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우주·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용역 발주…정부 요청 논란
한화그룹, KAI 지분 15.89% 확보해 2대 주주로
성장 둔화·재무 부담도 민영화설 배경…방산 시너지 vs 독과점 우려
KAI가 개발을 주도한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 001호기가 9월 22일 첫 운용기지인 예천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공군본부
국내 유일의 완제기 제작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둘러싼 '민영화설(說)'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KAI의 최대 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26.41%)이 우주·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컨설팅 용역을 발주한 데 이어 한화그룹이 KAI 지분을 15% 넘게 확보하면서다. 주요 방산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딘 외형 성장과 가중되는 재무 부담도 KAI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는 요인으로 꼽힌다.
27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실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최근 발주한 '우주·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컨설팅 용역'과 관련해 컨설팅 업체 AT커니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후속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 8월 발주한 이번 용역에는 18억원의 사업예산이 책정됐다.
해당 용역에 국내 주요 우주·항공기업에 대한 개별 분석과 글로벌 앵커기업 육성 방안 마련이 담겨 KAI 지분 매각이나 지배 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정부가 용역 추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실
황기연 수출입은행장이 최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영화나 매각을 전제로 용역을 실시한 것이 아니고, 현재 KAI 매각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앞으로의 계획까지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부연하면서, 민영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화그룹의 KAI 지분 확대도 민영화설에 불을 지폈다. 한화그룹은 지난 5월 KAI 지분 5.09%를 보유하고 있다고 처음 공시했지만, 이후 지분을 빠르게 늘려 3개월 만인 8월 지분율을 15.89%까지 끌어올리며 최대 주주인 수은에 이은 2대 주주로 올라섰다. KAI 노조는 수은이 향후 KAI 지분을 한화에 넘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KAI의 성장세가 주요 방산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딘 점도 민영화 논의의 배경으로 꼽힌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2020~2025년 KAI의 매출 증가율은 30.8%로, 주요 방산업체 5곳 가운데 가장 낮았다. 같은 기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한화시스템·현대로템 등 나머지 4개사의 평균 매출 증가율은 200.9%에 달했다. 주요 경쟁사들이 글로벌 방산 수요 확대를 발판으로 외형을 키우는 동안 KAI는 상대적으로 성장 속도가 더뎠다는 평가다.
재무 건전성에 대한 부담도 커지는 모습이다. KAI의 총차입금은 2023년 6082억원에서 지난 6월 말 2조9801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340.7%에서 484.2%로 상승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화가 KAI를 품으면 육·해·공에 우주까지 아우르는 통합 방산 체계를 갖추게 된다"며 "민간 특유의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와 빠른 의사결정이 더해지면 차세대 무기체계 개발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KAI가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방산기업인 만큼, 공공성 훼손은 물론 한화로의 지배력 집중이 방산업계의 독과점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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