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보이스피싱 대응 30분→3분”…금융불편 파고든 핀테크들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6.10.28 06:52  수정 2026.10.28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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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금융서류 자동화…처리시간 단축

해외카드 환전 구조 바꾸고 수익 국내로

현금 외상 남은 도매시장엔 전용카드 도입

27일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서울 핀테크 위크 2026’ 데모데이에서 김지현 한국딥러닝 대표가 발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손지연 기자

“보이스피싱 피해금 회수의 골든타임이 30분인데, 관련 서류를 사람이 확인하는 데만 30분이 걸립니다.”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 핀테크 위크 2026’ 데모데이에서 김지현 한국딥러닝 대표가 한 말이다.


서울 핀테크 위크 2026에서 투자자와 금융기관 관계자 앞에 선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금융 현장에 남아 있는 ‘불편함’을 새로운 사업 기회로 제시했다.


보이스피싱 피해 서류를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는 업무부터 해외카드 결제 과정의 환전 구조, 여전히 현금 외상거래가 이뤄지는 농수산물 도매시장까지 기존 금융의 빈틈을 기술로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경찰에 제출한 사건진술서와 거래내역 등 약 30개 서류가 은행으로 넘어오면 담당자가 피해자 정보와 피해액 등을 다시 확인해 시스템에 입력한다”며 “이를 에이전트로 3분 만에 처리할 수 있도록 금융 자동화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딥러닝이 내세운 것은 문서에 특화된 비전언어모델(VLM)이다.


기존 문서 인식 기술은 정보가 적힌 위치를 중심으로 학습해 같은 내용이라도 문서 양식이 달라지면 인식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는데, 문서 전체의 맥락을 읽는 방식으로 이를 보완했다.


신계약 인수와 보험금 지급 등 금융 문서 업무는 서류 접수부터 분류, 항목 추출, 최종 판단까지 60분가량 걸린다는 설명이다.


한국딥러닝은 보이스피싱뿐 아니라 압류·수임통지, 대출심사, 보험금 청구 자동화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일본에서는 세븐뱅크 등 금융회사들과 금융 문서 자동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2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올해 말 프리IPO 투자 유치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핀테크 업체 커스터디파이는 외국인이 국내에서 해외카드로 결제할 때 국내 카드사와 해외 카드사 사이에 비자·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카드 브랜드가 개입하면서 발생하는 환전 구조에 주목했다.


커스터디파이가 지난해 관련 거래를 분석한 결과, 글로벌 카드 브랜드사가 해외 카드사에 청구하는 환율과 국내 카드사에 정산하는 환율 사이에 양쪽 각각 약 0.5%, 합계 약 1%의 편차가 있었다.


27일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서울 핀테크 위크 2026 데모데이 with IBK기업은행’에서 수상한 베링랩, 한국딥러닝, 빅테크플러스 관계자가 시상식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동운 IBK기업은행 AX전략그룹 부행장, 전재명 서울시 경제일자리기획관. ⓒ데일리안 손지연 기자

이에 회사는 소비자가 결제하는 시점에 원화 가격을 실시간 환율을 적용한 달러 가격으로 바꾸는 방식을 제시했다.


기존 국제 카드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던 환전 구조를 단순화하고, 발생한 수익을 국내 카드사와 밴(VAN)·PG사 등 결제망 참여자들과 나눈다는 전략이다.


규제는 풀어야 할 과제다. 강인우 커스터디파이 대표는 해당 사업에 정확히 들어맞는 라이선스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은 만큼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한 규제 개선을 추진한단 계획이다.


현금 중심의 전통적인 거래시장도 핀테크의 공략 대상이 됐다.


이종석 엔부스트 대표는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외상·미수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간편결제 서비스 ‘NDPAY’를 소개했다.


농수산물 도매시장은 경매가 끝난 뒤 중도매인이 도매법인에 대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중도매인이 소매상에게 판매한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면 도매법인에 지급할 자금이 부족해지고, 도매법인 역시 외상 매출 관리 비용과 미수금·대손 위험을 떠안게 된다.


이종석 대표는 카드사와 PG사를 설득해 도매시장 전용 카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가 대금을 먼저 지급하고 중도매인에게는 별도의 특별한도를 제공한다.


지난 7월 서비스를 출시한 뒤 전국 32개 농산물 도매시장 가운데 11곳과 협약했고, 약 8000명의 중도매인 중 281명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카드 신청 기간을 제외한 10주간 누적 결제액은 45억8000만원이다.


상품은 기존 카드 한도와 별도로 거래 규모에 따라 1000만~3000만원의 특별한도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첫 상품은 신한카드와 협업해 만들었다.


이날 심사위원들의 질문은 기술 자체보다는 실제 사업 실현 가능성에 집중됐다.


금융회사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고객이 기존 서비스를 두고 새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가 있는지, 규제와 라이선스 문제는 어떻게 풀 것인지, 결국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인지 등의 질의가 이어졌다.


기업들의 답변 역시 ‘현장에서 실제로 쓰이는 금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 대표는 NDPAY가 도매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시장 중도매인의 현실에 맞는 구조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와 PG사, 중도매인의 이해관계를 하나씩 조율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다고도 했다.


이미 디지털 전환이 상당 부분 진행된 금융에서도 사람이 처리해야 하는 문서 업무와 복잡한 결제·정산 구조, 현금 중심 거래 등 비효율적인 부분이 남아 있다.


핀테크 기업들은 단지 새로운 기술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실생활에 남은 금융 불편을 실제 사업으로 바꿀 수 있는지 여부에 집중하고 있었다.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AI 기반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지만 실제 금융회사의 업무 환경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핀테크는 많지 않다”며 “망분리 등 제약이 많은 금융권에서도 대형 금융회사와 작은 핀테크가 협업할 여지가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서비스는 결국 고객이나 현장의 불편에서 시작한다”며 “작은 불편을 그냥 감수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주면서 생산성까지 높이는 감도 있는 핀테크들이 더 많이 나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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