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에 중·고가 브랜드 확대 승부수
C커머스 이용자 93% "저렴해서 이용"
품질 우려 여전…신뢰 확보도 과제
프랑스 파리 도심 BHV 마레 백화점 내 쉬인 매장의 모습. ⓒAP/뉴시스
초저가 패션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몸집을 키워온 중국계 패션 플랫폼 쉬인이 저렴한 가격에 집중했던 기존 모델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브랜드와 상품군을 확대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전략이 한국 시장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국내 소비자들이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C커머스)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로 저렴한 가격을 꼽고 있는 데다, 일부 제품의 안전성과 품질에 대한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쉬인은 최근 중·고가 브랜드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쉬인은 지난달 홍콩증권거래소 상장 이후 처음으로 발표한 2026년 상반기 미감사 중간실적에서 수익성 악화라는 과제를 드러냈다.
상반기 순매출은 201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총 주문 건수는 5억4900만건으로 6.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억9300만 달러로 52.9% 감소했다. 조정 순이익 역시 4억9900만 달러로 55.6% 줄었다.
주문량과 고객 수가 증가했음에도 수익성은 오히려 크게 악화된 셈이다.
수익성 악화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초저가 중심의 판매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저가 직구 상품에 대한 관세 장벽이 높아진 데다 물류비 부담까지 확대되면서 더욱 부담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양톈쉬(스카이 쉬) 쉬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의류와 브랜드의 비중을 확대해 평균판매가격(ASP)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쉬인은 기존 초저가 상품 중심의 판매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격대의 브랜드를 확보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자체 브랜드 육성과 함께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쉬인은 글로우모드(GLOWMODE) 등의 자체 브랜드를 통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의 상품을 선보이며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쉬인
실제 쉬인은 수영복과 잠옷, 스포츠웨어, 드레스 등으로 상품군을 세분화하는 한편 글로우모드(GLOWMODE) 등의 자체 브랜드를 통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의 상품을 선보이며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느냐다.
현재 쉬인은 국내에서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이용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앱·결제 데이터 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이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지난 8월 쉬인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10대 이하에서 30만명, 20대에서 84만명으로 집계됐다. 쉬인은 해당 연령대의 종합몰 앱 사용자 수 순위에서 각각 4위와 5위를 기록했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이 C커머스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 경쟁력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024년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 등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3.1%가 이용 이유로 '저렴한 제품 가격'을 꼽았다.
이어 '다양한 제품 구매'(43.5%), '득템하는 쇼핑의 재미'(33.8%), '많은 할인 혜택'(30.6%)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76.4%는 C커머스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가격이 국내 동일·유사 제품 대비 절반 이하 수준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쉬인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의 상품을 확대할 경우 기존 소비자들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제품 안전성과 품질에 대한 신뢰 확보 역시 과제로 꼽힌다.
그간 쉬인을 비롯한 일부 C커머스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제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들의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린피스는 지난 3월 쉬인에서 구매한 의류와 신발 31개 가운데 25개에서 EU 화학물질 규제 기준을 초과하는 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전체 조사 대상의 약 81%다.
검출 물질에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드는 데 사용되며 일부 성분이 호르몬 작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탈레이트와 방수·발수 가공에 쓰이지만 자연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 과불화화합물(PFAS) 등이 포함됐다.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중국 직구 상품의 품질 문제나 구매 과정에서 겪은 불편을 공유하는 콘텐츠도 확산하고 있다.
한 인플루언서는 인스타그램에 C커머스 제품을 사용한 지 3개월 만에 피부염이 발생하는 등 피해를 겪었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해당 영상은 현재 조회수 256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제품 안전성과 품질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등 소비자 신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대 상향 전략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국내 패션 시장에 무신사와 에이블리, 지그재그 등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을 판매하는 플랫폼들이 이미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쉬인이 가격 경쟁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국내 플랫폼과 차별화할 수 있는 상품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무신사처럼 '패션에 뒤쳐지지 않으면서도 안전하게 고를 수 있다'고 고 브랜딩이 되어있는 플랫폼들이 많이 있다"라며 "결국 소비자에게 셀링 포인트를 마련해줘야하는데 그런 포인트 없이 중고가로 확대한다는 전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쉬인 측은 "쉬인의 미션은 모두가 패션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한국 고객들의 다양한 취향에 맞춰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쳐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을 갖춘 다양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댓글 쓰기