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2조 잭팟 터진 녹십자 '큐레보'…K제약에 던진 '뉴코' 화두

한보라 기자 (simplyh@dailian.co.kr)

입력 2026.10.27 18:32  수정 2026.10.2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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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코로 백신 개발 나선 녹십자…릴리에 2조원대 지분 매각

비용 줄인 SK바이오팜…뉴코로 추가 임상 없이 유럽 진출

정원우 GC녹십자 전략/사업개발실 전사전략 유닛장 ⓒ데일리안 한보라 기자

GC녹십자의 큐레보가 조 단위 인수합병(M&A)에 성공하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특정 신약 후보물질 개발을 위해 별도 법인을 설립하는 ‘뉴코(NewCo)’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뉴코는 외부 투자로 개발 비용을 마련하는 만큼 자금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SK바이오팜은 뉴코를 통해 해외 진출 비용 절감을 실현했다. 장점이 분명한 만큼 향후 국내 제약바이오 회사들의 뉴코 활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원우 GC녹십자 전략/사업개발실 전사전략 유닛장은 27일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2026 바이오 상생교류회’에서 “일라이 릴리가 큐레보의 지분 100%를 가져가면서 녹십자는 약 4600억원 정도의 기대 수익을 가져왔다”며 “전체 계약이 약 2조2600억원(15억 달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제약 역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라고 강조했다.


뉴코는 제약사가 신약 후보물질의 지적재산권(IP)을 제공하고 외부 투자자로부터 개발 자금을 유치하는 구조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신약 개발에 필요한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정 신약 후보물질이나 적응증(치료 범위)에만 자금과 역량을 집중하는 독립 법인인 만큼 개발 속도도 높일 수 있다.


벤처캐피탈(VC) 등 외부 투자자 입장에서도 제약사 전체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유망 파이프라인만 따로 떼어내 투자하는 게 리스크가 적다고 본다. 파이프라인을 개발한 제약사와 외부 투자자는 계약 조건에 따라 뉴코의 지분을 나눠 갖는다. 향후 글로벌 빅파마가 뉴코의 파이프라인을 인수하면 각자의 지분율에 따라 수익을 배분받는다.


대표적인 국내 뉴코 모델은 GC녹십자가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 ‘아메조스바테인’을 떼어내 설립한 ‘큐레보’가 있다. GC녹십자는 2019년 미국 시애틀에 뉴코 법인 큐레보를 설립하고 투자를 유치했다. 자체적으로 글로벌 임상 2상 비용을 조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큐레보는 차례로 미국 RA캐피털 매니지먼트와 유럽 메디치 등 글로벌 VC의 투자를 받았다.


GC녹십자는 아메조스바테인의 조 단위 기술수출(L/O)이 가능했던 이유로 뉴코를 꼽는다.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 릴리는 올해 5월 큐레보의 지분 100%를 최대 15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번 계약으로 GC녹십자는 선급금을 포함해 약 4599억원을 수령할 수 있게 됐다. 상업화 로열티와 위탁생산(CMO) 매출은 별도다.


정 유닛장은 "미국 RA캐피털 등은 (뉴코에 지분을 투자하면서) 이사회(보드)와 경영 주도권 등을 요구했다"며 "(고민이 많았지만) 저희가 포기하며 얻은 생명력과 전문가를 바탕으로 결국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릴리 M&A까지 이어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신해인 SK바이오팜 포트폴리오본부 부사장 ⓒ데일리안 한보라 기자

GC녹십자가 신약 후보물질 개발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기 위해 뉴코를 설립했다면, SK바이오팜은 글로벌 시장 진출에 필요한 비용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뉴코를 활용했다. SK바이오팜은 미국에서 판매 중인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의 유럽·중국 등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뉴코를 설립했다. 미국 외 지역에는 영업 인프라가 없어 현지마다 조직을 새로 꾸리기에는 비용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SK바이오팜의 유럽 뉴코 ‘아벨테라퓨틱스’는 추가 임상 시험 없이 엑스코프리의 유럽 품목허가를 추진하기 위해 설립됐다. SK바이오팜은 앞서 미국에서 후기 임상시험을 면제받은 만큼 유럽 의약품청(EMA)에서도 임상 3상을 추가로 진행하지 않고 허가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유럽 현지 파트너사들은 규제기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후기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과적으로 엑스코프리는 추가 임상 3상 없이 EMA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당시 SK바이오팜이 대가로 수령한 계약금은 최대 7000억원(5억3000만 달러)다. 이후 아벨테라퓨틱스는 이탈리아 안젤리니파마에 인수됐다. SK바이오팜은 계약에 따라 엑스코프리의 판매 실적 등에 연동된 로열티와 마일스톤을 받고 있다.


신해인 SK바이오팜 포트폴리오본부 부사장은 "약물을 개발해 마케팅까지 가는 데는 여러 고민이 있지만, 엑스코프리를 개발하고 나서 저희가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이 '과연 우리가 단독으로 팔 수 있느냐'였다"며 "미국 외 지역의 전체 파트너링까지 약 5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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