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9월 中 점유율 0.6%…올해 첫 월 판매 1만대 붕괴
현지 전략형 전기차 일렉시오·아이오닉 V 판매 저조
中 브랜드 내수 점유율 70% 육박…BYD·체리는 한국 공략 가속
현대자동차가 베이징 국제 모터쇼에서 중국 전략형 모델 ‘아이오닉 V'를 공개하고 있다.ⓒ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중국 시장 재공략을 선언하고 현지 소비자들을 겨냥한 신차와 새로운 전동화 전략을 내놨지만 판매량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어서다.
중국 현지 업체들이 내수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면서 글로벌 브랜드의 입지가 좁아진 가운데, 반대로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한국 시장에서 판매를 빠르게 늘리고 있어 주목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지난 9월 중국 승용차 소매판매량은 약 9000대로 전년 동월 대비 39% 감소했다. 현대차는 약 4000대로 47%, 기아는 약 5000대로 31% 줄었다. 양사의 중국 승용차 시장 합산 점유율은 0.6%까지 떨어졌다.
현대차·기아의 중국 시장 부진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양사는 2010년대 중반 중국에서 합산 점유율 10%를 웃돌며 월 20만대 이상을 판매하기도 했지만, 이후 현지 업체들의 성장과 경쟁 심화로 시장 내 입지가 지속해서 축소됐다.
문제는 올해 중국 시장을 되찾기 위한 대대적인 전략 수정에도 판매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양사의 중국 판매량은 올해 1월 약 1만8000대에서 6월 1만5000대, 8월 1만대, 9월 9000대로 줄었다. 올해 들어 월간 합산 판매량이 1만대 아래로 내려간 것은 처음이다. 지난 2월부터 8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으며, 1~9월 누적 판매량도 약 11만5000대로 22% 줄었다.
중국 시장 재공략의 첫 주자로 내세운 '아이오닉 V'도 아직 뚜렷한 판매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아이오닉 V는 지난 4월 베이징 국제모터쇼에서 공개한 현지 전략형 전기차로, 중국 업체의 배터리 및 자율주행 기술 등을 적용해 현지화 수준을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다.
아이오닉 V는 지난 8월 사전예약을 시작한 이후 9월까지 계약 물량이 558대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9월 실제 출고량은 28대로 집계됐다.
앞서 현대차가 지난해 10월 출시한 또 다른 중국 전략형 전기 SUV '일렉시오'의 성적표는 더욱 부진하다. 베이징현대가 현지 소비자들을 겨냥해 개발한 모델로,올해 1~9월 누적 판매량은 251대에 그쳤다.
현대차가 현지 기술과 공급망을 활용하고 중국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반영한 신차를 잇달아 선보였음에도 판매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BYD 돌핀 ⓒBYD코리아
이 같은 부진의 배경에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급격한 경쟁 구도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 중국 시장에서는 독일과 일본, 한국 등 해외 수입차 브랜드들이 기술력과 품질을 앞세워 현지 업체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에는 BYD, 지리자동차, 체리자동차 등 중국 업체들이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배터리, 소프트웨어, 차량 내 디지털 서비스, 첨단 운전자보조 기능 등에서도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해외 브랜드가 갖고 있던 품질과 기술 경쟁력의 우위가 약해지면서 중국 소비자들이 자국 브랜드를 선택할 유인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9월 중국 현지 브랜드의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69.8%에 달했다. 중국 전체 승용차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28%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현지 브랜드의 점유율은 상승했다. 반면 수입차 업체와 합작한 주요 브랜드의 판매량은 36% 줄었다.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중국 시장에서 오랫동안 강자로 군림했던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현지 업체들의 공세에 고전하고 있다. 폭스바겐 역시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과 협력해 현지 시장에 특화한 신차를 개발하는 등 대응에 나섰으나, 중국 업체들이 이미 확보한 가격과 기술 경쟁력, 브랜드 선호도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은 중국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올리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국내 승용차 시장에 진출한 BYD는 올해 1~9월 2만137대를 판매하며, 지난해 연간 판매량(6107대)의 3배 이상을 팔아치웠다. 현재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테슬라, BMW,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판매량 기준 4위에 오른 상황이다.
BYD의 뒤를 이어 지리자동차그룹의 전기차 브랜드 지커도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체리자동차 역시 내년 한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며 판매망 구축과 신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중국 시장에서 현지 브랜드에 밀려 점유율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중국 업체들은 같은 경쟁력을 무기로 한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에도 중국 시장에 새로운 전동화 SUV를 출시하고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 생산기지를 활용한 수출 확대와 함께 현지 내수시장 회복에도 지속해서 투자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향후 5년간 중국 시장에 신차 20종을 투입하고 연간 판매량을 50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중국 기업들과 협력하고 현지 전용 신차까지 내놓았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 시장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며 "다만 현지 업체들이 이미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앞으로는 신차 투입 규모보다 중국 소비자들이 현대차를 선택할 만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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