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급 '롤러코스피' 반복…지난달 16% 급락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입력 2026.11.01 14:18  수정 2026.11.02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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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지난달 16.19% 하락했다. 지수는 6838.04에서 5730.74로 밀려났다. 월간 기준 역대 일곱 번째로 큰 하락률이다.ⓒ데일리안 박진희 그래픽 디자이너

한동안 박스권에 머물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국내 증시가 다시 크게 출렁이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올해 코스피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맞먹는 급락을 반복하며 이례적인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는 16.19% 하락했다. 지수는 6838.04에서 5730.74로 밀려났다. 월간 기준 역대 일곱 번째로 큰 하락률이다. 지난달 전체 20거래일 가운데 상승 마감한 날은 8거래일에 그쳤다.


특히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현금흐름 악화 우려가 국내 증시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메타와 알파벳, 아마존 등 주요 기술기업의 자금 여력이 약화하면서 대규모 AI 투자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호한 실적을 내놨지만 AI 산업 전반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올해 코스피의 급락세는 과거 경제위기 당시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역대 월간 하락률 상위 7개 가운데 3개가 올해 발생했다.


지난 7월 코스피는 22.19% 떨어지며 역대 세 번째로 큰 월간 하락률을 기록했다. 3월에도 19.08% 하락해 역대 다섯 번째에 올랐고, 지난달 역시 16.19% 밀리며 일곱 번째로 큰 낙폭을 나타냈다.


과거 기록을 살펴보면 역대 최대 월간 하락률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0월의 27.24%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10월에는 23.13% 떨어져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다. 1998년 5월(-21.17%)과 1990년 4월(-18.1%)도 각각 네 번째와 여섯 번째로 큰 하락률에 이름을 올렸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대형 경제 충격이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올해 코스피가 과거 위기 국면에 버금가는 급락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증시 흐름은 상반기와 하반기 들어 뚜렷하게 달라졌다.


상반기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와 정부의 자본시장 체질 개선 정책이 맞물리며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2월 말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3월 지수가 조정을 받았다.


7월에는 AI 산업의 성장 기대가 과도하다는 이른바 AI 거품론이 부각된 데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청산까지 겹치면서 증시가 급락했다.


이후 한동안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했지만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여력과 AI 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다시 불거지며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시장 불안은 파생상품 시장의 변동성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사이드카가 총 55회 발동됐다. 한국거래소가 현행 발동 기준에 따라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연간 기준 역대 최다 기록이다.


당분간 국내 증시의 불안정한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AI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투자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미국 주요 기술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잇따라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시간 기준 오는 3일 애플과 4일 AMD를 시작으로 5일 ARM과 퀄컴이 실적을 발표한다. 오는 18일에는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 기업인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이들 기업의 실적과 향후 투자 계획에 따라 AI 산업의 성장 기대와 시장의 평가가 다시 요동칠 수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최근 시장 조정에 대해 막대한 투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이를 얼마나 빠르게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재평가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금리와 AI 관련 신용스프레드가 동시에 안정되는지가 기술주 반등의 지속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향후 증시 방향은 AI 산업의 성장 기대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뢰를 회복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기업 실적뿐 아니라 투자 규모와 자금 조달 여건까지 시장의 평가 대상이 되면서 국내 증시도 당분간 대외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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