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윤수 “‘킬링타임’ 주원의 절박함, 배우인 저도 이해할 수 있었죠” [인터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11.01 11:12  수정 2026.11.0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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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타임’으로 새로운 도전…경험 쌓일수록 커지는 책임감

2018년 에피톤 프로젝트의 '첫사랑' 뮤직비디오에서 수지와 호흡을 맞춘 남윤수는 말 그대로 누군가의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청년이었다. 풋풋하고 수줍은 분위기로 눈길을 끌었던 그는 이후 배우로서 조금씩 활동 영역을 넓혀갔다.


'인간수업'에서는 거친 반항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연모'에서는 애틋한 순애보를, '대도시의 사랑법'에서는 사랑과 이별을 거듭하며 성장하는 청춘을 연기했다. 작품마다 서로 다른 성격과 감정을 지닌 인물을 소화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온 그가 이번에는 성공을 향한 욕망에 사로잡힌 인터넷 방송 PD로 돌아왔다.


남윤수 ⓒ(주)더타이틀

‘킬링타임’은 한순간의 사고로 모든 것을 잃은 인터넷 방송 크루가 재기를 위해 찾은 폐병원에서 의문의 존재에게 습격당하면서 벌어지는 타임어택 스릴러다. 2016년 개봉한 호주 영화 ‘스케어 캠페인’을 원작으로 한다.


남윤수가 분한 주원은 한때 누렸던 성공을 되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자신과는 성격부터 다르지만, 남윤수는 주원을 단순히 이기적이거나 악한 사람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실패 이후 다시 일어서려는 절박함과 성공에 대한 집착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했다.


남윤수가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흥미를 느낀 부분은 예측하기 어려운 이야기의 전개뿐만이 아니었다. 평소 자신과 달리 사람들을 이끌고 상황을 주도해야 하는 주원의 성격도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였다.


"시나리오가 매력적이었어요.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분도 있었고요. 평소 저는 누군가를 이끌거나 리더십을 발휘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그런데 주원은 사람들을 이끌어야 하는 인물이잖아요. 그런 부분이 쉽지는 않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나중에 비슷한 역할을 맡더라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요."


남윤수는 주원의 선택을 무조건 비난하기보다 그 행동에 이르게 된 심리를 들여다봤다. 관객이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인물일수록 감정의 근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욕심이나 야망을 가지고 살아가잖아요. 주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어요. 배우든 직장인이든 실수해서 자신이 있던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면 어떻게든 재기하려고 하잖아요. 주원에게도 그런 절박함이 있었을 거예요. 저 역시 배우 생활을 하다가 실수로 모든 걸 잃는다면 다시 일어서기 위해 비슷한 선택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마음을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행동이나 표정으로 보여주려고 했죠. 단순히 이기적이고 나쁜 사람으로만 보이지 않았으면 했어요."


주원이 성공을 위해 크루를 몰아붙이는 태도에도 남윤수만의 해석이 담겼다. 그는 인물이 과거 어떤 삶을 살았을지 상상하며 행동의 동기를 구체화했다.


"주원은 '내가 잘되면 너희도 잘되는 거야'라는 생각을 가진 인물 같아요. 리더가 성공해야 함께하는 사람들도 잘될 수 있다고 믿는 거죠. 나락으로 떨어지기 전에도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한 번 성공하면서 느꼈던 쾌락도 있었겠죠. 돈도 많이 벌어봤을 테고, 유명해지면서 카타르시스도 느꼈을 거예요.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고 잘한다고 칭찬해 주면 그런 감정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한 번 그 늪에 빠지면 쉽게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 같고요."


이러한 캐릭터의 특성은 특정 장면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남윤수는 촬영 당시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에서도 색다른 재미를 느꼈다.


"다른 사람이 괴로워하는 상황에서도 주원은 자신에게 유리한 일이 생기면 좋아할 수 있는 인물이에요. 몰래카메라를 당한 사람이 괴로워하는데 주원은 호탕하게 웃는 장면이 있거든요. 실제로 그런 상황이라면 웃을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주원에게는 그게 재미있고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는 거죠. 누군가는 힘들어하는데 자신은 즐거워하고,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가려는 모습이 잘 표현됐으면 했어요. 그런 연기를 하는 게 재미있었고, 완성된 영화에서도 잘 나온 것 같아요."


남윤ⓒ(주)더타이틀

‘킬링타임’은 인터넷 방송을 소재로 대중의 관심과 자극적인 콘텐츠 사이의 관계를 다룬다. 남윤수는 촬영을 마친 뒤 시간이 흐르면서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생겼다.


