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보호 내세워 출점 규제 확대
외식업 진입 제한 만으론 임대료 못 잡아
기업 막기보다 소상공인 경쟁력 높여야
서울 성동구 성수동카페거리 한 식당에서 시민들이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뉴시스
역대 대통령들은 기업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주역임을 강조해 왔다. 정치적 이념과 국정 운영 기조는 달랐지만 경제성장과 고용 창출에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 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업의 활력이 곧 국가 경제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믿었다.
그러나 실상 기업을 대하는 현실은 딴판이다. 기업의 투자와 고용 확대를 독려하는 목소리와 달리 각종 규제와 반기업 정서는 여전히 기업 활동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의 역할은 강조하면서 정작 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는 좁히는 모순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역대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기업의 거래조건과 경영활동에 대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특정 지역에서 기업의 신규 진입을 막는 출점 규제도 이제 낯설지 않다. 기업의 경영 판단은 물론 영업할 장소까지 정책적 판단으로 제한하는 모습은 마치 사회주의를 연상케 한다.
이러한 규제의 단면은 외식업계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성동구는 지난 6일 성수동 방송대길과 연무장길 일부 지역으로 대기업·프랜차이즈 신규 입점 제한을 확대해 오는 12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제과점 등 3개 업종이 규제 대상이다.
성동구는 대기업의 진입을 막는 것이 골목상권과의 상생이라고 보는 걸까. 그렇다면 이러한 출점 규제는 이미 차고 넘친다. 2021년 제정돼 이듬해 시행된 ‘지역상권법’은 지역상생구역에서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가맹본부의 직영점 등의 영업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업종별 제한도 존재한다. 2024년 연장된 제과점업 상생협약은 협약 대상 기업의 신규 출점을 전년도 말 점포 수의 5% 이내로 제한하고 기존 중소빵집과 일정 거리를 두도록 했다. 가맹사업법 역시 기존 가맹점의 영업지역을 보호하기 위해 동일 업종의 추가 출점을 막는다.
물론 성동구가 별도로 입점 제한 구역을 확대한 데에는 나름의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다. 급격한 상권 활성화로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기존 상인들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대형 브랜드의 진입으로 상권이 획일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도 담겼다.
앞선 규제들과 달리 특정 구역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성격도 다르다. 개별 업종이나 가맹점의 영업권 보호를 넘어 지역 상권의 정체성과 기존 상인들의 생존 기반을 지키려는 조치다. 소상공인들이 밀려나는 현실을 고려하면 그 취지를 마냥 부정하기도 어렵다.
문제는 골목상권 보호가 기업의 진입을 제한하는 방식으로만 접근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은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과 직결되는 필수재인 만큼 정부의 일정 부분 개입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상권은 다르다. 소비자의 선택과 민간의 자율적인 활동에 따라 성장하거나 쇠퇴한다.
더욱이 외식업종의 신규 진입만 제한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성수동에는 명품부터 패션·뷰티까지 다양한 업종의 대기업이 진출해 있다. 임대료 상승 역시 상권의 인기와 유동인구 증가, 부동산 가치 상승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현재 필요한 것은 규제보다 상생이다. 상권의 성장은 막으면서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지자체가 집중해야 할 것은 기업의 진입을 막는 일이 아니라 소상공인이 변화하는 상권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이제는 새로운 해법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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