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발에 불매운동 의식했나…日 산리오, '반중 논란' 드라마 협업 중단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입력 2026.10.29 18:10  수정 2026.10.2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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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적대세력 묘사 드라마 협업에 반발

中외교부도 日 반중정서 지적

헬로키티 ⓒ연합뉴스

헬로키티로 유명한 일본 캐릭터 기업 산리오가 중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일본 드라마 '비반트'(VIVANT)와의 협업을 철회했다. 중국 관영매체와 네티즌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불매운동 조짐까지 나타나자 중국 시장을 의식해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산리오는 28일 밤 헬로키티 웨이보 공식 계정을 통해 "이번 협업 내용에 산리오그룹의 이념에 부합하지 않는 표현이 포함됐다고 판단했다"며 "협업과 모든 후속 프로젝트 및 홍보 활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산리오는 "창립 이래 캐릭터를 통해 배려와 연결이라는 가치를 전달하고 모두가 화목하게 지내는 기업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각계의 의견을 진지하게 청취하고, 향후 협업 프로젝트의 심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논란은 일본 TBS 드라마 '비반트' 시즌2에서 비롯됐다. 일본 방위성이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특수조직 '벳판'(別班) 소속 첩보원이 일본 안보를 위협하는 해외 세력에 맞선다는 내용으로, 지난 7월 방영을 시작한 시즌2에서는 중국의 가상 첩보기관 '신시'를 적대 세력으로 설정했다.


2023년 방영된 시즌1이 가상의 중앙아시아 국가 '발카'를 거점으로 한 테러 집단을 적대 세력으로 그린 것과 달리, 시즌2는 중국을 연상시키는 세력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중국 내 반발을 불러왔다. 일본에서도 국가주의적 색채가 짙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TV(CCTV)는 드라마에서 중국 첩보원이 일본 벳판 조직원에게 손가락을 자르거나 복부를 흉기로 찌르는 등 고문을 가하는 장면을 문제 삼았다. 중국인을 잔인한 가해자로 묘사한 것이 과거 일본군의 중국 침략 당시 고문을 연상시킨다며 의도적으로 반중 감정을 부추기는 작품이라고 비판했다. 웨이보에서는 지난 25일 '일본 드라마 비반트가 중국을 비방했다'는 검색어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중일 관계 악화가 대중문화 콘텐츠를 둘러싼 갈등으로 번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국 간 안보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양국 사회와 정치권의 반감이 커졌고, 이러한 분위기가 드라마에도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산리오가 비반트와의 협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관영매체와 네티즌들은 헬로키티를 새로운 비판 대상으로 삼았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29일 '헬로키티는 일본 우익과 함께 춤을 춰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산리오의 중국 시장 의존도를 부각했다. 환구시보는 "중국은 산리오에 매우 중요한 해외 시장"이라며 "2026년 상반기 산리오의 중국 시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7억8100만위안(약 1560억원)"이라고 전했다. 이어 "중국 시장을 중시한다면 중국에 대한 존중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본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위고(WEGO)가 애니메이션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와 협업해 의류를 출시하려다 중국에서 반발을 산 사례를 언급했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는 2020년 인체 실험을 하는 악당 캐릭터의 이름으로 '시가 마루타'(志賀丸太)를 사용해 중국에서 논란이 됐다. 일제의 생체실험부대인 731부대가 실험 대상자를 지칭할 때 사용한 '마루타'를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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