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수장 댄 린 해임…극장 개봉 확대 속 전략 변화 주목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10.30 11:00  수정 2026.10.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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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린 퇴진·피터 라이스 체제 출범…대형 화제작 확보 과제

넷플릭스가 영화 부문 수장 댄 린을 해임하면서 글로벌 영화 사업의 향후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대규모 감원과 최고콘텐츠책임자(CCO) 교체에 이은 인사다. 특히 그동안 스트리밍 공개를 우선해 온 넷플릭스가 일부 대형 작품에 극장 독점 상영 기간을 부여하기 시작하면서, 새 경영진 아래 영화 제작·배급 전략이 어떻게 달라질지 주목된다.


넷플릭스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영화 부문 회장 댄 린의 퇴진을 확인했다. 앞서 벨라 바자리아 최고콘텐츠책임자가 물러나고 디즈니 출신 피터 라이스가 후임으로 선임된 지 나흘 만이다. 라이스는 새로운 영화 부문 수장이 결정될 때까지 관련 업무를 관할한다.


린은 워너브러더스 임원을 거쳐 ‘레고 무비’, ‘그것’, ‘셜록 홈즈’ 등을 제작한 할리우드 프로듀서 출신이다. 2024년 4월 넷플릭스 영화 부문 회장에 취임해 제작비 통제와 작품 수 조정, 대중적인 장르 영화 강화에 주력했다. 유명 감독과 스타 배우를 앞세운 대규모 제작에 무게를 뒀던 전임자 스콧 스터버와는 다른 접근이었다. 한정된 예산으로 보다 많은 시청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넷플릭스

재임 기간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소니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넷플릭스 역대 최다 시청 영화에 오르며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다만 이 작품은 린의 취임 이전부터 제작이 진행된 프로젝트다. 넷플릭스가 영화 사업의 수익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가운데, 개별 흥행작의 성공을 넘어 지속적으로 대형 화제작을 배출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는 넷플릭스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지난 20일 발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약 128억7400만 달러, 영업이익은 약 44억59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8%, 37% 증가했다.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매출 증가율이 둔화됐고, 4분기 실적 전망도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넷플릭스는 올해 광고 매출 전망치 역시 기존 30억 달러에서 27억 달러로 낮췄다.


넷플릭스가 직면한 과제는 단순한 가입자 확보를 넘어 시청자의 시간을 지속적으로 붙잡아 두는 일이다. 유튜브와 틱톡 등 이용자의 시간을 두고 경쟁하는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구독을 유지할 만한 콘텐츠의 중요성도 커졌다. 테드 서랜도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후 인터뷰에서 기존 콘텐츠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는 없다면서도 미국 시장에서 대형 화제작을 확보하는 실행력을 개선해야 한다고 인정했다. 라이스의 합류 역시 이러한 과제와 맞닿아 있다.


영화 부문에서는 극장 개봉을 둘러싼 넷플릭스의 태도 변화가 눈여겨볼 대목이다. 넷플릭스는 오랫동안 극장을 거치지 않고 가입자에게 신작을 제공하는 방식을 경쟁력으로 삼아왔다. 일부 작품을 영화제 출품이나 시상식 출품 요건 충족을 위해 제한적으로 상영했지만, 할리우드 주요 스튜디오처럼 수주간의 독점 상영 기간을 보장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린 역시 지난 6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극장 개봉을 고집하는 감독들과는 협업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넷플릭스의 사업 모델을 우선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형 지식재산권(IP)을 중심으로 극장 상영 기간을 늘리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서랜도스는 3분기 실적 인터뷰에서 올해 약 30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지만 개봉 방식은 작품마다 다르다. 그레타 거윅 감독의 ‘나니아: 마법사의 조카’와 애니메이션 ‘찰리 vs. 초콜릿 팩토리’에는 45일간의 극장 독점 상영 기간을 적용한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더 퍼더 미스어드벤처스 오브 클리프 부스’는 IMAX 상영을 추진한다. 서랜도스는 영화의 특성과 관객층, 창작자의 요구를 고려해 개봉 방식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후속편도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랜도스는 지난 9월 블룸버그 스크린타임 행사에서 후속편의 광범위한 극장 개봉 계획을 언급했다. 전편은 스트리밍에서 인기를 얻은 뒤 극장 특별 상영으로 관객을 만났다. 후속편에서는 극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구체적인 개봉 일정과 독점 상영 기간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이러한 움직임은 린의 재임 기간부터 이어져 왔다. ‘나니아’ 등 주요 작품의 극장 개봉 계획도 당시 추진됐으며, 린 역시 일부 대형 영화의 상영 확대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넷플릭스는 여전히 스트리밍을 사업의 중심에 두고 있다. 모든 작품에 극장 독점 상영 기간을 적용하기보다는 흥행 잠재력과 관객층, 창작자의 요구에 따라 개봉 방식을 달리하는 전략이다. 새 경영진이 이러한 기조를 유지할지, 극장 개봉의 범위를 더욱 넓힐지가 향후 관심사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영화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넷플릭스는 올해 한국 오리지널 영화 라인업으로 ‘파반느’, ‘남편들’, ‘크로스 2’, ‘가능한 사랑’ 등 네 작품을 발표했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가 세계적인 화제작을 꾸준히 배출한 것과 비교하면 영화 부문은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영화에 기대하는 성과를 스트리밍 시청 지표에만 한정하지 않는다면 국내 작품의 기획과 배급 방식에도 새로운 선택지가 생길 수 있다.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은 그 가능성을 살펴볼 만한 사례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지난 9월 국내 극장에서 먼저 개봉해 관객과 만났으며, 오는 11월 6일 넷플릭스 공개를 앞두고 있다. 세계적인 감독의 신작이라는 상징성과 국제영화제 성과를 극장 개봉으로 연결한 뒤 플랫폼으로 관객층을 넓히는 방식이다. 극장과 스트리밍을 병행하는 전략이 작품의 특성에 따라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플랫폼의 영화 전략은 국내 제작 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넷플릭스가 제작비와 작품 수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어떤 기획을 선택하는지, 극장 개봉을 어느 범위까지 허용하는지에 따라 창작자와 제작사의 선택도 달라질 수 있다. 영화 부문 수장 교체가 단순한 인적 쇄신에 그칠지, 제작과 유통 방식의 변화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공개될 작품과 새 경영진의 결정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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