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역 이용객 1250만명…2011년 대비 10배 증가
숙박시설 입지 규제·주민 반대…호텔 개장도 지연
대중교통·자전거 중심 설계…출퇴근 도로 곳곳 병목
내년 27개 기관·2995명 이전…교량 확충은 2032년
KTX 환승 불편부터 숙박시설 부족, 출퇴근길 교통혼잡까지. 중앙행정기관 이전 14년에도 해결되지 않은 세종의 인프라 문제를 표현했다. ⓒ데일리안 정다운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이 시작된 지 14년이 지났지만 이를 뒷받침할 교통·숙박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 정부가 내년부터 44개 기관과 소속 공무원 9929명을 세종으로 추가 이전하기로 하면서 교통혼잡과 숙박난이 한층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기관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서울과 오송을 오가는 KTX 표를 구하기 어려운데 정부부처가 더 늘어나면 승차권 확보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토로했다. 그는 출장 수요 증가로 정부청사 인근의 숙박난까지 심해질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정부는 내년 27개 기관 2995명을 우선 이전하고, 나머지 17개 기관 6934명은 2031년까지 순차적으로 옮길 계획이다. 이전 일정은 정해졌지만 이를 뒷받침할 교통·숙박 인프라 확충이 더뎌 선제적인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열차표 확보부터 환승까지 이어지는 공무원과 출장객들의 고충을 표현한 이미지. ⓒ데일리안 정다운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KTX 내려도 청사까지 ‘20분 더’…출퇴근·출장길도 고행
29일 충청북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오송역 승하차 이용객은 1250만287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11년 120만326명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하루 평균 이용객만 3만4247명에 달한다.
정부부처의 세종 이전과 호남고속철도 개통, 청주·오송 지역 성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문제는 세종에 KTX역이 없다 보니 정부부처를 오가는 철도 수요가 오송역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오송역에서 정부세종청사까지는 간선급행버스체계(BRT)로 약 20분이 소요된다. 버스 대기와 개별 청사까지 이동하는 시간은 별도다. 다른 지역에서 KTX를 이용하는 방문객도 오송역에서 갈아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세종역 신설 전까지라도 오송역과 정부청사를 잇는 교통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명예교수는 “KTX를 이용해 BRT로 세종까지 연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세종역이 신설돼 운영되기까지 교통대책과 기반시설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퇴근 시간대 혼잡도 극심해 추가 기관 이전으로 이용객이 늘면 교통체증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보고와 회의 등으로 서울을 자주 오가는 공무원들에게 잦은 장거리 이동은 생산성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새벽같이 일어나 장거리를 오가면 공무원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업무 생산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기관 추가 이전에 따른 숙박 수요 증가와 시설 부족 문제를 형상화했다. ⓒ데일리안 정다운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출장객 묵을 곳 태부족…입지 규제·주민 반대에 ‘이중고’
숙박시설 부족도 고질적인 문제다.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이 밀집해 회의와 출장 수요가 꾸준하지만 정부청사 인근에서 이용할 수 있는 숙소는 제한적이다.
현재 어진동에서 영업 중인 주요 호텔은 베스트웨스턴 플러스 호텔 세종 367실,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세종 281실, 라고바움 호텔 33실 등 3곳이다. 객실 수는 총 681실이다.
나성동 등에도 소형 숙박시설이 들어섰지만 선택의 폭은 좁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숙소를 이용하려면 청사에서 떨어진 지역까지 이동해야 한다.
숙박시설 공급이 더딘 배경에는 도시계획상 입지 규제와 주민 반대가 자리하고 있다. 세종 신도심은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모텔 등 일반숙박시설의 입지가 제한돼 왔다. 관광호텔과 가족호텔은 허용하면서도 호스텔 등 소규모 숙박시설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2023년 세종시는 어진동과 나성동 일대에 소규모 관광숙박시설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주거·교육환경 악화를 우려해 반발하면서 4662명의 반대 서명이 이어졌다.
결국 주거지역과 인접한 나성동 북측 상가는 허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같은 해 10월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 어진동과 나성동 5개 블록, 14필지에 호스텔 등을 허용했지만 일반숙박시설에 대한 제한은 유지했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민들은 주택가나 교육시설 가까이에 모텔이 들어오는 것을 유해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며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를 찾아 이를 충족시킨 뒤 숙박시설 확충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숙박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지만 호텔 확충 사업은 차질을 빚고 있다.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인근에 약 250실 규모로 추진된 신라스테이 세종은 2024년 건물이 준공됐지만 문을 열지 못했다. 금융 문제와 관계자 간 소송 등이 불거진 탓이다. 지난 7월 건물과 부지는 공매에 올랐다. 이후 유찰이 이어지면서 개장 여부도 불분명해졌다.
사무공간 확보도 문제다. 내년 이전할 27개 기관은 별도 청사 대신 세종 지역의 민간 건물을 임차해 입주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충분한 업무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근무환경이 열악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 교수는 “오피스 건물을 빌린다고 해도 마땅치 않을 것”이라며 “임대 공간을 쓰더라도 상당히 협소하고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이 들어서면 국제행사와 외빈 방문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숙박 수요 증가에 교통 불편까지 겹치면 외빈을 맞이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강 교수는 “세종이 첨단 행정수도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많다”며 “자칫 국제 망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출퇴근 차량으로 꽉 막힌 세종시 햇무리교를 표현한 이미지. ⓒ데일리안 정다운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교통 설계…도로 곳곳 병목 ‘부메랑’
세종은 애초 대중교통과 자전거, 보행을 중심으로 설계된 도시다. 승용차 의존도를 낮추고 친환경 이동수단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러한 구상이 되레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도시 건설 초기부터 BRT를 중심으로 교통체계를 구축하고 자전거도로와 보행공간을 확대했다. 하지만 도시가 성장하면서 실제 차량 통행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주요 도로 곳곳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금강 남측 주거지역과 북측 행정업무지역을 잇는 햇무리교다. 왕복 4차로인 이 교량은 출퇴근 시간대 차량이 집중되는 상습 정체 구간이다. 길이 821m에 불과한 교량과 진입도로에 차량이 몰리면서 통과하는 데만 수십 분이 걸릴 정도다.
상업지역도 마찬가지다. 나성동 등 일부 지역에서는 학원 통학차량과 상가 이용객의 승용차가 몰려 혼잡이 반복되고 있다.
행복청도 교통혼잡을 인정했다. 지난해 9월 금강을 가로지르는 8번째 교량 건설계획을 발표하면서 햇무리교의 출퇴근길 정체가 심해졌다고 밝혔다. 국회세종의사당 개원 이후에는 교통량이 최대 2배까지 늘어날 것으로도 전망했다.
문제는 교통망 확충 속도다. 정부기관의 추가 이전은 당장 내년부터 시작돼 2031년까지 이어지는데, 8번째 교량은 2032년에야 준공될 예정이다. 교통 수요는 급증하는데 기반시설이 뒤늦게 들어서는 셈이다.
이미 혼잡한 도로에 대규모 청사 건설을 위한 공사 차량까지 몰리면 교통 정체가 심해지고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교통난의 원인은 행정기관 이전에만 치중한 도시계획의 한계와도 맞닿아 있다. 하 교수는 “행정기관을 옮기는 데만 집착했지 정주 여건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교통난을 해소하려면 청사 건립과 함께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할 기반시설 투자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교수는 “이전 비용 중 교통 기반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청사 건립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이전에 따른 기반시설 확충과 활용까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