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재정 사수한 정부 해명…마른 수건 짜내는 민생 현장 [세종 백브리프]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6.10.26 11:50  수정 2026.10.2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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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결손에 교부세 줄이자 지자체 발권 중단

물가 잡는 할당관세는 유통 마진에 흡수·기금 전용 논란까지 겹쳐

추경 피하려다 멈춰 선 지역 사업…재정 건전성 명분에 쪼그라든 지방 예산

밥상 물가·국회 예산권 맞물려 정책 곳곳 뇌관…원칙 강조할수록 커지는 현장 괴리

세수 부족에 대응한 지출 조정과 가용 재원 활용을 둘러싸고 지방 사업의 지속성과 민생 지원 여력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재정 건전성을 지키려는 정부 기조가 현장의 부담을 키우는지 점검이 필요한 대목이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주요 경제 부처들이 한 주간 내놓은 보도해명·설명자료를 살펴보면 한정된 정책 수단으로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당국의 고심이 읽힌다.


세수 변동에 맞춰 재정 건전성을 관리하고, 고물가 흐름 속에서 서민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주며, 저출생과 산업 전환에 대응할 재원을 마련하는 일은 모두 정부가 당면한 핵심 과제다.


관련 보도들이 잇따르자 각 부처가 즉각 설명자료를 배포하며 정책의 취지와 법적 근거를 상세히 밝힌 것도 정책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대응으로 풀이된다.


정책 당국의 설명에도 현장과 시장의 우려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거시적 정책 목표와 미시적 현장 체감 사이에 구조적인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가 전체의 재정 수지를 방어하려는 조치가 일선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운용에는 예상치 못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소비자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단기 수입 확대가 산지 농가에는 경영 압박으로 다가오는 식이다.


기금 재원을 효율적으로 통합 운용하겠다는 구상 역시 국회의 예산 통제권이라는 제도적 원칙과 맞물리며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연도 중 지방교부세가 줄면 지자체는 적립 기금과 잉여금으로 부족분을 메워야 한다. 재정 여력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도로 보수와 자체 복지 사업의 일정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어 교부세 조정 절차와 지방재정의 안정성이 쟁점이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추경 대신 택한 교부세 조정…재정 건전성과 지방 자율성 사이의 고차방정식


세수 재추계에 따른 지방교부세 감액 조치를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시각차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재정경제부(이하 재경부)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지방교부세 조정은 세수 변동에 따른 법적·원칙적 대응이며 지자체가 보유한 통합재정안정화기금과 순세계잉여금 등을 활용하면 지역 사업 추진에 큰 차질이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처럼 즉각 해명에 나선 배경에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국채 발행 대신 지출 구조조정과 가용 재원 활용으로 나라살림의 건전성을 지키겠다는 확고한 재정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 지방교부세법 제4조에 따라 내국세 총액의 19.24%로 연동된 교부세를 세수 실적에 맞춰 조정하는 것은 불가피한 행정 절차라는 것이 재정 당국의 판단이다.


일선 지자체들이 체감하는 재정 여건이 정부 설명보다 훨씬 빠듯하다는 데서 논란이 비롯된다. 행정안전부 지방재정365 공시 기준 전국 군 단위 기초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가 17% 안팎에 머무는 상황에서 연도 중 교부세가 줄어들면 사회간접자본(SOC) 보수나 자체 복지 사업의 일정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완충 수단으로 제시한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역시 최근 수년간 이어진 세수 감소 대응 과정에서 적립 여력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한 비수도권 기초지자체 예산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세수 여건이 어렵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연도 말에 가까워진 시점에 교부액이 조정되면 지자체 입장에서는 이미 발주했거나 계획한 사업을 급히 보류해야 하는 실무적 고충이 크다"고 전했다.


보도와 해명이 평행선을 달리는 근본적인 배경에는 세수 결손 시 교부세 정산 방식을 둘러싼 법리적 해석 차이가 놓여 있다. 재경부는 세입 예산 범위 내에서 집행을 관리하는 재정 운용의 탄력성을 강조한다.


반면 학계와 입법 지원기관은 헌법 제54조가 부여한 국회의 예산 심의·확정권과 법률상 정산 규정에 주목한다. 국회 입법조사처와 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소장은 보고서와 언론 분석을 통해 "지방교부세법 제5조는 교부세 산정 기초의 변동이 있을 경우 차년도 이후 국가예산에 반영해 정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당해 연도에 교부세를 조정할 때는 국회의 추경 심의를 거치는 것이 절차적 정당성에 부합한다"고 제언했다.


