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앞두고 월가 ‘머니무브’…韓 반도체 투자 흔드나 [호황의 시계①]

정다운 기자 (sanae@dailian.co.kr)

입력 2026.11.03 07:00  수정 2026.11.0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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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 반도체 14.29%↓·헬스케어 9.75%↑

민주당 하원 다수당 기대…의료재정 확대 주목

보조금 약정액 42% 지급…232조 관세도 변수

대미 반도체 수출 급증…현지 투자 부담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각) 아이오와주 더뷰크의 파이브 플래그스 이벤트 센터에서 열린 중간 선거 지원 유세 중 몸짓을 하며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반도체와 헬스케어 업종의 한 달 수익률 격차가 24%포인트(p) 넘게 벌어졌다.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확보 가능성과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 논란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의 반도체 육성 기조가 유지되더라도 관세와 추가 투자 요구는 국내 기업의 중장기 투자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다우존스지수에 따르면 지난 10월 S&P500 반도체·반도체장비지수는 14.29% 내렸지만 헬스케어지수는 9.75% 올랐다. 사진은 뉴욕 증권거래소 앞. ⓒAP·뉴시스
반도체는 찬바람·헬스케어엔 훈풍…엇갈린 월가의 시선


2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다우존스지수에 따르면 지난 10월 S&P500 반도체·반도체장비지수는 14.29% 내렸지만 헬스케어지수는 9.75% 올랐다. 두 업종의 월간 수익률 격차는 24.04%p에 달한다.


지난달 30일에도 반도체·반도체장비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81% 떨어진 반면 헬스케어지수는 0.43% 올랐다.


다만 최근 1년 수익률은 반도체 27.65%, 헬스케어 28.29%로 격차가 0.64%p에 그쳤다. 단기적으로 투자심리가 엇갈렸지만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꺾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확보 가능성에 따른 의료재정 지원 확대 기대와 인공지능(AI) 관련주의 투자 수익성 우려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확보 가능성에 따른 복지정책 확대 기대감과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각) 아이오와주 더뷰크의 파이브 플래그스 이벤트 센터에서 열린 중간 선거 지원 유세를 마치고 퇴장하면서 춤추고 있다. ⓒAP·뉴시스
하원 뒤집혀도 ‘반도체 패권’ 초당적…韓 투자 압박은 여전


오는 3일 실시되는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연방 하원 435석 전체와 상원 100석 중 35석, 주지사 36명을 선출한다. 현재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입소스 조사에서 투표 가능성이 높은 유권자의 민주당 후보 지지율은 53%, 공화당은 44%로 집계됐다. 전국 단위 지지율이 실제 의석수로 직결되지는 않지만 민주당의 지지율 우위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확보할 경우 건강보험개혁법(ACA·오바마케어)의 추가 보험료 세액공제 복원과 저소득층 의료보장제도(메디케이드)의 지원 축소 조치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의료재정 확대 논의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기존 지원정책의 지속 여부가 관건이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이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미 상무부가 반도체 기업에 지급한 보조금은 131억달러로 전체 직접 지원 약정액 315억달러의 약 42% 수준으로 집계됐다.


미 상무부는 반도체 연구개발 분야에 배정된 총 110억달러의 예산 가운데 78억달러 규모의 기존 지원 결정을 취소했다. 일부 사업의 추진 일정도 당초 예상보다 지연됐다.


하지만 하원 다수당이 바뀌더라도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구축 기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 보조금 지원과 현지 생산 확대 요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미국 내에서 반도체 공급망을 완결시키려고 하는 의지는 똑같다”며 “이미 입법화된 반도체지원법을 다시 번복시키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관세 역시 미국이 활용할 수 있는 압박 수단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일부 첨단 연산용 반도체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 데이터센터용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향후 관세 대상 확대 가능성은 남아 있다.


강 교수는 “민주당이 하원을 차지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은 커진다”며 “하지만 반도체는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안보를 이유로 한 제재에 민주당도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대미 투자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기존에 주기로 한 보조금은 주되 미국에 대한 투자를 더 늘리라는 압박은 더 세질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 8월 19일(현지시각) 미 텍사스주 오스틴의 주의회 의사당 밖에서 데이터센터와 765킬로볼트 송전선 건설에 반대하는 활동가들이 손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AP·뉴시스
텍사스도 데이터센터 건설 ‘제동’…韓 반도체 영향 제한적?


미국 곳곳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주민 반발이 확산하면서 인공지능(AI) 투자에도 변수가 생겼다.


미국 선거정보기관 밸럿피디아에 따르면 올해 13개 주에서 데이터센터 관련 주민투표 안건은 최소 50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41건이 오는 3일 중간선거와 함께 표결에 부쳐진다. 개발 제한을 강화하는 내용이 28건, 개발을 허용하거나 지원하는 내용이 13건이다.


주요 쟁점은 전력요금 상승과 용수 사용, 환경 부담이다.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인 텍사스주에서도 지난 9월 그레그 애벗 주지사가 전력망과 수자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가 끝날 때까지 데이터센터 관련 인허가를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데이터센터 건설은 연방정부보다는 주정부의 영역인데, 심지어 텍사스에서도 반대가 많아지고 있다”며 지역별 규제 강화 가능성을 짚었다.


데이터센터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의 주요 수요처다. 건설 반대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국내 반도체 시장의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은 “당장 실제 수요가 줄어 생산이나 공급이 감소하는 상황까지는 확인할 수 없다”며 “하지만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움직임이 강해지면 우리나라 반도체 주가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우려와 별개로 우리나라의 대미 반도체 수출은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미국으로 수출한 반도체는 51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19% 늘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현지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시설과 연구개발 거점을 조성할 계획이다.


향후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이 반도체 수요와 국내 기업의 투자 일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다만 건설 지연이 곧 미국의 AI 투자 축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과 AI 패권 경쟁을 벌이는 만큼 지역별 규제가 장기적인 투자 방향까지 바꾸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민주당이라 하더라도 속도나 완급 조절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방향은 그쪽으로 간다고 봐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그쪽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중국에 밀리게 된다. 그건 미국의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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