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포장규제 시작됐는데…수출기업 10곳 중 8곳 “잘 모른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10.27 06:00  수정 2026.10.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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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수출·수출 예정 기업 610개사 조사…적용 진단 착수는 16.7%

추가 비용 예상 기업 81.6%, 판매가격 반영 어렵거나 제한적

무협 “준비 단계별 지원 필요”…29일 대응 전략 세미나 개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EU 포장규제가 시행됐지만 국내 수출기업 10곳 중 8곳은 규정의 세부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준수를 입증할 자료와 전문인력이 부족한 데다, 대응 비용을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워 기업별 준비 수준에 맞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7일 발표한 ‘EU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 대응 실태와 과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조사는 EU에 수출 중이거나 수출을 계획하는 기업 610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8월 21일부터 9월 2일까지 진행됐다.


응답 기업의 82.5%는 EU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인 PPWR을 전혀 모르거나 개략적인 내용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자사 제품에 규제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진단을 마쳤거나 진행 중인 기업은 16.7%에 그쳤다.


지난 8월 12일부터 적용된 PPWR은 포장폐기물을 줄이고 재활용을 확대하기 위한 규정이다. 포장재의 중금속과 식품 접촉 포장의 과불화화합물 제한, 기술문서와 EU 적합성 선언서 작성 등 기본 의무가 적용되며, 재활용성과 재생원료 함량, 포장 최소화 요건 등은 단계적으로 강화된다.


대응을 시작하더라도 규제 준수를 증명할 자료 확보가 과제로 남았다.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는 356개사 가운데 절반 이상은 재생원료 공급자 증빙과 재활용성 평가, 확대생산자책임 신고자료 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확대생산자책임은 사용 후 포장폐기물의 수거·처리 비용 등 관리 책임을 생산자에게 부과하는 제도다.


기업들이 꼽은 주요 애로는 내부 전문인력 부족(32.3%), 시험·인증·컨설팅 비용 부담(30.3%) 순이었다. 대응에 얼마가 필요한지조차 산정하지 못한 기업도 적지 않았다. 일회성 투자비용을 추산하지 못한 비율은 49.3%, 연간 반복비용을 산정하지 못한 비율은 54.1%였다.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 577개사 중 81.6%는 비용을 거래가격에 전혀 반영하기 어렵거나 25% 미만만 반영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규제 대응 지출이 늘더라도 상당 부분을 기업이 자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일괄적인 정보 제공보다 준비 단계와 애로에 따른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초기 대응 기업에는 적용 진단과 우선과제 도출을, 진단에 착수한 기업에는 증빙 보완과 시험·평가, 기술문서 작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비용 부담에는 산정 상담과 바우처를, 인력 부족에는 실무교육을 연계할 것을 제안했다.


수출기업과 포장재 공급업체가 자료를 공동 점검하고, 대체 소재 공급업체와 시험기관을 연결하는 지원도 필요하다고 봤다. 개별 기업이 해결하기 어려운 공급망 차원의 협력과 검증을 뒷받침하자는 취지다.


박소영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PPWR 대응은 포장재 변경뿐 아니라 적합성 입증과 공급망 관리까지 포함하는 과제”라며 “거래처 요구를 미리 파악해 증빙을 체계적으로 갖추고 품질·가격 경쟁력과 현지 유통망 강화를 병행한다면, 규제 대응을 EU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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