향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도 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정책 목표와 지방재정의 안정성 보장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할당관세로 낮춘 수입 원가가 소비자가격 인하로 얼마나 이어지는지가 물가 대책의 실효성을 가른다. 유통 단계의 마진을 점검하는 동시에 수입 확대가 국내 농가의 출하 가격과 경영에 미치는 영향도 살펴야 한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수입 단가 낮췄지만 유통 마진에 막힌 체감 효과… 할당관세 정책의 명과 암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주요 농축산물 할당관세 적용을 둘러싼 비판 보도가 나오자 서민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한시적 조치라는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국내 수급 상황과 도매가격 추이를 면밀히 점검해 수입 물량과 방출 시기를 조절하고 있어 국내 농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농식품부가 할당관세 카드를 적극적으로 꺼내 든 배경에는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과 누적된 고물가로 인해 신선식품 가격 관리가 물가 당국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관세율을 일시적으로 낮춰 수입 단가를 떨어뜨림으로써 국내 소비자가격의 급등을 막겠다는 정책적 의도다.


산지 농가와 생산자단체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할당관세 도입 시점과 농가 경영 여건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상 무관세 또는 저율 관세로 반입되는 수입 농축산물 품목과 물량이 늘어나면서 국내산 출하 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시각이다.


국가데이터처 축산물생산비조사 결과를 보면 배합사료 가격과 에너지 비용 상승 여파로 한우 비육우 마리당 순수익은 수년째 적자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 축산업계 관계자는 "물가 안정을 위해 수입을 늘리는 정책 취지는 알겠지만 사료비와 전기요금 등 생산 원가가 오른 상태에서 수입 물량까지 늘어나면 산지 농가들의 경영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할당관세 혜택이 유통 단계에서 소비자에게 온전히 전달되는지를 두고도 정부와 전문기관 사이의 시각차가 존재한다. 정부는 수입 원가 절감을 통한 공급 확대 효과를 강조하지만, 한국소비자원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유통 실태 분석에서는 관세 인하분의 상당 부분이 수입업체와 유통 단계의 마진으로 흡수돼 소비자 체감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민경천 전국한우협회장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단기적인 물가 관리를 위해 할당관세 수입에 의존하기보다 국내 농가의 사료비 부담 완화와 자급률 유지를 위한 중장기 수급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소비자 물가 관리와 국내 농업 생산 기반 유지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 사이에서 정교한 균형점을 찾는 일이 농정 당국의 과제로 남아 있다.


분산된 기금 재원을 모아 미래 투자에 활용하려는 구상을 둘러싸고 재정 운용의 효율성과 국회 예산 통제권이 맞물리고 있다. 기존 기금의 목적을 지키면서 재원 이동의 투명성과 사업 성과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칸막이 없애 미래 재원 만든다는 정부…‘기금 돌려막기’ 우려가 교차하는 배경


기후위기와 인구구조 변화, 첨단 전략산업 육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 기금 재편 및 통합 활용 구상도 언론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기획예산처(이하 예산처)와 재경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미래 과제 대응을 위한 기금 신설 및 여유 재원 연계는 국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재정 운용이며, 기존 기금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재원 칸막이를 낮춰 투자 효율성을 높이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정부가 이 같은 기금 재편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세입 기반이 둔화된 상황에서 경직성 지출이 늘어나자 특별회계와 기금에 분산된 여유 자금을 묶어 국가적 현안에 집중 투입하려는 재정 효율화 고민이 담겨 있다.


언론과 재정 전문가들이 기금 중심의 재정 운용에 신중한 시선을 보내는 배경에는 기금 제도가 지닌 법적 특성이 자리 잡고 있다. 일반회계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외국환평형기금과 주택도시기금, 공공자금관리기금 등을 활용해 온 전례가 있는 만큼 기금 통합 관리가 자칫 일반회계의 재정 부담을 기금으로 분산하는 통로가 될 것이라는우려다.


국가재정법 제70조에 따르면 기금은 일반회계 예산과 달리 국회의 사전 의결을 거치지 않고도 주요 항목 지출금액의 10분의 2(20%) 범위 내에서 행정부가 자체적으로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해 집행할 수 있다.


한 재정학계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변화하는 정책 수요에 기동성 있게 대응하기 위해 기금 형태를 선호하지만 재정 투명성 측면에서는 국회의 사전 심의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기금 신설 이후의 실질적인 사업 성과와 운용 전문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도 쟁점이다. 정부는 민간 전문가의 기금운용 심의 참여를 확대해 투자 전문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한다.


다만 감사원과 국회예산정책처는 결산 분석 보고서를 통해 앞서 신설된 기후대응기금과 지방소멸대응기금의 경우 기존 일반회계 사업을 이관해 편성하거나 부처별 소규모 사업이 혼재돼 기금 고유의 성과 관리가 미흡하다고 짚은 바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도 재정 운용의 신축성을 확보하려는 정부의 입장과 국회의 예산 통제권을 조화시키기 위해 기금운용계획 변경 요건과 성과 평가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관련 입법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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