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과반 실패 ‘절반 승리’…아랍계 정당 ‘킹메이커’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6.10.30 14:59  수정 2026.10.3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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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53석·아이젠코트 48석…양 진영 과반 61석에 미달

리쿠드당 27석 제1당 유지…집권 진영 의석 대폭 줄어 타격

아랍계 역대 최다 19석 확보…야권과 손잡으면 과반 넘어서

연정 협상 난항에 교착 우려…네타냐후 재집권·퇴진 岐路에


이스라엘 총선이 실시된 지난 27일 예루살렘의 집권 리쿠드당 선거본부에서 한 지지자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겸 리쿠드당 대표의 모습이 담긴 현수막을 들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총선에서 제1당 지위를 지키며 가까스로 정치적 생존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그가 이끄는 강경 우파 여권 진영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는 바람에 재집권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역대 최다 의석을 차지한 아랍계 정당들이 차기 정부의 운명을 좌우할 ‘킹메이커’로 떠오르면서 이스라엘 정국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AP통신,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0일(현지시간) 오전 발표한 총선 개표 결과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을 비롯한 여권은 전체 크네세트(의회) 120석 가운데 53석을 확보했다. 과반인 61석에 8석이 모자란다. 직전 의회에서 여권이 차지했던 68석보다 무려 15석 줄어든 것이다. 군 참모총장 출신의 가디 아이젠코트 야샤르당 대표가 이끄는 야권은 48석에 그쳤다.


정당별로는 리쿠드당이 27석을 얻어 제1당 자리를 지켰다. 야샤르당이 21석으로 뒤를 이었다.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가 이끄는 투게더(브야하드)가 12석, 아랍계 조인트리스트가 11석을 차지했다. 야권 민주당과 아랍계 라암은 각각 8석을 확보했다.

초정통파 정당인 토라유대주의연합(UTJ)과 우파 야당 이스라엘 베이테누, 극우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는 각각 7석을 얻었다. 초정통파 샤스당과 극우 성향 종교적 시오니즘은 각각 6석에 머물렀다.


이번 총선의 최대 이변은 아랍계 정당들의 약진이다. 조인트 리스트와 라암은 모두 19석을 차지하며 역대 최다 의석을 기록했다. 직전 의회의 10석에서 거의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스라엘 정치의 주변부에 머물렀던 아랍계 정당들이 차기 총리 선출과 연립정부 구성의 열쇠를 쥐게 된 셈이다.


산술적으로 야권 48석에 아랍계 정당 19석을 더하면 67석으로 과반을 훌쩍 넘는다. 그러나 실제 연정 구성은 간단치 않다. 야권에는 아랍계 정당과의 협력에 반대하는 우파 세력이 포함돼 있다. 특히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이스라엘 베이테누 대표는 아랍계 정당이나 네타냐후 총리와 함께하는 정부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이젠코트 대표에게 네타냐후 총리를 끌어내릴 의석은 있지만 이를 하나로 묶을 정치적 해법은 마땅치 않은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도 사정은 녹록지 않다. 여권이 과반 의석을 잃은 데다 오랜 정치적 우군인 초정통파 정당들과도 군 복무 면제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리쿠드당은 아랍계 정당의 선거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선거가 도둑맞았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선거 당국은 조직적인 부정선거 의혹에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네타냐후 총리 지지자들은 재집권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데 안도하는 반면, 그의 퇴진을 기대했던 유권자들은 정치적 교착상태가 재연될 가능성에 실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 관심은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이 누구에게 먼저 연정 구성권을 부여하느냐에 쏠린다.


ⓒ 자료: 이스라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연합뉴스

중앙선관위는 다음 달 4일 최종 결과를 대통령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헤르초그 대통령은 각 정당과 협의를 거쳐 정부구성 가능성이 가장 큰 인사에게 연정 구성권을 준다. 아사프 샤피라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IDI)의 아사프 샤피라는 아이젠코트 대표가 먼저 연정 구성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아이젠코트 대표로서는 아랍계 정당의 지원을 받아 네타냐후를 축출하거나 정치적 숙적인 네타냐후 총리와 손잡고 거국정부를 구성하는 선택지를 검토해야 한다.


연정 구성 시도가 잇따라 무산되면 재총선이 불가피해진다.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에 따르면 과거 이스라엘의 연정 구성에는 20~100일이 걸렸다. 그동안 네타냐후 총리는 과도정부 수반으로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다. 총선에서 과반을 잃고도 권력을 유지할 길이 열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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