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1분에 라면 600개가 뚝딱"…세계로 뻗는 신라면의 '심장부'를 가다

데일리안 부산 =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6.11.08 12:00  수정 2026.11.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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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5억개 생산…수출 공급능력 12억개로 확장

해외사업 비중 40.2%…신흥시장·비국물면 공략

손익분기점까지 15~20년…해외 수요 지속 관건

지난 5일 농심 부산녹산공장 내부에 전시된 국내외 신라면 제품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농심이 부산에 수출 전용 생산기지를 가동하며 글로벌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사업 매출 비중이 40%를 넘어선 가운데 생산능력을 확충해 늘어나는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고, 유럽과 인도 등 주요 시장으로 공급망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5일 찾은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 내 농심 수출전문공장(부산2공장) 생산라인에서는 반죽이 라면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원형 피더에서 반죽된 면은 여러 단계의 압연을 거치며 얇고 길게 펼쳐졌다. 이후 절출(면발 모양으로 자르는 과정)을 거쳐 면발 형태를 갖췄고, 증숙(스팀으로 면을 익히는 과정)과 납형(면을 일정한 모양으로 펼쳐 성형하는 과정)을 거치며 제품별 모양이 만들어졌다.


지난 5일 농심 부산 녹산 수출전문공장에서 라면이 제조되는 모습.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면은 약 150도에서 유탕 처리된 뒤 냉각 과정을 거친다. 이후 X-ray와 금속검출기 등을 통한 이물 검사와 포장, 출하까지 자동화 설비를 통해 진행됐다. 봉지면 생산라인은 분당 최대 600개를 생산할 수 있다.


◇ 녹산서만 '年 5억개' 생산…수출 공급력 12억개로


녹산공장은 농심이 2043억원을 투자해 조성한 첫 수출 전용 공장이다. 3개의 고속 생산라인에서 연간 5억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다.


농심에 따르면 녹산공장은 현재 봉지면 2개 라인과 용기면 1개 라인을 가동 중이다. 봉지면은 분당 최대 600개, 용기면은 분당 500개를 생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농심의 국내 생산여력은 기존 부산1공장과 구미공장이 담당하던 연간 수출 물량 7억개에서 녹산공장 5억개를 더해 약 12억개 수준으로 대폭 늘었다.


지난 5일 농심 부산 녹산 수출전문공장에서 라면이 제조되는 모습.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농심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신공장은 현재 3개 라인을 우선 가동하지만, 향후 글로벌 수요에 따라 최대 8개 라인까지 생산공장을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추후 수요 확대에 따라 유연한 생산 대응이 가능할 전망이다.


◇ 해외사업 전체 비중 40.2%…상반기 신라면만 71%


농심이 공장 이름에 '수출전문'을 내걸고 생산기지를 확충한 배경에는 해외사업 성장세가 있다. 부산신항과 약 4㎞, 가덕신공항 부지와 약 10㎞ 떨어진 입지도 수출 물류를 고려한 요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농심의 해외법인 매출은 1조602억원으로 2024년보다 10.5% 증가했다. 국내 생산법인의 수출을 합산한 해외사업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37.1%였다.


올해 상반기에는 해외법인 매출이 64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8% 늘었고, 국내 생산법인의 수출을 합산한 해외사업 매출 비중도 40.2%까지 높아졌다.


특히 같은 기간 유럽 매출은 803억원으로 1년 전보다 771.9% 급증했다.


지송하 농심 글로벌마케팅부문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신라면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은 올해 상반기에만 71%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지송하 농심 글로벌마케팅부문장.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인도·동남아 등 신흥시장 공략


녹산 수출전문공장에서 생산된 라면은 유럽과 일본, 호주 등 기존 해외법인이 있는 시장을 포함해 인도와 중동,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으로 수출된다.


녹산 수출전문공장에서 생산된 라면은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을 비롯해 중남미와 동남아, 인도 등 신흥국 수출 물량을 담당한다.


전윤열 녹산공장장은 기자들과 만나 "녹산공장의 경우 현재 일본이 가장 큰 수출 대상국이며 호주와 대만, 인도가 수출 물량의 뒤를 잇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농심은 유렵 등 현지 법인의 영업망을 활용해 신라면 등 주력 제품의 유통을 확대하는 한편, 인도와 중동에서는 신규 유통 파트너와 거래선을 발굴하고 퀵커머스 채널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아시아 시장에서는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등을 중심으로 편의점과 대형마트, 온라인 플랫폼 입점을 확대한다.


지난 5일 농심 부산녹산공장 내부에 전시된 국내외 신라면 제품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新성장축, '비국물 라면'


해외 유통망 확대도 진행 중이다.


호주 현지에서 대형 유통업체 울워스(Woolworth) 내 아시아 식품 코너 한켠에 있던 신라면은 최근 일반 라면 주요 매대로 자리를 옮겼고, 일본에서는 로손 등 주요 편의점 체인 입점을 확대했다.


유럽에서도 영국 모리슨과 독일 에데카, 네덜란드 알버트하인 등 현지 유통망을 공략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퀵커머스와 프리미엄 유통채널을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는 중이라는 게 농심 측 설명이다.


글로벌 제품 전략으로는 '신라면 툼바'와 '신라면 로제' 등 이른바 비(比)국물면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2024년 출시된 '신라면 툼바'는 지난 9월 기준 해외 누적 판매량 1억4700만개를 기록했으며, 올해 1~9월 누적 판매량만 8757만개로 지난해 연간 판매량의 1.5배에 달했다.


지 부문장은 "툼바의 경우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제품은 아니었다"며 "이후 해외 거래선에서 판매해보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와 수출을 시작했고, 이후 일본 닛케이 트렌디가 선정한 히트상품에 이름을 올리더니, 현지 3대 편의점에도 모두 입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라면 로제는 한국과 일본에서 선출시했고, 현재 미국·중국·대만·몽골 인도 계속 확장해 나아가고 있다"며 "올 연말까지 20여개국 이상 출시하거나 출시할 계획에 있지만, 내년 1분기부터 글로벌 메인 제품으로 판매할 예정"이라 밝혔다.


◇ 투자 회수까지 15~20년…해외수요 지속이 관건


다만 대규모 투자에 따른 수익성 확보는 과제로 남는다. 2043억원을 투입한 만큼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동률을 높여 투자 부담을 상쇄할 수요를 확보해야 하는 탓이다.


전윤열 농심 녹산공장장은 "공장 가동률을 80% 수준으로 가정하고 연간 생산금액을 약 2000억원으로 산정할 경우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까지 15~20년가량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에서 판매가 늘어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면 투자 회수 기간도 앞당길 수 있지만,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생산능력 확충이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전윤열 농심 녹산공장장.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전윤열 공장장은 "다만 K-푸드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K-라면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면 투자 회수 기간은 그만큼 단축될 수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농심은 2030년까지 연결 매출 7조3000억원, 영업이익률 10%, 해외 매출 비중 61%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해외사업의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녹산공장이 늘어나는 글로벌 수요를 뒷받침하고 해외 공급망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조용철 농심 대표이사는 "녹산 수출전문공장은 전 세계 소비자들의 다변화된 니즈에 맞춘 제품을 신속하고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농심 글로벌 사업의 핵심 심장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보적인 스마트팩토리 기술력과 글로벌 전략 제품을 앞세워 2030년 해외 매출 비중 60% 이상, 전사 매출 7조3000억원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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