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브랜드 선호에서 취향 중심 소비로 변화
화장품·캐릭터 굿즈 등 구매 품목 다변화
소액 구매 반복에 지출 누적…학부모 부담 호소
지난달 27일 경기 고양시 스타필드 고양점 내 스파오 매장에서 10대 학생들이 치이카와 협업 잠옷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데일리안 남가희 기자
과거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특정 브랜드의 의류나 신발에 집중됐던 10대들의 소비가 최근 뷰티·패션잡화·생활용품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화장품부터 키링, 캐릭터 굿즈까지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상품들이 새로운 소비 대상으로 떠오르면서다.
개별 상품의 가격은 비교적 저렴하지만 구매 품목이 다양해지고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10대들이 유통업계의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9월 올리브영 앱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960만8921명으로, 2022년 1월(257만755명) 대비 약 3.7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10대 이하 이용자는 24만8876명에서 166만3586명으로 약 6.7배 늘었다. 전체 이용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7%에서 17.3%로 7.6%포인트 상승했다.
다이소몰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10대 이하 이용자는 2022년 1월 5만9287명에서 올해 9월 74만4083명으로 약 12.6배 증가했다. 전체 이용자 중 비중은 5.3%에서 16.1%로 10.8%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눈에 띄는 곳은 뷰티 시장이다. 10대들은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상품이라면 가격대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지갑을 여는 소비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협업 뷰티 상품은 10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올리브영이 지난해 7월 산리오와 협업을 진행한 기간 10대 고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0.6% 증가했다.
소비 영역도 화장품을 넘어 건강 관리 분야로 넓어지고 있다. 올리브영에서 웰니스 관련 상품을 구매한 10대 고객 수는 2021년 대비 30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블리에서도 10대들의 뷰티 소비가 두드러지고 있다. 에이블리에 따르면 자체 뷰티 브랜드 '바이블리(BYBLY)'의 신규 색조 라인 'Be 컬렉션' 출시 이후 2주간 전체 구매 고객 중 1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7%에 달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C홀에서 열린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V.21’ 현장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화장품뿐 아니라 말랑이와 키링, 캐릭터·아이돌 굿즈 등 다양한 취미·잡화 상품으로도 10대들의 소비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에이블리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10대 이용자의 상품 거래액을 분석한 결과, '토이'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15% 증가했다. 1년 새 거래액이 3배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무신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10대 고객의 상품군별 거래액을 분석한 결과, 음반 중심의 굿즈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37배 증가하며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처럼 10대들의 소비 성향은 특정 고가 브랜드의 상품을 구매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양한 품목을 폭넓게 구매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화장품부터 키링, 캐릭터 굿즈, 취미용품까지 다양한 상품을 폭넓게 구매하면서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특히 쇼핑 자체가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소비 품목도 더욱 다양해지는 모습이다.
다만 이 같은 소비 변화가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별 상품의 가격은 과거 유행했던 고가의 패딩이나 운동화보다 저렴하지만, 구매 품목이 다양해지고 소비 빈도가 높아지면서 전체 지출 규모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NH농협은행이 발표한 소비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중·고등학생의 1인당 연간 체크카드 결제금액은 175만원으로 2020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
카드 사용 빈도도 높아졌다. 하루 두 차례 이상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청소년 비중은 같은 기간 18%에서 29%로 11%포인트 상승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 A씨는 "예전에는 비싼 패딩이나 운동화를 사달라고 할 때 목돈이 들어갔다면, 요즘은 화장품이나 키링처럼 몇천원에서 몇만원짜리 물건을 자주 사달라고 한다"며 "하나씩 보면 큰돈이 아닌데 한 달 동안 쓴 돈을 합쳐보면 생각보다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캐릭터나 아이돌 굿즈가 계속 바뀌다 보니 이미 비슷한 물건이 있어도 새로운 제품을 사고 싶어 한다"며 "아이의 취향을 존중해주고 싶지만 구매할 때마다 용돈을 추가로 주기도 어려워 고민"이라고 전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금 젊은 10대들은 똑같은 것 입고 그 안에서 계급 분류하는 게 너무나 지루하고 싫다는 것"이라며 "키링 조차도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보니 이런 식의 소비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문제는 그게 쌓이면 비싼 패딩에 맞먹는 가격 지불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현재 학교 내에서 10대를 대상으로 한 소비자 교육이 너무 부족한 상황이다. 아이들이 돈을 벌지 않은 채 소비를 하는 법만 배울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소비자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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