"요즘 그런 이슈들이 많잖아요. 관심을 받기 위해 작위적으로 상황을 만들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관심을 얻더라도 결국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잖아요. 영화를 촬영한 건 2년 전인데, 당시에는 지금처럼 비슷한 사건이나 영상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개봉할 때쯤 되니까 현실에서도 위험한 소재를 다루는 유튜브 방송이 많아졌더라고요. 영화에서 다룬 상황과 현실이 겹치는 것 같았어요. 이런 위험한 콘텐츠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에서 남윤수는 류혜영과 연기 호흡을 맞췄으며, 김태훈도 특별출연으로 힘을 보탰다. 남윤수는 류혜영과 각자의 캐릭터에 집중하며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춰갔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각자 캐릭터에 몰입해서 연기했어요. 혜영 누나도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고, 저 역시 주원의 입장에서 연기했죠. 완성된 영화를 보니 두 사람의 호흡이 잘 어우러진 것 같아요. 평소에도 누나와 대화하거나 영상을 찍을 때 재미있는 순간이 많았어요. 제가 어떤 행동을 하면 누나는 반대로 하더라고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스타일이라 독특하고 재미있었어요. 또래 배우들이 많았던 만큼 서로 편하게 지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각자 하고 싶은 연기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으니까요. 동생들도 저를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했고, 스태프들과도 거리낌 없이 지내려고 했어요. 오히려 현장에서는 혜영 누나가 중심을 잘 잡아줬죠. 태훈 선배님도 촬영 초반부터 먼저 다가와 주셨어요. 술도 사주시고, 제가 들어가려고 하면 '벌써 들어갈 거야? 좀 더 같이 있자'고 하시면서 챙겨주셨죠. 연차가 많은 선배님이 먼저 후배들에게 다가와 주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런 배려가 정말 감사했어요."


폐병원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생존극인 만큼 액션 촬영도 빼놓을 수 없었다. 여러 배우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장면에서는 평소와 다른 긴장감이 따랐다.


"액션은 조금 힘들었어요. 무엇보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계속 긴장하고 있어야 했거든요. 액션팀과 다른 배우들이 함께 촬영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제가 실수하면 누군가 다칠 수도 있잖아요. 제가 다치는 건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른 배우들이 다치면 안 되니까요. 촬영할 때는 그게 가장 신경 쓰였어요.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하면서 긴장감을 유지해야 했던 것 같아요."


장준엽 감독과의 작업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남윤수는 감독이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연출 의도를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 언급했다.


"감독님은 자신이 생각한 걸 거침없이 이야기해 주시는 분이에요. 작품을 준비하면서 이미 많은 부분을 구체적으로 계획해 놓으셨더라고요. 어떤 장면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 어떤 톤으로 가야 하는지 생각이 명확했어요. 배우에게 모든 걸 맡기는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해 주시는 편이었어요. 저는 오히려 그게 편했어요. 감독님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자기 생각과 고집이 분명한 감독님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다양한 작품을 경험해 온 남윤수에게 연기의 즐거움은 여전히 촬영 현장에 있다. 작품을 완성해 관객에게 선보이는 과정 못지않게 연기하는 순간 자체에서 얻는 만족감도 크다.


"저는 작품이 공개된 이후보다 촬영 현장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때가 많아요. 연기에 완전히 몰입하면 어느 순간 카메라도 신경 쓰이지 않을 때가 있거든요. '아, 너무 잘 찍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어요. 그렇게 몰입한 상태에서 오케이 사인이 나면 정말 기분이 좋죠. 그때는 피곤한 것도 모르겠더라고요. 촬영을 마치고 돌아갈 때도 혼자 흐뭇해하면서 가요."


그렇다면 여러 작품을 거치며 쌓인 경험은 실제 연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남윤수는 의도적으로 준비한 표현 외에도 자신이 미처 인식하지 못한 감정들이 연기에 반영된다고 느꼈다.


"연기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특별한 기술을 의식해서 사용한다기보다는 몰입하다 보면 제 안에 있는 감정이나 경험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죠.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쌓인 것들이 저도 모르게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 경험들이 계속 축적되는 거겠죠."


배우로서 경력이 쌓인 만큼 연기를 대하는 태도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남윤수는 신인 시절과 현재를 비교하며 자신에게 달라진 점을 짚었다.


"연기는 알면 알수록 더 어렵고 무서워지는 것 같아요. 신인 시절에는 아무 생각 없이 연기했거든요. 주변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보는지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앞으로 배우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깊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아지더라고요. 조심해야 할 부분도 생기고, 책임감도 커지는 것 같아요. 새로운 캐릭터를 맡을 때마다 '내가 이런 역할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고요. 무섭기도 하지만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면서 저도 모르게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극 중 주원은 한때 누렸던 성공을 되찾기 위해 위험한 선택도 마다하지 않는다. 반면 남윤수가 실제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조금 다르다. 배우라는 직업이 가져오는 관심과 일상 사이에서 그가 바라는 삶의 모습은 소박하다.


"저는 그렇게까지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은 없는 것 같아요. 인기가 많아지고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늘어나면 좋겠지만, 그만큼 사생활은 없어질 수도 있잖아요. 지금도 저는 편하게 돌아다니는 스타일이에요. 집 앞에서 동네 주민분들이 알아보시면 인사도 하고요. 연예인이라고 특별하게 대해주시기보다는 편하게 대해주시는 게 좋아요. 저도 그냥 평범한 사람이잖아요.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삶에 만족하고 있어요."


남윤수는 관객들이 ‘킬링타임’을 통해 여러 배우의 개성을 발견하길 바랐다. 긴박하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인물마다 다른 반응과 표현을 살펴보는 것도 작품을 즐기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다 달라요. 배우마다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고요. 저는 그런 점이 재미있었어요. 각자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지켜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런 포인트들을 짚어가면서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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