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은 조이고 집값은 오르고…멀어지는 내 집 마련 꿈 [소문난 잔칫상 ③]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입력 2026.10.30 07:00  수정 2026.10.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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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값 90주 연속 상승…무주택자 부담 가중

대출규제 강화 속 청년 주택 구매력 약화 우려

野, 현금 부자 유리한 대출규제 부작용 비판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시스

반도체 호황으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자산시장이 활기를 띠는 가운데,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청년과 무주택자의 주거 부담은 커지고 있다. 집값 상승과 대출규제가 맞물리면서 경제성장의 성과가 주택 구매 기회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가계부채 억제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대출규제와 세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금융권 대출에 의존하는 실수요자와 충분한 자산을 보유한 계층 사이의 주택 구매력 격차가 부각되는 모습이다.


집값 상승에 대출까지 제한…무주택자 구매력 약화


한국부동산원이 29일 발표한 ‘10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9% 상승했다. 상승폭은 2주 연속 축소됐으나 90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집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대출한도 제한은 청년과 무주택자의 자금조달 부담을 키운다. 충분한 자산을 보유한 구매자와 달리 대출에 의존하는 실수요자는 주택 구입에 필요한 자기자본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출규제가 자산격차와 주거 접근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주택 공급이 충분히 늘어날 것이라는 시장의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아파트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대출규제에 야당 비판…실수요자 주거 사다리 위축


야당은 정부의 대출규제가 투기 수요뿐 아니라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 기회까지 제한한다고 비판했다. 대출에 의존하는 청년과 서민이 시장에서 밀려나고 현금 동원력이 높은 계층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출 규제를 했더니 집값이 내려간 게 아니라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의 자격이 바뀌게 된 것”이라며 “자산 여력이 넉넉한 계층은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커지고, 대출에 의존하지 않고 집을 살 수 없는 청년·서민들은 무주택자 주거 사다리가 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도 “지금 서울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실수요자들의 생존매수 때문”이라며 “이재명 정부의 실거주를 강요하는 정책들로 인해 6억원 대출이라도 나오는 15억원 이하 집을 구해보자라고 해서 풍선 효과로 지금 집값이 계속 상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대출규제와 실거주 중심 정책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에 수요를 집중시켜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부가 대출 수요를 억제하더라도 공급 부족과 실수요가 맞물리면 가격 안정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문제 제기다.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뉴시스
세금 강화에도 내 집 마련 부담…여당도 공급 실효성 지적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은 고가·비거주 주택의 세 부담을 높이고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실제 거주 중심으로 재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세대1주택 종부세 기본공제액은 거주자 14억원, 비거주자 9억원으로 차등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정부는 실거주 주택을 보호하고 과세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보유·양도 단계의 세 부담을 조정하는 정책이 무주택자의 주택 구매 능력을 직접 높여주는 것은 아니다.


여당에서도 공급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닥공’(닥치고 공급)이 중요하다. 이게 시장 원리”라면서도 “청년, 신혼부부, 무주택 서민 니즈를 반영한 정책인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경제부처 장관들이 주거 사다리라고 외치고는 있지만 정말 비아파트가 주거사다리인지 아니면 비선호 주거 형태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출과 세제를 조정하더라도 실수요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주택이 공급되지 않으면 내 집 마련의 문턱을 낮추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가계부채 관리와 함께 무주택자의 자금조달 여건과 실제 주택 공급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가계부채를 억제할 필요성은 있지만 대출 총량을 직접 제한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며 “금리라는 가격을 통해 대출 수요를 조정하고 시장의 자율적인 기능을 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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