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형 주담대 금리 사상 첫 5% 돌파
변동형 보다 비싸, 은행간 금리 경쟁도 치열
10년짜리로 갈아탈 유인 ‘글쎄’
금융당국이 금리 상승기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0년 이상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를 확대한단 계획이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만기 10년 이상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확대를 재추진한다.
하지만 이미 고정형 주담대 금리가 변동형보다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데다 차주들의 주담대 평균 유지 기간이 4~5년에 그쳐 갈아탈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 자금 조달에 따른 은행권 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 수요와 공급 양면에서 상품이 마련되더라도 큰 호응을 얻기 어려울 거란 분석이다.
30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만기 10년 이상 고정금리 주담대 확대를 위해 조만간 주요 은행과 논의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
현재 대부분 은행에선 5년 고정금리 주담대와 6개월마다 금리가 달라지는 변동형 주담대 상품을 취급한다.
10년 이상 고정금리 주담대는 일부 은행에서만 제한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당국에서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확대에 다시 드라이브를 거는 데는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하지만 올 초부터 지지부진하던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확대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높은 수준으로 금리가 올라 차주들이 선뜻 고정형 주담대를 선택하거나, 기존 대출에서 갈아탈 유인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의 ‘9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이 새로 취급한 주담대 금리는 한 달 전보다 0.22%포인트(p) 오른 4.88%로 집계됐다.
5월 4.32%를 기록한 이후 5개월째 상승세다.
특히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5.11%로 한 달 전보다 0.23%p 오르며 지난해 10월(3.97%) 이후 12개월 연속 올랐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가 5%를 넘어선 건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23년 1월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준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0.23%p 오른 4.76%였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변동형은 0.44%p 오른 반면, 고정형은 이보다 2배 높은 0.89%p 치솟았다.
차주들은 초기 이자 부담이 적은 변동금리로 몰리는 모습이다. 주담대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한 달 전 대비 1.1%p 줄어든 34.2%로 조사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차가 상당히 벌어진 상태”라며 “차주들 입장에선 당장 이자를 조금이라도 덜 내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시점에 대환이 일어나거나 주택을 매매하는 등 상황에 따라 갈아타기가 활발해 한 상품으로 쭉 끌고 가는 경우는 드물다”며 “금리가 10년 동안 계속 오를 거라면 당연히 고정금리가 유리하겠지만, 먼 미래까지 고려하는 차주들은 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담보대출의 경우 평균 유지 기간이 4~5년 정도에 불과하다”며 “비대면 대출 갈아타기가 도입되면서 유지 기간은 더 짧아질 수 있고, 현재 은행 간 금리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변동상품 대비 상당한 금리 경쟁력이 있지 않으면 10년짜리를 원하는 수요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도 공급 유인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은 주로 예금과 은행채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대부분 만기가 10년보다 짧다.
대출 금리를 장기간 고정하면 자산과 부채의 만기 불일치에 따른 리스크가 커지는 만큼 관련 비용 부담은 금리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10년 고정형 주담대를 운영 중인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28일 기준 금리는 연 6.26%로 5년 만기 주담대 금리(연 5.98%) 대비 0.28%p 더 높게 책정돼 있었다.
은행들이 해당 상품에 대한 금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달 부담을 덜어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마련되지 않은 이상 취급하는 은행을 찾기란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커버드본드를 인센티브로 언급했었는데, 당장 올 초와 금리 상황이 또 달라지게 돼서 지금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알 수 없게 됐다”며 “정책성 대출처럼 보조적인 수단으로 마련한다거나, 은행에 상당한 메리트를 주는 게 아니라면 장기 고정금리 대출은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