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공정 아닌 물류 등 부서 통해 부분 파업 진행
파업 참여자 임금 보전할 쟁의 기금 12억 조성
고법 이의신청 이후 항고심 결정 '재항고' 나서
(왼쪽부터) 이남훈 삼성바이오 노조 조직국장,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재성 삼성바이오 노조위원장 ⓒ데일리안 한보라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28일 사측과 만나 향후 교섭 방향을 논의한다. 대화가 성과 없이 끝날 경우에는 생산공정을 뺀 물류나 품질관리(QC) 등 간접부서를 중심으로 파업에 들어간다. 파업 제한 범위를 사실상 전체 생산공정까지 넓힌 항고심 결정에는 이의신청을 거쳐 대법원 판단을 구할 예정이다.
박재성 삼성바이오 노조위원장은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교섭 테이블은 아니지만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대화해 나갈지 28일 점심을 이용해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며 “회사가 충분히 재검토할 만한 상황이라고 하면 교섭을 이어갈 명분이 될 것 같고 현재가 최종안이라고 하면 저희도 준비하는 것들을 해야 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2차 파업 여부는 28일 대화 결과에 달렸다. 노조는 회사가 기존 임금·단체협약(임단협) 제시안을 최종안으로 고수하면 일부 부서를 중심으로 3주 가량의 파업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파업 참여자의 임금 손실은 조합원 1인당 20만원씩 쟁의기금을 걷어 보전한다. 노조는 최대 12억원 수준의 쟁의기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생산공정에 대해 단계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게 되다 보니 전면 파업보다는 부분적으로 집중해서 파업을 할 예정”이라며 “대표적으로 물류 관련 조직이라든지 QC 테스팅을 하는 부서라든지, 간접적으로 공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부서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삼성바이오 노조는 오는 26일부터 3주 동안 2차 총파업에 나설 계획이었다. 변수는 법원이었다. 서울고등법원 인천원외재판부 민사1부는 지난 16일 쟁의행위 중에도 계속해야 하는 ‘보안작업’ 범위를 1심 3개 공정에서 9개 공정으로 넓혔다. 파업 효과가 가장 큰 생산공정에 대해서는 사실상 파업이 불가능해진 셈이다.
항고심은 파업이 시작된 뒤 새로 해동한 세포에 대해서는 공정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통상 해동된 세포가 전체 생산 공정을 거치는 데는 40일 넘는 시간이 걸린다. 노조는 생산 인력들이 시점을 따져 파업 이전에 해동한 세포는 작업하고 파업 이후에 해동한 세포만 거부하는 방식의 파업을 진행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봤다.
박 위원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병원, 철도 등 필수 공익사업에서도 파업 중 유지할 업무의 범위와 수준을 필요 최소한으로 정한다”며 “연속공정이라는 이유로 민간 제조업에서 주요 생산공정을 평소대로 가동하게 한다면, 다른 산업에서도 저마다의 특수성을 내세워 파업을 막는 근거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은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을 파업 중에도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정한다. 1심 재판부는 적극적인 생산 활동과 변질 및 부패 방지 활동을 구별해야 한다고 봤다. 마무리 단계인 3개 공정에 대해서만 보안작업으로 인정한 이유다. 반면 항고심 재판부는 ‘정상적으로 하지 않으면 변질될 위험이 있는 작업’으로 해석했다.
박 위원장은 “이론적으로는 ‘이렇게 해도 파업할 수 있다, 이런 형식도 파업이니 우리가 막은 건 아니다’라고 할 수 있다”며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기존 작업과 파업 대상 작업이 혼재된 상황에서 사용자의 지휘를 받으며 파업을 하는 게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런 만큼 노조는 항고심 판단에 대해 재항고할 예정이다. 우선 항고심을 맡았던 서울고법에 결정을 다시 따져달라는 이의신청을 낸다. 노조는 앞선 1심에서 항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곧바로 대법원에 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의신청 결론이 나오면 대법원 판단을 구한다는 계획이다.
박 위원장은 “가처분으로 우리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며 “우리는 이번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하고 국회와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사업장의 권리 제한이 더 많은 노동자의 권리를 타고 번지게 두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함께 기자회견을 개최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정감사에서 고용노동부에 파업 중 계속해야 할 작업의 범위와 기준을 분명히 하라고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보안작업 규정이 사실상 파업 금지 수단으로 쓰이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현행 노조법의 쟁의행위 제한 조항이 이와 같이 사실상 헌법이 규정한 단체행동권을 무력화하는 수준으로 해석되고, 이것이 선례로 굳어진다면 법원의 결정이 헌법상 기본권을 무력화시키는 셈”이라며 “경제와 경영은 노사가 상생할 수 있어야 비로소 지속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사측은 오는 28일 노조와 만나 구체적인 교섭 일정과 방식을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교착 상황이 길어져 파업이 발생할 경우에는 고객사와의 계약 이행에 문제가 없도록 비상운영체계를 운영할 방침이다.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회사는 교섭 타결을 위해 처음부터 수차례 수정안을 제시해왔으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최선의 안을 제시한 상태"라며 "구체적인 교섭 일정이나 방식 등은 28일 논의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사와의 약속 이행과 품질 유지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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