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 답 없다”…코인 투자자 국내 떠난다

김민희 기자 (minimi@dailian.co.kr)

입력 2026.11.03 06:38  수정 2026.11.03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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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해외로 이동한 가상자산 700조원

해외 거래소 수수료 수익만 지난해 5조원 추산

파생상품·결제 수요 못 담아…과세 불균형 우려도

법인 참여 확대·다양한 상품 허용 등 제도 개선 필요

‘코인 엑소더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를 주제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지하1층 소회의실에서 AI 시대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 경쟁력 긴급 점검 및 제도 개상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데일리안 김민희 기자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제한된 상품·서비스가 투자자를 해외로 밀어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현물 거래와 해외 파생상품 사이의 과세 불균형까지 더해지면 자금 이탈이 가속할 수 있는 만큼, 법인 참여와 투자 선택지 확대 등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규진 타이거리서치 대표는 2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AI 시대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 경쟁력 긴급 점검 및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국내 투자자의 해외 자금 이동 양상을 소개했다.


이날 논의는 ‘코인 엑소더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를 주제로 진행됐다.


파생·결제 찾아 해외로


타이거리서치는 약 500만개의 가상자산 지갑을 추적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17만개를 한국인 소유로 추정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중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투자자 한 명의 지갑을 사례로 제시했다.


해당 투자자가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로 보낸 가상자산은 약 12억원으로, 자금의 이동처는 해외 거래소에 그치지 않았다.


바이낸스·바이비트 외에도 이더리움 스테이킹을 제공하는 탈중앙화금융(디파이), 무기한 선물 거래 플랫폼, 크립토 카드와 예측시장 등으로 자금이 분산됐다.


김 대표는 “글로벌 레벨에서의 가상자산 투자는 현재 현물 시장을 떠나서 파생상품 거래로 많이 변해가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이러한 파생상품 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해외로 이동한 가상자산은 약 169조원이다. 올해는 이동액이 다소 줄었지만 국내 거래량 자체가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는 “국내 거래액 대비 해외 순유출 비율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며 “거래량은 줄고 해외로 나가는 비율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21년부터 약 5년간 해외로 이동한 누적 금액은 약 700조원으로 추정된다.


국내 투자자의 거래 수요를 흡수한 해외 사업자에게는 수수료 수익이 돌아가고 있다.


타이거리서치는 국내 투자자의 해외 거래로 발생한 해외 거래소의 수수료 수익을 지난해 약 5조원으로 추산했다. 올해는 시장 침체를 반영해 약 2조~3조원으로 내다봤다.


자금 이동 경로도 넓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바이낸스·바이비트 등 중앙화 거래소를 거쳐 하이퍼리퀴드 같은 탈중앙화 거래소로 이동하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체인 서비스에 익숙해진 투자자가 해외 플랫폼에서 한국 주식 관련 레버리지 상품까지 거래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결제에서도 해외 서비스 이용이 나타나고 있다.


김 대표가 제시한 국내 크립토 카드 앱 다운로드는 약 3만8000건, 월 사용액은 약 100억원이다. 해외에서 가상자산이나 스테이블코인을 충전한 카드를 국내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들 카드는 비자·마스터카드 결제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국내 가맹점이 일반 카드와 구분하기 어렵다.


국내 투자 수요뿐 아니라 결제 수요까지 해외 사업자가 흡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위험이 있는 투자 상품의 출시를 제한하더라도 이용자가 온체인에서 쉽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이를 현실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개인적으로 없다고 생각한다”며 “투자자 보호 체계를 갖춘 국내 사업자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과세 불균형에 이탈 우려


과세 체계의 차이가 해외 이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예정대로 과세가 시행되면 국내 현물 거래 소득은 과세 대상이 되는 반면, 해외 가상자산 파생상품 수익은 현행 과세 체계에 명확히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재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상임부회장은 “가상자산 자체의 이전 없이 가격 변동에 따른 차액만 정산하는 파생상품 거래는 현행 과세 대상인 양도·대여에 해당한다고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의 파생상품이 소득세법상 해외 파생상품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지도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안성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도 “해외 거래소와 개인 지갑, 탈중앙화 거래소의 거래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면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 과세가 집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테이킹·에어드롭·디파이 등 다양해진 거래의 과세 기준과 손실 이월공제 부재도 점검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법인 참여·상품 확대해야


투자자를 국내에 머물게 할 해법으로는 법인 참여와 상품·서비스 확대가 거론됐다.


김 대표는 “법인 계좌 개설·이용을 확대하는 단계적 로드맵을 이행하고, 국내에서도 파생상품과 스테이블코인 활용처를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타이거리서치는 민간 운용자산의 5%, 연금 등 공적 영역 자금의 2%가 가상자산에 배분된다는 가정 아래 약 82조원의 운용자산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에 따른 관련 금융서비스 사업자의 매출은 약 5700억원으로 전망했다.


김 부회장 역시 “자금 이동 경로를 차단하기보다 국내 사업자가 글로벌 시장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인의 유의미한 참여와 다양한 상품·서비스가 뒷받침돼야 국내 이용자를 붙잡고 해외 이용자도 유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문경호 재정경제부 소득세제과장은 “달라진 시장 환경을 과세 체계에 반영하고 해외 거래소 이용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달라는 현장 의견을 듣고 있다”며 “정부는 관계 부처 및 국회와 협의해 합리적인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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