어 공화당 텃밭으로 분류되던 지역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제임스 탈라리코 후보가 팩스턴 후보를 누르고 승리를 확정 지으면서 머스크의 거액 기부금은 결국 무위로 돌아가게 됐다.


다른 경합주의 상원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들도 이번 선거에서 줄줄이 낙선했다.


기술기업 감시 시민단체인 '테크 오버사이트 프로젝트'의 사샤 하워스 집행이사는 "기술 업계 경영진들이 수억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그들의 노력은 결국 종이호랑이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며 "미국인들은 이들의 부패한 영향력은 물론 이들과 연관된 모든 후보를 거부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수개월간 빅테크의 선거후원금 지출을 조율했던 한 정치권 관계자는 "돈이 먹히지 않았다"며 "일론 머스크는 5억 달러에 가까운 돈을 쓰고도 자신이 뛰어든 모든 선거에서 졌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인플레이션, 이란 전쟁을 둘러싼 유권자들의 분노가 민주당 쪽을 향한 일방적인 표심 이동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파도가 너무 거대해서 (기술업계의) 후원금이 완전히 묻혀 버렸다"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친 AI 정책 및 가상화폐 규제 완화를 기대하며 공화당 후보들에게 거액을 후원한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쓴맛을 봤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인 벤처투자사 '앤드리슨 호로비츠'(a16z)의 공동창업자 마크 앤드리슨과 벤 호로비츠는 9천만 달러 이상을 썼고, 가상화폐 거래소 제미나이의 공동창업자 윙클보스 형제는 5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오픈AI 공동창업자 그레그 브록먼 부부는 친트럼프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인 '마가'(MAGA Inc.)와 AI 규제완화를 지지하는 슈퍼팩 '리딩 더 퓨처'에 각각 2500만 달러를 기부했다.


공화당 '텃밭'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의 달린 그레이엄 후보는 리딩 더 퓨처 슈퍼팩으로부터 250만 달러를 지원받았지만 민주당 애니 앤드루스 후보에게 패했다.


친가상화폐 성향의 정치인을 후원하는 슈퍼팩 '페어쉐이크'는 오하이오주 연방 상원의원에 출마한 가상화폐 규제론자 셰러드 브라운 민주당 후보를 낙마시키는 데 광고비로 5000만 달러를 썼지만, 결국 그의 당선을 막는 데 실패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을 중단하거나 불허하는 안건이 미국 전역에서 대거 주민투표로 부쳐져 가결된 점도 기술업계에는 악재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소 45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데이터센터 건립 제한 관련 안건이 주민투표에 부쳐졌으며 이 가운데 1곳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안건이 가결되거나 가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억만장자들이 이번 선거에 거액을 지출했지만, 자신이 가진 전체 재산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인류 첫 '조만 장자'인 머스크가 낸 선거 후원금은 백만장자가 400달러(약 53만원)를 기부한 것과 비슷하다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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