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코스는 진화하는데, 관련 행정은 제자리걸음 [윤희종의 스윗스팟]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10.26 07:00  수정 2026.10.2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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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 게티이미지뱅크

골프장에서 벙커 하나를 옮기려 한다. 코스의 난도를 조정하고 골퍼들에게 새로운 공략의 재미를 주기 위해서다. 그린 주변 배수시설을 손보고 낡은 티잉 구역도 정비하려 한다. 골프장으로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일상적인 개선 작업이다.


그런데 공사를 시작하려니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복잡한 행정 절차다. 골프장 전체 면적을 넓히는 것도, 경계를 바꾸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골프장을 짓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기존 코스 안에서 시설의 위치나 모양을 조금 바꾸려는 것뿐인데도 별도의 변경인가가 필요한 상황이 생긴다.


벙커 하나를 옮기는 일과 골프장 전체를 새로 개발하는 일은 규모부터 다르다.


그렇다면 행정 절차도 달라야 하지 않을까?


한국과 일본의 제도를 비교하면 차이가 선명해진다. 한국에서는 승인받은 계획을 바꾸는지가 중요한 관문이 된다. 반면 일본의 개발행위 규제에서는 실제로 토지를 얼마나 바꾸는지,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작은 코스 개선을 바라보는 행정의 접근 방식이 다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88조에 따라 도시·군계획시설사업의 실시계획을 변경할 때 원칙적으로 변경인가를 받아야 한다. 예외는 같은 법 시행규칙 제16조에서 정한 경미한 변경이다. 문제는 이 항목들이 제한적으로 열거돼 있어 그린이나 벙커, 티잉 구역 등의 위치를 조정하는 작업이 명확한 면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법제처도 열거된 항목에 해당하지 않는 변경을 임의로 경미한 변경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해석한 바 있다.


여기에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른 사업계획 변경승인 절차까지 맞물릴 수 있다. 사업자는 코스 개선 하나를 추진하면서도 두 법률의 적용 여부를 함께 살펴야 한다. 골프장 전체의 경계와 면적이 그대로인데도 관련 계획의 변경으로 판단되면 추가적인 행정 절차와 비용 부담이 발생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더 곤란한 것은 시간이다. 코스 공사는 잔디 생육과 기상 여건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진행해야 한다. 인허가 절차가 길어져 공사 적기를 놓치면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 하고, 설계와 협의에 들어가는 비용도 늘어난다. 지방자치단체마다 해석과 처리 방식이 달라지면 사업자는 일정과 비용조차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작은 변경을 관리하려던 절차가 오히려 불필요한 시간과 행정력을 소모하게 만드는 셈이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일본은 어떨까?


먼저 분명히 할 점이 있다. 일본도 골프장 조성 단계에서는 엄격한 개발 규제를 적용한다. 일본 도시계획법상 골프코스는 제2종 특정공작물로 분류되며, 골프장 조성을 위한 개발행위는 토지의 구획이나 형질을 바꾸는 행위로 규율된다. 실제 허가 여부는 입지와 도시계획구역, 해당 지역의 기준 등 관련 요건에 따라 판단한다. 일본이 골프장 개발 자체를 느슨하게 관리한다는 뜻은 아니다.


차이는 준공 이후의 코스 개선을 판단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기존 골프장 안에서 시설을 손보는 작업이 새로운 개발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실제 토지의 형질을 바꾸는지,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등을 따져 판단한다. 예를 들어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시는 일정 높이를 넘는 성토와 절토 등을 개발행위 판단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오사카부 역시 개발허가를 받은 뒤 준공 공고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변경허가를 받도록 하면서, 국토교통성령에서 정한 경미한 변경은 신고로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이 기준을 일본 전국에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다. 준공 이후의 모든 코스 개선이 허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도 아니다. 토공 규모가 크거나 산림·환경·재해 관련 규제에 해당하면 별도의 허가나 신고가 필요하다. 다만 일본의 제도에서 참고할 대목은 분명하다. 골프장을 처음 조성할 때는 개발행위를 엄격하게 관리하되, 이후의 변경은 그 성격과 규모를 따져 절차를 구분한다는 점이다.


한국은 승인된 계획에서 벗어나는 변경인지가 중요한 관문이 되고, 일본은 일정한 경우 실제 토지 변경의 규모와 영향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이 차이는 규제의 강약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작은 변경과 큰 개발을 어떻게 구분하고, 행정 절차를 얼마나 합리적으로 설계하느냐의 문제다.


우리나라에도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미 준공된 골프장에서 경계와 면적, 전체 규모를 유지하면서 그린과 티잉 구역, 페어웨이, 벙커, 해저드, 카트도로, 조경·배수시설 등의 위치나 형태만 조정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토공 규모와 변경 면적 등 객관적인 기준을 충족한다면 경미한 변경으로 인정해 별도의 변경인가 절차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이는 모든 코스 변경을 무조건 허용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토지 변경 규모가 크거나 안전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작업은 기존 절차에 따라 심사하면 된다. 산림 전용이나 환경영향평가 등 다른 법률에서 요구하는 의무도 그대로 지켜야 한다. 규제의 목적은 유지하면서 영향이 작은 개선에 불필요한 행정 부담이 반복되는 일을 줄이자는 것이다.


골프장은 한번 조성했다고 영원히 같은 모습으로 운영되는 시설이 아니다. 잔디는 자라고 배수 여건은 달라지며 골퍼들이 원하는 코스도 변한다. 적절한 시기에 코스를 개선해야 경쟁력을 유지하고 이용객에게 더 나은 플레이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코스는 끊임없이 진화하는데 행정이 과거의 계획만 붙들고 있다면 골프장의 변화와 혁신은 그만큼 더뎌질 수밖에 없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도 준공된 골프장의 일정한 내부 변경을 경미한 변경으로 인정하고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핵심은 규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변경의 규모와 영향에 맞게 절차를 합리적으로 나누는 데 있다.


골프장 전체를 새로 개발하는 일과 기존 코스의 벙커 위치를 조정하는 일을 같은 무게로 다룰 이유는 없다. 변화의 크기에 맞게 규제의 크기도 조정해야 마땅하다. 큰 개발에는 엄격하게, 작은 변경에는 합리적으로 골프장 코스 안의 작은 변화에서부터 행정의 합리성을 다시 세울 때다.


윤희종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홍보팀장. ⓒ 데일리안DB


글 / 윤희종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홍보팀장


※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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