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PC 매출 5% 감소·주가 28.58% 급락
삼성·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실적…완제품 업계 원가 부담 가중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인텔 본사.ⓒ인텔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치솟으면서 글로벌 전자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제조업체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는 반면, PC와 스마트폰 등 완제품 시장에서는 부품 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 위축과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메모리 공급난에 직격탄을 맞은 인텔의 주가가 29% 가까이 폭락한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실적 발표를 앞둔 애플로 향하는 모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매출 165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PC용 프로세서를 담당하는 클라이언트 컴퓨팅 및 피지컬 AI(CCPG) 부문 매출은 81억달러로 5% 감소했다. 반면 데이터센터 및 AI(DCAI) 부문 매출은 73억달러로 78% 급증했다.
전체 매출은 성장했지만 기존 주력인 PC 사업이 부진한 것이다. 인텔은 4분기 매출 전망치도 150억~160억달러로 제시했다. 시장 예상치인 약 171억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실적 전망에 대한 실망감은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인텔 주가는 지난달 30일 뉴욕증시에서 28.58% 폭락한 65.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약 52년 만의 최대 낙폭이다.
PC 사업 부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메모리 가격 급등이 꼽힌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수요가 급증하면서 PC 제조업체들이 사용하는 메모리 가격도 상승했다. 이는 완제품 생산원가를 높여 PC 가격과 수요에 부담을 주고, 결과적으로 인텔의 PC용 프로세서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인텔 역시 최근 공시에서 메모리를 비롯한 주요 부품 가격 상승으로 PC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용 제품 시장에서 메모리 공급 부족의 영향이 크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인텔의 주가 급락에는 PC 수요 부진뿐 아니라 생산 차질과 대규모 설비투자에 따른 현금흐름 부담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이 전분기 대비 10~15%, 낸드플래시 계약가격은 15~20%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메모리 제조업체들이 수익성이 높은 서버용 제품에 생산 역량을 집중하면서 소비자용 메모리의 공급 여력은 상대적으로 제한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 매출 195조3000억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만 106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HBM4 판매 확대와 서버용 메모리 수요 증가가 실적을 견인했다.
SK하이닉스 역시 3분기 매출 104조6155억원, 영업이익 83조333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률은 약 80%에 달했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의 효과가 모든 사업에 고르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반도체와 완제품 사업의 수익성은 엇갈렸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TV·생활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3분기 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갤럭시 신제품 출시와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에도 부품 원가 상승 등 비용 부담이 이어진 영향이다. 다만 네트워크 사업 부진과 가전 부문의 물류비 상승 등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메모리 제조업체에는 가격 상승이 매출과 수익성을 높이는 호재지만, 이를 구매해 완제품을 만드는 기업에는 원가 부담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한국시간으로 3일 오전 실적을 발표하는 애플의 성적표에도 주목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과 맥 등 주요 제품에 D램과 낸드플래시를 사용한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제품 제조원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애플이 신제품 판매 확대와 프리미엄 제품 비중 증가를 통해 원가 부담을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는 아이폰18 시리즈의 초기 판매 성과와 함께 메모리 조달 비용, 연말 성수기 수요에 대한 경영진의 전망이 주요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 원가 상승분이 실적에 반영되는 시점은 부품 구매계약과 재고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완제품 수요 위축 우려는 반도체 업계 전반의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30일 미국 증시에서는 인텔뿐 아니라 AMD(-10.88%), 마이크론(-5.30%), 엔비디아(-4.22%)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7.20% 떨어졌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메모리 제조업체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완제품 수요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시장에서는 AI 투자 확대의 지속 가능성과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는 분위기다. 반도체 수요가 강세를 유지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하는 PC·스마트폰 등 소비자 시장의 위축이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시장 관심은 향후 예정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3일 애플을 시작으로 4일 AMD, 5일 ARM과 퀄컴, 18일 엔비디아가 차례로 실적을 공개한다. 이들 기업의 실적과 향후 사업 전망에 따라 AI 산업을 둘러싼 투자심리가 달라지면서 국내 반도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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